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디즈니 플러스 최고 기대작이라더니 어째서 임팩트가 없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사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액면으로 보면 질래야 질 수 없는 패를 가졌다. 최민식이라는 이름 석 자 만으로도 존재감이 묵직한 배우가 전면에서 끌어가고 있고, 최근 대세 배우로 떠오른 손석구가 뒤에서 밀고 있다. 게다가 영화 <범죄도시>를 찍었던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런 패라면 대박을 예상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하지만 막상 패를 오픈한 <카지노>는 그다지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는다. 초반만 해도 필리핀으로 넘어가 그 곳에서 카지노 대부가 되어가는 과정이 꽤 흥미롭긴 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연출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차무식(최민식)이 정대표를 설계하는 5회 분량이나 한국에서 코리안 데스크로 오승훈(손석구)이 필리핀에 오는 6회 내용은 별다른 극적 상황들이 보이지 않아 지루하게 느껴졌다.

차무식과 오승훈이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들어야 시청자들이 몰입하게 될 텐데, 6회는 그저 오승훈이라는 인물 소개 정도에 머물렀다. 손석구의 출연이 새로운 기폭제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이처럼 설명적이고 소소한 한 회 분량이 왜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어째 초반에 그토록 기대감을 높여 놓았던 <카지노>는 갈수록 힘이 빠져가는 형국이다. 게다가 일주일에 한 회씩 공개되는 방식은 이런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그나마 한 번에 몰아보기를 하게 했다면 이러한 지루함이 어느 정도는 상쇄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임팩트 없는 회차를 일주일씩 기다려 본다는 건 몰입감을 더욱 깨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째서 이런 허탈한 결과가 생겼을까. <카지노>에 디즈니 플러스가 제작 투자를 하게 된 건 작품 자체의 매력이라기보다는 강윤성 감독과 최민식, 손석구 같은 캐스팅이 가진 힘이 작용한 건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대본이 부실하고 드라마 시리즈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영화감독이라는 점도 문제의 일단을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화감독들이 OTT 판으로 들어오는 일이 잦아졌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거둔 엄청난 성공은 영화감독들이 그간 드라마를 낮게 바라보던 그 시각을 바꿔 놓았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개봉 영화의 흥행이 쉽지 않아지면서, OTT 시리즈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영화감독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성공작을 만들어왔던 영화감독들이라고 해도 그 성공이 드라마에서도 이어지는 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이준익 감독이 티빙에서 선보였던 <욘더>는 야심찬 기획과 달리 대중성이 떨어지는 작품으로 그다지 괜찮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왜 굳이 이걸 시리즈로 만들었는가에 대한 이유를 <욘더>는 보여주지 못했다. 그저 한 편의 조금 긴 영화에 가까운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카지노>를 보면 이제 영화판에서 활동하던 감독들이 드라마판으로 와서 하는 일련의 작업들이 과연 진정성이 있는가를 의심하게 한다. 드라마판에서 오래도록 작업을 해오며 잔뼈가 굵은 제작자들이라면 이러한 영화감독들이 이름값으로 투자를 받아 하는 ‘예술’이 허탈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최민식과 손석구까지 캐스팅해 놓고도 이런 정도의 소소함이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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