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금화목토’, 가면 쓴 박민영·고경표·김재영의 진면목 찾기

[엔터미디어=정덕현] 한국드라마에 계약결혼은 왜 이렇게 많이 등장할까. tvN 수목드라마 <월수금화목토>는 아예 계약결혼만 전문으로 해주는 이른바 ‘싱글라이프헬퍼’라는 직업을 가진 최상은(박민영)이 주인공이다. ‘월수금화목토’란 그래서 월수금, 화목토 이렇게 정해진 요일에만 계약된 대로 부부로 살아가는 관계를 말한다.

하지만 이 일을 무려 13년 째 해왔고 이혼만 12번을 한 최상은은 이제 은퇴를 결심하고 하나하나 관계들을 정리한다. 하지만 ‘월수금’ 남편으로 5년 간 장기고객인 정지호(고경표)가 영 마음에 걸린다. 5년 간 나눈 대화가 50마디 정도 될 정도로 과묵하고, 특별한 말없이 맛있는 저녁 식사를 대접해주는 이 시간을 최상은은 점점 ‘힐링’으로 여기게 된다. 그러면서 이혼 얘기가 꺼려진다. 혹여나 상처받을까봐. 하지만 그렇게 꺼리는 순간 정지호가 먼지 이혼을 이야기하자 최상은의 마음은 오히려 싱숭생숭해진다.

첫 회만 봤을 때 <월수금화목토>는 한국드라마에 최근 들어 많이 등장하는 계약결혼을 소재로 삼았다. 월수금으로 계약된 정지호와의 애매모호한 관계 사이로 슈퍼스타 강해진(김재영)이 끼어들면서 생기는 달콤 살벌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의 정황상 강해진이 잊지 못하는 첫사랑은 바로 최상은일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그의 빈 요일인 화목토 계약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결혼이 최근 한국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떠오르게 된 건 비혼이 많아진 현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결혼을 그리 원하지는 않지만(사실 이 제도가 가진 비합리적인 현실들 때문이다) 사랑은 원하는 세태가 ‘계약결혼’이라는 소재에 주목하게 하는 것. <월수금화목토>는 이 소재를 결혼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심지어 비즈니스 정도로 치부하는 세태를 최상은이라는 인물을 세워 꼬집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결혼이 비즈니스라면 사랑은 거짓을 숨긴 연기에 가까울 수밖에 없고 그것은 거래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진심과 진면목을 숨기거나 가장한 채 살아가는 이들이다. 최상은이 싱글라이프헬퍼라는 직업을 갖게 된 건 그를 강진그룹에 시집가게 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를 시켰던 유미호(진경)와 관련이 있다. 유미호의 이 계획을 최상은은 무산시켜 버렸다. 최상은이 13년째 계약결혼을 일로 해오고 무려 12번이나 이혼을 한 건 그래서 철저하게 대기업 신부가 되기 위한 삶을 살아왔던 그 시간들에 대한 보복처럼 느껴진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진심과 진면목을 숨기고 있는 것이고.

그와 5년 간 장기 계약 결혼을 해온 ‘월수금’ 정지호 역시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그는 과묵한 이유를 자신이 “말을 하면 늘 유쾌하지 않게 끝나고” 그래서 “오래봐야 할 땐 말을 아낀다”고 말한다. 귀가하는 여성을 따라가고, 집에서 칼을 휘두르며 누군가를 찌를 것처럼 행동하는 장면들은 마치 이 인물을 사이코패스처럼 느끼게 하지만, 아마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사이코패스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관계에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닐까.

최상은에게 빈 요일인 ‘화목토’ 계약을 제안할 강해진이 월드스타지만 첫사랑을 잊지 못해 반려견에게 그 이름을 지어놓고 일이 있을 때마다 하소연을 하는 모습은 이 인물 역시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상처가 숨겨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최상은과 계약결혼을 했다가 이혼했지만 함께 동거하며 살아가는 성소수자 우광남(강형석)도 마찬가지다.

결국 <월수금화목토>의 인물들은 모두 상처를 가진 자들이다. 그래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가장한 채 살아가는 자들이다. 드라마 속에 정호승 시인의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 시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월수금’의 정지호와 ‘화목토’의 강해진. 최상은에게 이 요일들과 인물들과의 관계는 진심이 아닌 계약된 비즈니스일 뿐이다. 그가 유일하게 진짜 자신과 마주하는 요일은 그래서 늘 자신을 위해 비워놓은 일요일이다. 저마다의 상처를 갖고 월수금, 화목토의 비즈니스적 관계 속에서 자신을 속인 채 살아가는 삶들은 과연 일요일의 진짜 모습으로 맺어지는 진정한 관계를 찾아낼 수 있을까. 관계 속에서 진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까. <월수금화목토>가 많은 상처를 숨긴 꽃잎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서로 부대끼며 풍겨내는 그 진한 향기를 전할 수 있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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