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 아티스트의 길을 모색해야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방탄소년단(BTS)이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실제로 현재 숙소 생활이 아닌 개별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 리더 RM의 이야기는 이들의 단체 활동 잠정 중단 선언의 이유를 공감하게 한다.

그는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며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슈가 역시 “가사가,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며 “억지로 쥐어 짜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간 글로벌 톱가수의 반열에 오르며 내는 앨범마다 빌보드 차트를 석권했던 방탄소년단이 실상 갖고 있던 고충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물론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한다고 해도 각자 솔로 활동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제이홉은 개인앨범을 준비하고 있고 진은 배우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놨다. 그간 방탄소년단이라는 하나의 바운더리 안에서 주로 활동했던 멤버들이 이제 각자 하고픈 영역들에 도전하는 시간들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보다 단단해지고 성숙해져 다시 모였을 때 방탄소년단은 또 다른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의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응원하는 이유는 이것이 언제고 누군가에 의해 제기될 K팝 아이돌 시스템에 대한 문제라는 점을 늘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K팝 아이돌 시스템은 독특하다. 연습생 과정을 일정 기간 거치고 그래서 데뷔하게 되면 기획사는 그 과정 동안 들어간 투자비를 짧은 활동기간 동안 뽑아내려 한다. 그것이 이 시스템의 특징이다.

아이돌은 태생적으로 ‘활동 시한이 정해진’ 존재들로 여겨지고 그래서 기획사는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 안에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 한다. 아이돌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준비됐든 아니든 상관없이 앨범은 일정 기간을 거쳐 반드시 나와야 하고 나온 앨범은 그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 이 흐름 속에 들어가면 RM의 말처럼 이들의 성장할 시간은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고갈되다 어느 순간에는 슈가의 말처럼 할 말이 없어지는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것.

방탄소년단이 이런 결정과 이야기를 내놓을 수 있는 건, 이들이 여타의 아이돌들과는 다른 아티스트로서 활동해온 점이 있어서다. 이들이 만드는 노래는 그저 누군가 만들어준 노래가 아니라, 그들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감정, 생각들이 묶여져 하나의 메시지로 담겨진 노래다. 그러니 아티스트로서의 진정성이 중요하다. 정작 고갈되어 있는데 그렇지 않은 척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K팝 아이돌이 방탄소년단처럼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어떤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제기된 이 문제를 좀 더 생산적으로 숙고할 필요가 있다. 아이돌 활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긴 호흡으로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롱런하는 그 활동까지를 포괄하는 시선으로 기획사들이 아이돌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가수 활동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댄서가 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이들이 각자 하고픈 것들을 찾아가고 거기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그런 과정들이 있어야 아티스트로서 할 말이 생기고 하고픈 작업들이 생긴다. 그저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서 개개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을 한 명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먼저 바라보고 아이돌 그룹을 생각하며, 나아가 후에 그룹이 해체되더라도 그 아티스트의 길을 계속 지지해줄 수 있는 기획사들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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