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이 장수 예능이 사는 법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에브리원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다시 한 번 기지개를 펴고 있다. 신년 특집으로 준비한 ‘이탈리아 미슐랭 셰프들’의 한국여행기는 2회 만에 시청률 3.4%를 돌파하며 지난해 7월 ‘리부트’로 다시 돌아온 이후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함께 돌아온 김준현이나 꾸준히 자리를 지킨 알베르토 몬디도 그렇고, 먹방과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감탄 등의 주요한 볼거리가 딱히 달라지거나 진화한 부분은 없다. 그럼에도 2017년 당시 유행하던 여행예능의 시선 방향을 180도로 돌리면서 큰 사랑을 받은 이후, 팬데믹을 버텨내며 목요일 밤의 장수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특집은 사실상 한식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셰프라는 정체성을 반영해 여행의 목적을 한국의 식문화를 이해하고 배워나가는 식도락 여행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출연자들이 한국에서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기대하듯, 시청자들이 미슐랭 선정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들이 한식을 어떻게 평가하고 얼마나 좋아할지 여부다.

즐겁고 설레는 여행을 표현하는데 해당 지역의 역사, 지리, 문화, 사회적 기호를 담고 있는 음식 이야기가 빠질 순 없다. 그렇지만 지나친 한식 예찬과 먹방으로 귀결되는 한정된 볼거리는 이 장수 예능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이유다. 관련 고민이 적지 않았을 제작진은 신년특집으로 정면 돌파를 택했다. 시장과 길거리 음식, 한옥 게스트하우스 등, 장면과 상황은 어쩌면 기존 방송분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이탈리아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셰프들의 입맛이라는 권위가 새로운 프리즘이 된다. 마치 초심으로 돌아간 것처럼, 이탈리아 일류 셰프들이 발견한 우리의 맛이 과연 무엇일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1~3차는 기본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회식 문화 체험부터 달린다. 이어서 망원시장에서 닭강정, 떡볶이, 호떡 등 길거리 음식을 탐닉하고, 장 담그기와 사찰 음식을 맛보고, 손꼽아 기다린 김장 체험 이후 수육 한 접시를 곁들인다. 이탈리아에서부터 벼르고 있던 어시장을 찾아가서는 “아쿠아리움 같다”며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규모와 활기를 즐긴다. 가보는 곳마다 영감을 얻고 맛본 음식들에 찬사를 쏟아낸다. 물론,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 인식하지 못한 일상 가치의 재발견이라는 너무나 익숙한 코드다.

그런데 출연진의 전문성이 또 하나의 시선으로 더해지면서 새로운 반응이 나타난다.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을 가진 이탈리아 셰프들이 풍부한 표현과 적극적인 리액션을 통해 호감과 환호를 표하니 색다르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수산시장으로 유명한 포항 죽도시장에서 이들이 가장 흥미를 보이고 다시 찾아가서까지 적극적으로 쇼핑한 것은 산지직송 활어나 즉석에서 쪄주는 대게가 아니라 건어물 골목이었다. 우리와 기후가 다른 이탈리아에선 보기 힘든 식재료인데다 실제로 가져가 응용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레시피가 아니라 소울을 알고 싶다”며 방송이 아닌 실제 누군가의 가정집에서 하는 김장에 참여하길 원하고, 대게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나오는, 아마도 시판 냉동 튀김일 확률이 높은 생선까스를 맛보고는 이탈리안 해산물 전문 미슐랭 셰프가 특유의 몸동작으로 맘마미아, 마돈나, 대박 등의 전율과 극찬을 쏟아낸다. 그 정도라고? 왠지 모를 자긍심이 부풀어 오른다.

방송 예능과 유튜브를 위시한 웹예능이 대부분 상보성 관계에 있다. 그런데 방송 예능으로는 유일하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K-컬처의 파도를 타고 유튜브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이른바 ‘국뽕 콘텐츠’의 디딤돌인 동시에 현행 콘텐츠로서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특집을 통해 관성으로 연명하는 장수 프로그램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적 관점에서 소구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출연자들이 셰프로서 좋은 기회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여행을 시작하다보니 늘 보는 풍경, 늘 하던 광경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살아 있는 낙지를 맛보고는 알리오올리오에 면 대신 넣는 메뉴를 떠올린다. 시장이든, 절이든, 음식을 맛보는 것을 넘어서 주방의 기물과 설비를 살펴보는 전문적인 관점이 새로움을 포착한다.

쏟아지는 찬사와 이어지는 먹방이 뻔하게 느껴지면서도 무한한 호기심과 긍정의 시선으로 새로운 문화와 음식을 진심으로 맛보며 행복해한다. 이 긍정의 시선과 호기심이 식상함을 뚫고 와 닿는다. 꼭 완전한 리뉴얼이 아니라도 괜찮다. 뻔한 음식도 특별하게 만드는 유능한 셰프의 킥처럼 한 끗의 차이로 새로움을 만들 수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ver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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