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과 황인엽의 멜로라인, 호불호 갈리는 이유(‘왜 오수재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이어서 오히려 더 매력적인 경우가 있다. SBS 금토드라마 <왜 오수재인가>의 오수재(서현진)가 그런 인물이다. 필요하면 상대방의 약점까지 찾아내고 꽃뱀으로까지 몰아세우는 인물. 의뢰인의 승리를 위해서는 뭐든 물어뜯는 그런 인물이어서 오수재는 오히려 매력적이다. 거기에는 그가 왜 그렇게까지 하는가에 대한 절실한 마음이 묻어나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승진해 고위 임원까지 올라가는 길은 어렵다.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기 때문이다. TK로펌도 다르지 않다. 남자 변호사들이 오수재의 승승장구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또 꼭대기까지 올라가려 해도 최태국 회장(허준호)은 결국 사고뭉치지만 자신의 아들인 최주완(지승현)을 대표 자리에 앉힌다. 그러면서 오수재는 평생 네 발밑에 있을 거라고 단언한다.

실상 오수재에게 로펌에서의 중요한 일들을 최태국 회장이 맡긴 이유는 그 일들이 문제가 될 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일들이 만일 터지면 오수재를 희생양으로 내세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수재가 그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한성범(이경영) 회장이 이끄는 한수그룹의 자료들을 그가 빼돌린 이유다. 그 자료에는 한수그룹은 물론이고 TK로펌과 최태국 회장까지 뒤흔들 수 있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왜 오수재인가>가 매력적일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우리네 커리어우먼들이 겪는 현실들을 가져와 그걸 도발적으로 깨나가는 오수재라는 파괴적인 캐릭터 덕분이다. 그의 파괴력이 있어 드라마는 추진력을 얻는다. 다소 비윤리적으로 보이고 다소 거칠게 느껴지지만 실상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런 시선 자체가 비뚤어진 것이고 때론 폭력일 수 있다는 걸 오수재의 행보가 하나하나 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로펌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박소영(홍지윤)의 동생 박지영이 등장해 언니의 죽음이 오수재 때문이라고 몰아세우지만, 오수재는 어딘가 박소영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심증을 갖게 된다. 예고편에 슬쩍 나오는 내용을 보면 박소영이 사망 당시 임신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때 만났던 남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신한 사실 때문에 누군가 그를 죽였을 수 있다는 것.

이처럼 오수재는 너무나 도발적이어서 그것 때문에 늘 오해받고 코너에 몰린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럼에도 스스로 그 문제들을 해결해가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오수재의 ‘욕망의 질주’를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왜 오수재인가>에서 로펌 학생 공찬(황인엽)은 그런 오수재의 위험한 질주를 자꾸만 막아선다. 그는 그런 인물이 아니고 본래는 다른 인물이었다는 걸 상기시키고, 무엇보다 그를 좋아한다고 대놓고 직진한다.

욕망의 무한질주를 막는 건 그래서 공찬이 오수재에게 대시하는 멜로를 통해서다. 과거 공찬은 오수재를 통해 삶의 희망을 얻고 변화하게 됐으며 그래서 그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공찬과 오수재 사이에 벌어지는 멜로는 다소 ‘느닷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러움이 부족하다. 갑자기 엘리베이터에서 오수재를 좋아한다며 손을 잡는 공찬의 모습이나, 깨진 유리를 애써 치워주는 공찬에게 “너 뭐니?”하며 입맞춤을 하는 오수재의 모습은 갑작스럽다.

그런 멜로라인은 오수재가 가진 애초의 강렬한 캐릭터를 상당 부분 누그러뜨린다. 성공을 향한 질주가 아니라 행복이 더 소중하다는 걸 말하기 위해 공찬이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그와 오수재의 멜로라인이 그려지지만, 그건 <왜 오수재인가>라는 드라마가 첫 회에 보여줬던 ‘문제적 인물’ 오수재를 다소 평면적인 인물로 만들어버리는 면이 있다.

물론 이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멜로라인의 설렘을 그래도 느끼고픈 시청자들은 반색할 수 있는 장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청자들도 있다. 좀 더 오수재의 폭발적인 좌충우돌을 보고픈 시청자들은 이런 멜로라인이 어딘가 이 드라마의 추진력을 가로막는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 이들의 러브라인에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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