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2’에 이은 ‘쥬라기월드’ 그리고 서재페에 몰린 관객들

[엔터미디어=정덕현] 드디어 엔데믹의 시간이 도래한 걸까. 극장가와 공연에 몰려드는 관객들이 심상찮다. 지난달 18일 개봉한 <범죄도시2>는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코로나19 이후 침잠해있던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주말과 현충일로 이어지는 연휴 기간 동안 지속적인 흥행질주를 할 것으로 보이는 <범죄도시2>는 일찌감치 1,000만 관객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범죄도시2>는 마동석이라는 독보적인 캐릭터에 최근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로 스타덤에 오른 손석구가 포진하면서 막강한 오락영화의 저력을 드러낸 작품이다. 특히 손석구 덕분에 항간에는 <범죄도시2>가 <나의 해방일지> 프리퀄이라는 식의 농담까지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돌풍에 가까운 흥행질주에는 최근 엔데믹으로 향하는 코로나19의 상황이 폭발력을 키운 게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는 건 지난 1일 개봉한 <쥬라기월드:도미니언>에 몰린 관객들을 통해서다. 마침 지방선거일이었던 이날 극장가에는 유독 아이들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이 많았는데 <쥬라기월드>가 그 이유였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좀체 오기가 꺼려졌던 극장가가 이제 조금씩 엔데믹으로 옮겨가면서 억눌렸던 욕구가 오히려 폭발력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정은 공연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서울재즈페스티벌 2022’는 3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티켓 예매를 오픈한 지 1분 만에 하루 1만장 규모의 티켓이 매진된 이 공연에는 문차일드와 백예린, 악동뮤지션, 에픽하이, 선우정아는 물론이고 알렉 벤자민, 혼네, 핑크 스웨츠, 조니 스팀슨 같은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도 참여해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런데 ‘서울재즈페스티벌 2022’의 열광적인 광경은 여러모로 엔데믹에 대한 일종의 해방감에 의해 더 강화된 면이 있었다. 즉 펜데믹 상황에서는 지난 잠실종합운동장 주 경기장에서 열린 BTS 공연에서도 그랬듯이, 함성을 지를 수도 또 노래를 따라 부를 수도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BTS는 “소리 질러!” 대신 “박수 질러!”라고 외치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재즈페스티벌 2022’의 풍경은 완전히 달랐다. 마스크를 벗은 관객들이 무대 앞은 물론이고 나무 그늘이 있는 피크닉존에 돗자리를 깔고 편안하게 앉아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음악을 듣고, 소리를 마음껏 지르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펜데믹 이전이야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던 떼창이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할 수 없었던 떼창이 다시 가능해진 공연은 그것만으로도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해방감을 주었다.

코로나19 시국에 방구석에만 갇혀 있던 관객들이 이제 엔데믹을 맞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들은 극장과 공연장을 다시 찾으며 그간 억눌려 왔던 답답함을 날려버리려 한다. 상대적으로 OTT 같은 비대면 콘텐츠 소비문화에 머물렀던 관객들의 나들이가 시작되면서 극장가도 또 공연가도 그간 접어뒀던 날개를 조금씩 펼치고 있다. 이제 관객들은 밖으로 나와 저마다의 ‘해방일지’를 써나가고 있고 이것은 향후 콘텐츠 산업에도 어떤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범죄도시2><쥬라기월드:도미니언>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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