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변호사’, 남궁민 마법과 SBS 금토드라마가 만났을 때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번엔 남궁민표 이상한 변호사다. 고리대금업자의 빚 독촉에 한강 철교 위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려는 남자를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빚을 갚아주는 천지훈(남궁민)이 바로 그 변호사다. 마침 체포될 위기에 처한 고리대금업자의 압수수색을 막아주는 대가로, 마치 고리대금업자가 의뢰인이 빌린 3천만 원에 말도 안 되는 이자를 붙여 1억 원을 갚으라고 한 것처럼, 갖가지 명목으로 막대한 수임료를 청구해 그 빚을 갚아주고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해준 것.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는 바로 이 이상한 변호사 천지훈이 주인공이다.

두 번째 등장한 의뢰인은 술에 취해 쓰러질 뻔한 사람을 화장실에서 부축하다 소매치기범으로 몰린 이명호(김철윤). 마침 소매치기 전과 4범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는 꼼짝없이 소매치기범이 되게 생겼다. 사건을 맡게 된 검사 백마리(김지은)는 선처를 이유로 자필 반성문까지 쓰게 했지만 변호를 하게 된 천지훈 변호사의 요구로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지게 되었다.

천지훈 변호사는 의뢰인이 심장병 투병중인 딸을 걸고 맹세한다는 절실함과 아내의 호소에 그 주장이 진실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는 스스로 취객을 부축하는 척 지갑에 손을 대고 경찰서까지 가는 상황을 일부러 만들었고, 변호사 명함을 내밀자 바로 풀어주는 상황을 직접 경험했다. 이것은 향후 그의 변호가 전과 4범이라는 이유로 백안시하는 세상을 꼬집는 방식이 될 거라는 걸 예감케 했다.

사실 이런 변호사가 현실에 있을 리 없고, 이러한 기상천외한 방식이 먹힐 현실이 있을 턱이 없다. 무엇보다 단돈 천 원에 소송을 맡아주는 변호사가 있을까. 하지만 현실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변호사에 대한 판타지는 더 커진다. 천 원이라는 소송비가 말해주는 것처럼 이 변호사가 맡게 될 의뢰인들은 하루 살기가 버거운 서민들일 수밖에 없다. 천지훈이라는 서민 영웅이 더더욱 기상천외한 일들을 벌이고 그것이 먹히는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실 SBS 금토드라마는 이러한 서민 영웅 판타지를 자주 전면에 내세우곤 했다. <열혈사제>의 검은 커넥션과 싸우는 사제 김해일(김남길)이 그랬고, <스토브리그>의 만년 꼴찌팀에 희망을 불어넣은 백승수(남궁민) 단장이 그랬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날아라 개천용>의 박태용(권상우) 변호사와 박삼수(정우성) 기자가 그랬고, <모범택시>의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서민 영웅 판타지를 SBS 금토드라마는 너무 어렵지 않고 또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려냄으로써 시청자들에게는 속 시원한 사이다를 안겨주면서 이 시간대를 장악했다. 완벽한 개연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판타지를 드라마틱하게 구성해 보여주는 사이다 전개로 기다려서 보는 드라마 시간대를 만들어낸 것. 이번에는 이제 이러한 사이다 판타지 드라마의 변호사 버전인 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판타지를 장르적으로 잘 구현해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남궁민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에는 <낮과 밤>, <검은 태양> 같은 작품으로 다소 무거운 역할을 연기했지만, 이미 <김과장>의 김성룡 같은 코믹하면서도 엉뚱한 돈키호테 역할 역시 그 누구보다 잘 구현해냈던 남궁민이다. 그래서 그런 남궁민이 SBS 금토드라마와 만나 만들어낼 시너지가 더더욱 궁금해진다. 이미 첫 회만으로 8.1%(닐슨 코리아)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그 밑그림을 그려 놓은 상태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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