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이 만든 몰입감, 비현실적이어도 ‘인사이더’에 빠져든다

[엔터미디어=정덕현] 교도소가 거대한 도박판이다. 재소자들은 1부, 2부, 3부 리그로 나뉘어 도박을 하고, 교도관들은 스폰서가 되어 뒷돈을 대고 딴 돈을 뜯어간다. 소장은 외부에서 도박을 하려는 이들을 데려와 도박판을 벌이고, 보안과장조차 이 도박판에 스폰서가 되어 큰돈을 벌어가는 인물이다. 게다가 이곳에는 VIP들만 찾아오는 ‘신선동’이라는 비밀공간이 있다. 교도소 안의 건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이질적인 공간. 이 정도면 JTBC 수목드라마 <인사이더>가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말할 순 없을 게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가능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비현실적이어도 <인사이더>는 한 번 보면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준다. 허구지만 빠져든다. 그건 바로 ‘장르적 개연성’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도박이나 교도소가 등장하는 장르물들을 접한 바 있고 그래서 그런 장르들이 보여줬던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들을 하나의 재미로서 받아들이고 있다. <인사이더>는 이 두 소재를 다루는 장르를 하나로 묶어내 색다른 색깔을 만들었다.

<타짜> 같은 영화를 통해 익숙해진 것처럼 <인사이더>가 보여주는 교도소 도박판 리그에 뛰어든 김요한(강하늘)이 3부 리그에서부터 2부 리그로 그리고 1부 리그로 올라가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이 드라마가 제시해놓은 하나의 세계관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 현실성을 따지기보다 그런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 흐름에 동승하면 시청자들은 때론 무너지고 때론 이기는 그 승패의 세계 속에서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그 세계관을 더욱 그럴 듯하게 보이게 만드는 인물이다. 김요한이 처한 절실한 상황이 그 세계관을 믿고 싶게 만드는 것. 본래 사법연수생이던 그는 도박판을 운영하는 이들과 결탁되어 있는 검찰 내 부패세력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언더커버로 조직 속에 들어갔지만 뒷배가 되어주던 사법연수원장 노영국(유재명)이 저들에게 살해당하고, 그를 돕던 목진형(김상호)은 제 살길을 위해 수사 자료를 지워버림으로써 김요한과의 고리를 끊어버린다.

결국 수사를 위해 감옥까지 가게 된 김요한이지만 그는 더 이상 언더커버 수사를 하는 인물이 아닌 그저 도박으로 감옥에 온 범죄자가 되고, 의지해왔던 유일한 피붙이인 할머니 신달수(예수정)마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다. 그리고 그는 이 일이 대검찰청 홍상욱(박성근) 부장과 그의 아들인 중앙지검 홍재선(강신효) 검사 그리고 윤병욱(허성태) 대검찰청 부장과 연루되어 있다는 걸 눈치 챈다.

목진형이 짠 판이지만, 그마저 엎어버리려는 판에 홀로 남겨진 김요한은 이제 저 스스로 힘을 키워 교도소 내에서 입지를 만들어야 하고 그걸로 자신과 할머니를 그렇게 만든 이들에게 복수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검찰 내부의 부패세력들을 척결해야 한다. 저들이 판을 엎으려 하지만 자신이 끝내지 않는 한 판은 엎을 수 없다고 선언한다.

갖가지 위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교도소지만 그에게도 도움을 주는 인물들이 생긴다. 도박으로 교도소를 평정한 장선오(강영석)는 김요한이 대적해야할 인물처럼 보였지만 어딘가 그를 돕고 있는 반전을 보여주고, 비밀도박판에서 만났던 오수연(이유영) 역시 그저 밤업소 마담 그 이상의 어떤 사연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꾸미고 있는 모종의 일들에 김요한은 마치 장기판 말처럼 앞세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요한이라는 인물에 부여된 부글부글 끓는 복수심과 엇나간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강렬한 욕망은 그래서 <인사이더>가 가진 비현실적이지만 믿고 싶은 장르적 개연성이 된다. 위기 상황에 계속 놓이지만 그때마다 그걸 뛰어넘기를 바라게 되고 그를 돕는 이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강하늘의 연기 변신은 그간 해왔던 순둥이 이미지를 여지없이 깼다는 점에서 더 큰 반전의 카타르시스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그를 따라가기만 하면 아찔하고 짜릿한 장르적 쾌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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