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혼’, 정소민의 더할 나위 없는 연기 교체 논란까지 불러

[엔터미디어=정덕현] “무덕아 도련님 어때?” tvN 토일드라마 <환혼>에서 장욱(이재욱)은 무덕이(정소민)에게 자신이 이제 송림 술사가 되어 그 의복을 입은 모습에 대해 하대하며 묻는다. 그러자 무덕이는 하인으로서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한다. “글쎄유, 지가 뭐 본다고 알겄슈?”

그러자 짐짓 장욱이 말투를 바꿔 제자가 스승에게 하듯 존댓말로 다시 묻는다. “스승님 제자 어떻습니까?” 무덕이 역시 말투가 바뀌어 스승이 제자에게 하듯 말한다. “서율과 박당구가 입었을 땐 뭐 볼만하다 싶었는데, 내 제자가 입으니 말도 못하게 멋있구나.” 그 말에 장욱은 무덕이에게 다가가 꼭 껴안는다. 겸연쩍은 듯 숨 막힌다는 무덕이에게 장욱은 말한다. “스승님. 고마워.”

이 짧은 대화 속에는 <환혼>이 가진 장욱과 무덕이 사이의 특별한 관계들이 담겨있다. 환혼술로 낙수(고윤정)가 무덕이의 몸에 들어가 있는 지라, 무덕이는 장욱에게 하인이면서 스승이다. 주종관계와 사제관계가 뒤얽힌 것. 그리고 두 사람은 어느덧 그런 관계 자체를 뛰어넘는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장욱을 송림의 정진각 제자로 받아준 박진(유준상)은 사실상 그를 제자로 키우기보다는 송림에 가둬두려 하고, 그래서 송림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무덕이는 장욱을 생각한다. 그런데 그 생각은 제자이자 주인인 장욱을 걱정하는 사부의 입장이면서 동시에 그를 그리워하는 연인의 입장이 뒤섞여 있다.

잠시 송림을 몰래 빠져나와 무덕이를 찾아온 장욱이 마침 집을 비운 무덕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나, 그러다 아쉽게 떠난 장욱을 뒤쫓아 간 무덕이가 다리 위에서 배를 타고 가는 장욱을 겨우 만나 건네는 말들엔 애틋한 마음이 담긴다. “기다리고 있어. 나도 거기로 갈게.” 무덕이는 장욱에게 가기 위해 ‘송림하인선발대회’에 나간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서율(황민현)과 박당구(유인수) 그리고 세자 고원(신승호)이 은근히 무덕이를 돕고 결국 무덕이는 하인으로 선발된다.

<환혼>은 기문이 막혀버린 장욱이, 어쩌다 낙수의 혼이 깃든 무덕이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는데, 여기에는 장욱의 성장담(어찌 보면 제자 키우기 RPG 게임 같은)의 묘미가 담겨 있고 동시에 장욱과 무덕이 사이에서 주종관계와 사제관계를 모두 뛰어넘는 멜로라는 묘미가 겹쳐져 있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이 드라마가 가진 핵심적인 힘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파트1으로 10부가 마무리되고 파트2로 전개되는 나머지 10부에 여주인공인 무덕이 역할의 정소민이 죽어 육신이 태워져버린 낙수 역할을 한 고윤정으로 바뀐다는 기사들이 나왔다. 제작진은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고 했지만, 시청자들로서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표할 수밖에 없다. 이미 정소민에 의해 완성된 캐릭터와 관계들이 더할 나위 없는 드라마의 묘미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소민에서 고윤정으로 여주인공이 교체된다는 소식만으로 이슈가 되고 논란까지 생기게 된 건 그만큼 정소민이 이 역할을 찰떡 같이 소화해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파트2에서 여주인공의 교체가 연기의 문제가 아니라 작품 내적인 스토리 전개상의 문제라는 걸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게 아니라면 만만찮은 후폭풍이 생길 거라는 걸 제작진이 모를 리 없어서다.

스토리 전개상의 문제라면 여주인공 교체의 이유는 다시금 그들이 겹쳐졌던 ‘환혼술’에서 찾아질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무덕이의 몸으로 들어가 있는 낙수지만 파트2에서는 이제 낙수가 제 몸을 찾거나 회복하는 본래 고수의 모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건 애초 장욱과 낙수(무덕이)가 사제관계가 될 때 예정된 것이기도 하다.

힘을 잃은 낙수는 경천대호처럼 강한 수기를 지닌 자가 그의 안에 있는 기력이 올라올 수 있게 밀어내주면 된다는 판단을 했고 장욱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기문이 뚫리고 하루하루 급성장하고 있는 장욱은 무덕이를 낙수로 회복시켜줄 가능성이 높다. 인물 교체는 이런 스토리 전개상의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를 이토록 높여 놓은 정소민에서 고윤정으로 여주인공이 바뀐다면 시청자들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낙수로서의 카리스마만이 아닌 무덕이 특유의 귀여움과 코믹함이 잘 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싶어서다. 따라서 제작진은 만일 스토리 상 어쩔 수 없이 고윤정이 전면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도 간간이 정소민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주는 슬기로운 선택을 하면 어떨까 싶다. 그것이 시청자들이 바라는 것일 테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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