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백집사’, 장례지도사 주인공인 드라마의 신선함과 예측불가 앞길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MBC 새 수목드라마 <일당백집사>는 신선하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후 가수에서 배우로 확고히 자리 잡은 이혜리는 직업이 장례지도사인 주인공이다. 변호사, 의사 그리고 대기업 후계 경영인을 합치면 모든 드라마 주인공의 팔 할쯤으로 느껴지는 현 드라마 월드에서 색다른 직종이다.

부나 명예의 직업으로는 잘 인식되지 않지만 사람에게 탄생과 함께 가장 중요한 순간인 죽음을 함께 하는 일이라 꼭 있어야 하고 깊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일당백집사>에서 이혜리가 연기하는 백동주는 시체를 접하는 직업이라는 이유로 손잡기 꺼려진다며 남자친구로부터 차이고 아버지에게는 공무원 같은 다른 직업을 갖도록 권유받는다.

그런데 이런 백동주에게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난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시신안치실에서 고인을 터치하면 이승을 떠날 준비를 하는 영혼이 보이고 그 영혼이 마지막 길을 가기 위한 매무새를 챙겨주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러면서 고인이 이승에 미련을 남겨 놓은 일들을 해결해주는 역할까지 하게 된다.

백동주는 처음에는 혼령을 만나는 일이 끔찍해 일을 그만두고 싶어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그래서 고인 영혼의 매무새를 잘 단장해 보내고 나면 21부터 숫자가 하나씩 줄어드는 카운팅이 일어나는데 0이 될 때까지만 버텨보기로 한다.

망자의 미련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심부름업체 일당백 직원인 남자주인공 김집사(이준영)와 얽히게 된다. <일당백집사>는 장례지도사가 고인의 한을 풀어주는 심령환타지가 한 축이라면 돈만 내면 무엇이든 해결해줘야 하는 심부름업체 직원의 고군분투기, 요즘 젊은 세대들의 고단하지만 씩씩한 일상이 다른 한 축을 차지한다.

이혜리와 이준영 주인공 조합도 주인공의 직업 선택만큼 신선한 느낌이다. OTT 영화 등을 통한 라이징스타이기는 하지만 아직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새로운 얼굴인 이준영은 안정된 연기와 호감 가는 외모로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조연들 중에도 진한 여수 사투리의 독거남 순경 서해안 역할을 맡은 송덕호나 이혜리의 간호조무사 친구 유소라로 등장하는 서혜원 등도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일당백집사>에서 기대되는 연기와 캐릭터로 눈길을 끈다. <일당백집사>는 전반적으로 신선한 기조의 드라마이고 그래서 흔한 드라마들의 진부한 공식에 도전하는 패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규한과 오대환은 능글맞고 노련한 연기로 <일당백집사>에 균형을 잡아준다. 이규한은 실패한 고시 장수생으로 심부름센터 일당백을 차린다. 오대환은 백동주가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 놓는 외삼촌이자 성당의 주임 신부인데 술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별난 사제다. 똑단발의 이규한과 사제복의 오대환은 등장마다 강렬한 임팩트로 큰 웃음을 자아낸다.

<일당백집사>의 첫 회는 3.9%(이하 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수요일 저녁 <골 때리는 그녀들>과 <유퀴즈 온 더 블록> 같은 특급 예능들의 격전 시간대에 편성된 것을 감안하면 출발로는 상당히 높은 수치라 할 수 있다.

2회를 마친 현재 큰 스토리라인은 망자의 마지막 소원을 해결하는 과정의 감동과, 이혜리-이준영의 러브 라인 심화라는 두 줄기가 교차하며 흘러갈 듯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전개의 감이 잘 안 잡히는 것도 <일당백집사>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초반 몇 회를 보고 나면 최종회가 세세하게 그려지는 그런 뻔한 드라마에 비해 예측 불가한 이후 회차를 챙겨 보게 만든다.

다만 1, 2회에서 택시운전사 망자와 그의 잃어버린 아들로 오해되는 김집사, 그리고 진짜 아들의 실체를 드러내는 과정은 일반적인 드라마의 떡밥 투척과 회수의 방식과는 다른 전개로 신선함을 보이기는 했지만 다소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가독성이 떨어져 아쉬움이 남았다.

2회에서 김집사가 백동주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에도 아쉬움이 있다. 백동주 아버지, 그리고 백동주와의 만남 등에 있어 우연이 연속되는데 드라마가 패기롭더라도 플롯이 세련되지 못하면 이는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일당백집사>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각본을 공동집필한 이선혜 작가의 작품이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성공을 해 이제는 신선한 느낌이 덜하지만 시작될 당시에는 무명의 배우들과 가수들을 주연으로 쓰는 패기로 혁신을 이뤄낸 드라마다. <일당백집사>도 향후 <응답하라>처럼 신선함은 살리고 스토리 전개의 매끄러움은 다듬어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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