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답답하지만 이해되는 유연석과 문가영의 조심스러움

[엔터미디어=정덕현] “행복하고 있어요?”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하상수(유연석)가 안수영(문가영)에게 던지는 질문은 애매하다. 보통은 “행복해요?”라고 할 말을 왜 하상수는 “행복하고 있어요?”라고 묻는 걸까. 그 질문은 ‘상태’를 묻는 것이 아니라 ‘진행과정’을 묻는 것이다. 결과로서의 행복이 아니라 그 과정이 행복하냐고.

그 질문에는 여러 의미들이 숨겨져 있다. 애초 안수영에게 “좋아한다”고까지 고백했던 하상수였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어떤 선들(스펙으로 나뉘는)이 그들 관계를 가로막고 결국 안수영은 어울리지 않는 관계라는 이유로 물러났고, 그러자 관계들이 꼬이기 시작했다. 하상수에게 박미경(금새록)이 대시를 했고, 안수영은 은행에서 자신과 같은 을의 처지로 자신을 챙겨준 정종현(정가람)에게 마음이 갔다.

결국 “행복하고 있어요?”라는 하상수의 질문은 이러한 두 사람의 상황이 행복을 향해 가고 있는가를 묻는다. 시청자들은 알다시피 그들이 각각 새로운 관계를 만들었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하상수는 부유해 차도 선물로 사주는 박미경에게서 빈부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선을 느낀다. 박미경의 아버지가 하상수가 응대하는 은행의 VVIP라는 사실도 그런 선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안수영은 공무원 시험에 연거푸 떨어지고, 집안 사정도 안좋은 정종현을 챙겨주고 급기야 자신의 집으로 들여 방까지 내주지만, 그런 관계 속에서 그 역시 ‘처지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선을 느낀다. 정종현은 자신을 챙겨주는 안수영에게 늘 미안해하고, 안수영은 습관처럼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정종현이 답답해진다. 하상수와 안수영 사이가 사회 속에 보이지 않는 선들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 관계’가 됐지만, 하상수나 안수영 역시 각각 박미경과 정종현과의 관계에서 똑같은 선을 느낀다. 관계를 나누는 선이란 결국 상대적인 것이라는 걸 하상수나 안수영 모두 느끼게 된 것이다.

“행복하고 있어요?”라는 하상수의 애매하고 조심스러운 질문에 안수영은 “헤어질까요?”라고 문득 되묻는다. 이 질문 또한 대단히 조심스럽지만 그 안에는 여러 의미들이 담겨 있다. 자신이 정종현과 헤어지기를 바라냐는 이 질문은 거꾸로 하상수에게 박미경과 헤어지라는 말처럼 들린다. 만일 하상수가 “헤어지라”고 말한다면 그건 바로 자신 역시 박미경과 헤어질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되기 때문이다.

<사랑의 이해>에 등장하는 하상수와 안수영의 이러한 극도로 조심스러운 대화들은 시청자들에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답답함은 이들의 관계가 그들이 처한 현실 속에서 결코 명쾌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이해되는 면이 있다. 그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일을 하고 그러다 사랑하게 되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이토록 복잡하게 된 이유는 알다시피 스펙 같은 현실적인 조건들이 끼어들어서다. 일상적인 대화조차 벽을 만들어내는 이 스펙사회의 삶 속에서 우리는 과연 “행복하고” 있는 걸까?

복잡하게 얽힌 스펙사회의 보이지 않는 거미줄 같은 선들 속에 붙잡혀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게 버텨왔지만 결국 하상수와 안수영은 그걸 견뎌내지 못한다. 아이스링크에서 안수영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고 있지만 한없이 텅 비어 있고 그래서 깊은 슬픔이 그 아래 보이는 하상수의 눈빛은 그래서 먹먹하다. 버티고 버티다 “더 이상은 안 되겠어요”라며 안수영에게 키스하는 그 장면은 그래서 달달하기보다는 가슴 가득 채워져 있는 물기가 이제 수면 위로 차올라 넘치는 듯한 슬픔이 느껴진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힘겹게 하는 걸까. <사랑의 이해>가 그려내는 멜로는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그 조심스러움과 엇나감의 이면에 존재하는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의식이 담겨 있다. 그저 사랑하고 있는 것뿐인데, 왜 그것 하나 마음 편안하게 할 수 없게 된 걸까. 그걸 뚫고 나온 두 사람의 사랑이 그 어떤 멜로보다 가슴 벅차게 느껴지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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