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2022년 비연애 시대를 가로지르는 연애 시뮬레이션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짝>의 제작진이 만든 SBS 플러스 <나는 솔로>는 시즌8까지 이어지며 꾸준한 화제와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은 제작진에 같은 포맷이지만 <짝>의 애정촌에 비해 <나는 솔로>의 솔로나라는 그 느낌이 좀 다르다.

일단 애정촌은 남자1호, 여자1호 같은 사회적인 성별과 순서를 정하는 기호만이 주어진다. 하지만 <나는 솔로>에서는 드디어 이름이 주어진다. 남성 출연자의 경우 영철, 영수, 영호 등등, 그리고 여성 출연자의 경우에도 영자, 순자, 옥순 등등의 이름을 갖는다.

물론 그 이름은 일종의 닉네임이고 기수가 이어지면서 동일하게 쓰인다. 그런데 묘하게도 기수가 반복될수록 영철과 영호, 순자와 옥순 등의 이름에서 미묘하게 느껴지는 캐릭터의 동질성이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그 이름과 출연자들을 매칭 시키면서 묘하게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지켜보는 듯한 감각도 느끼게 된다.

맞다. <나는 솔로>는 어쩌면 연애에 피로를 느끼는 비연애 시대에 연애감정을 대리만족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리얼리티 게임인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영철과 영식, 영자와 옥순 등에 대입시켜 가면서 그 상황들을 간접 체험하는 것이다. 연애의 설렘도 느끼고, 씁쓸함도 체험하고, 선택의 기로에도 서 본다. 실제로 빤하고 빤한 로맨스물과는 다른 리얼한 연애의 기류가 그 안에서는 흐르기도 한다. 또 사랑에 눈이 먼 자의 이불킥, 을 제3자의 입장에서 키득거리며 지켜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솔로>는 단지 그것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나는 솔로>는 <짝>의 시대에 비해 여성 출연자들의 능동적인 모습들이 드러나면서 <짝>과는 다른 방식의 흥미로운 경우의 수가 늘어난다. 여러 플롯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솔로>에서 남성과 여성들은 각각 상대를 바라보는 방식들이 다르다. 남성들은 외모와 성격 두 개의 조합 정도로 정답의 이성상이 있다. 반면 여성 출연자들이 원하는 남성상은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물론 네 명의 여성이 첫 데이트에서 동시에 선택한 5기의 의자왕 정수 같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여성들은 정답이 아니라, 그들이 그 공간에서 만난 출연자들 안에서 자신과 교감이 가능한 남성을 찾아, 그 안에서 답을 발견해 보려 한다. 혹은 각기 다른 남성 출연자들 사이에서 각기 다른 매력들을 발견해 보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굉장히 이야기들이 풍성해진다.

한편 출연자들의 선택이 몰리면서 거의 인기를 끌지 못한 출연자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성에게 선택받지 못한 출연자라도 역시 본인만의 독보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끄는 경우도 많다. 5기의 감성적인 의사 영수가 그랬고, <나는 솔로> 역사상 가장 독특한 예능캐였던 6기의 순자 역시 화제였다. 최근 8기의 상철 역시 방송 내에서는 여성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출연자였지만, 방영 내내 어머님들의 MZ세대 일등 사윗감이나 동성들이 보기에 진국인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나는 솔로>는 초기에는 빌런 캐릭터로 화제를 모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드라마틱한 재미를 만들어갔다. 동아리 MT 같은 친근한 분위기의 5기. 영수부터 옥순에 이르기까지 전체 남녀 출연자 모두의 캐릭터가 흥미로워, 다채로운 상황들이 나온 6기. 여기에 오랜만에 어색한 <짝>의 분위기가 연출됐던 40대 7기까지가 그랬다. 굳이 출연자들 간에 경쟁구도 없이도 데이트와 출연자들 사이의 대화만으로도 흥미로운 판이 짜이는 것이다.

여기에 출연자들 중 몇몇은 방송 이후에도 SNS를 통해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도 한다. 리얼리티 예능과 SNS의 사이의 관계를 살피기에도 좋은 텍스트다.

<나는 솔로>는 커플보다 솔로의 영향력이 더 큰 리얼리티처럼 보인다. <나는 솔로>에서의 솔로는 커플이 되기 이전 모자란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솔로는 커플이 될 수 있는 가능의 상태, 혹은 혼자도 충분히 빛날 수 있는 지점의 존재로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솔로>에서 드러나는 연애관도 비슷하다. 솔로들은 외로워서 기댈 사람을 찾기 위해 헤매는 지닌 시절의 연애와는 기준점도 달라 보인다. 솔로일 때도 빛나지만 함께 빛내줄 사람을 발견하는 게 <나는 솔로>가 보여주는 연애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걸 발견한 이들은 솔로에서 결혼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상대를 발견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나는 솔로.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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