‘마을을 걷다’, 여행 안내자 정보석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 이유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매주 신규 예능이 곳곳에서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권하고픈 프로그램은 눈에 띄지 않는다. 너나 할 것 없이 그 나물에 그 밥, 기시감이 들 정도로 비슷비슷한 설정이기 때문이리라. 찬이 그득한 한정식 한 상을 받아 놓고도 젓가락 댈 곳이 없어 방황하는 형국이지 뭔가.

이런 와중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채널 JNG <마을을 걷다-정보석의 섬마을 이야기>. 구성과 영상미가 다큐멘터리 명가 KBS나 MBC에 필적할 수준이다. 배우 한 사람이 국내 각 지역을 누비며 문화와 볼거리, 특색 있는 음식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KBS1 <최불암의 한국인의 밥상>,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와 엇비슷한 구성이다.

그런데 유난히 여행 안내자 ‘정보석’이 눈에 들어온다. 배우 정보석이 이렇게나 소통의 달인이었던가? 이야기를 끌어내는 솜씨며 공감 능력이 특급 MC 유재석이나 강호동 못지않다. 스스럼없이 그러나 예의를 갖춰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재치 있게 화답한다. 어설픈 식견으론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오오, 그렇지! 언젠가 한 라디오 PD가 ‘정보석 씨를 DJ로 점찍었다며 어찌 생각하는지’ 물었던 적이 있다. ‘예능 출연 이력이 거의 없는 터라 가늠이 어렵다’고 답했더니 PD 왈, ‘여러모로 눈여겨 본 결과 소통에 재주가 있는 분이지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고사했다고 들었는데 <마을을 걷다>를 보고 있노라면 당시 섭외 불발이 못내 아쉽다. 진행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중견 배우에게 단독 진행을 맡길 생각을 하다니, 그때나 지금이나 적재적소를 아는 빼어난 선구안이랄 밖에.

첫 화는 고산 윤선도 선생이 여생을 보냈다는 ‘보길도’를, 지난 27일 방송된 2화는 KBS2 대하사극 <대조영>과 영화 <서편제> 촬영지인 ‘청산도’를 찾았다. 아마 그간 어지간한 여행 프로그램이라면 필히 거쳐 갔을 명소들이다. 허나 여느 프로그램들이 대세를 따라 주로 먹방에 탐닉하는 분위기였다면 <마을을 걷다>는 우직하니 풍광의 아름다움을 담아가며 문화적 가치를 전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그럼에도 첫 화에 등장한 멍게 비빔밥이나 2화의 소담스런 집밥 한 상이 내도록 눈에 아른거리니 원. 무릇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은 가고 싶고, 먹고 싶고, 보고 싶어져야 하는 법, 이만한 성공이 또 어디 있으리. 마침 같은 날인 27일 밤에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 447화, 프랑스인 파비앙 편도 결이 같았다. 경치와 문화를 즐길 줄 아는 두 사람이 여행 프로그램 하나 함께 해보면 좋겠다는 뜬금없는 생각을 했다.

10부작 예정으로 첫 화 보길도부터 독도까지 10개의 섬이 소개된다는데 평소 잘 이용하지 않는 채널인지라 여간해서는, 우연히 얻어 걸리기 전에는 보기 어렵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지 싶다. OTT를 뒤져봤더니 다행히 Wavve에서 서비스 중이다. 지난해 방송된 ‘시즌 1’ 격인 구본승의 <마을을 걷다>도 이곳에서 볼 수 있었다. 채널 번호는 SK Btv는 112번, KT ollehTV는 146번, skylife는 84번에서 금요일 오후 6시에 방송되고, LG헬로비전은 금요일 7시 30분에, 폴라리스 TV는 8시에 방송된다고. 채널 번호가 제각기 다른 마당에 방송 시간이라도 통일되면 좀 좋아?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JNG KOREA]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