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에 최적화된 연기자 김남길의 ‘반인반요’(‘아일랜드’)

[엔터미디어=정덕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아일랜드>는 탐라를 배경으로 돌하루방에 봉인된 요괴가 튀어나와 한 신혼부부에 몸에 들어가 정염귀로 변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같이 갔던 사진사가 이 괴물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져 죽어갈 때 갑자기 날아온 단도(금강저)가 정염귀의 몸에 꽂히고, 다시 뽑혀진 칼이 되돌아간 곳에 주인공 반(김남길)이 등장한다. 다시 날아온 금강저를 잡은 후 뒤돌아보는 반의 모습은 압도적이다. 서늘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 모습은 마치 웹툰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의 느낌을 부여한다.

<아일랜드>는 요괴가 등장하고 이들과 싸우는 사제, 퇴마사 등이 등장하는 판타지물이다. <곡성>, <손 더 게스트>, <지옥>, <방법> 등등, 최근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이른바 K오컬트 장르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판타지물에서 중요한 건 리얼리티가 아니라 캐릭터성을 납득시키는 연기다. 그런 점에서 <아일랜드>의 주인공 반으로 김남길이 캐스팅된 우연한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김남길은 독특한 길을 걸어온 연기자다. 특히 장르물 같은 캐릭터성이 강조되는 작품에서 그의 연기는 빛이 난다. 아마도 그런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여줬던 작품은 <선덕여왕(2009)>이 아니었나 싶다. 미실과 진지왕 사이에서 사통한 관계로 태어난 비담 역할로 김남길은 이 62부작에 이르는 대하사극의 후반부에 등장해 드라마에 동력을 새로 만드는 연기를 보여줬다. 반항기 어린 야성적인 면을 강조한 김남길의 캐릭터 연기는 비담이라는 인물을 시청자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명불허전(2017)> 같은 타임리프 판타지 사극을 통해 조선과 현대를 오가는 명의 허임이라는 캐릭터도 김남길 특유의 연기 덕분에 빛을 봤다. 만화 같은 허구적 장르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인물의 면면을 김남길은 ‘만찢남’ 같은 모습으로 표현해냈다. 특히 액션 연기에도 확실한 자기 색깔을 보여주는 김남길은 이 의학을 다루는 작품에 ‘활극’의 장르적 느낌을 부여했다.

김남길의 장르물에 최적화된 캐릭터와 액션 연기가 제대로 물이 오른 작품은 <열혈사제(2019)>다. 사제지만 정의를 위해 주먹을 아끼지 않는(?) 김해일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김남길은 유쾌하게 표현해냄으로써 이 작품은 SBS가 금토 시간대를 정착해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무려 22%의 최고시청률을 낸 것.

그리고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김남길이 몸으로 드러내는 액션 연기만이 아니라 정반대로 내면 깊숙이 꾹꾹 눌러 넣는 감정 연기 또한 훌륭하다는 걸 보여줬다. 최초의 프로파일러의 탄생을 그리는 작품 속에서 김남길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악을 끝없이 들여다보고 이해하면서도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내면 연기를 선보였다. 이 작품으로 김남길은 2022 <SBS 연기대상>의 대상을 수상했다.

이러한 김남길이 연기해온 일련의 필모그라피를 염두에 두고 보면 <아일랜드> 같은 판타지 장르의 주인공 역할이 왜 그여야 했는가가 공감된다. 김남길은 비현실적일 수도 있는 허구성이 강조된 작품 속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려내는데 남다른 기량을 보이는 연기자다. 물론 <아일랜드>에서 미호(이다희)와 만들어갈 슬픈 인연의 서사에 담길 아련하고 쓸쓸한 면면도 빠지지 않는다.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글로벌 팬을 만나고 있는 <아일랜드>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같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주목받으며 공개 첫 주 톱TV쇼 12위에 올랐다. 탐라를 배경으로 하는 한국적 색채에 무속인과 구마사제를 넘나드는 퓨전이 더해져 K오컬트 장르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는 것. 이를 통해 김남길이라는 배우가 가진 매력 역시 글로벌 시장에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티빙, MBC, tvN,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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