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이네’의 가게멍에 여지없이 빠지는 이유
‘서진이네’, 낯선 곳 비슷한 삶이 주는 안도감이라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예능 <서진이네>는 음식으로 치면 솔직히 아는 맛이다. 멕시코 바칼라르라는 낯선 곳에 연 한식당.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라면, 떡볶이, 핫도그를 그 곳을 찾는 외국인들도 좋아할까. 이미 글로벌한 인지도를 가진 배우들이지만 식당 영업이 익숙하지 않아 벌어지는 해프닝들과, 그럼에도 낯선 타지에서 만난 손님들과 나누는 소통의 즐거움. 우리는 이미 <윤식당>을 통해 이 맛에 깊이 빠져든 적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몇 년 간 해외로 나가지 못했던 탓이었을까. 중간에 국내에서 외국인 손님들을 모셔 식사대접을 했던 <윤스테이>를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해외로 나갔던 <윤식당>의 그 맛이 그리웠던 걸까. <서진이네>의 아는 맛은 여지없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가게 오픈 전부터 준비를 하며 갖게 되는 기대감, 손님이 생각보다 없을 때 느껴지는 아쉬움, 하지만 그러다 손님들이 찾아왔을 때 더욱 커지는 반가움의 감정들이 오간다.

이미 이서진이나 정유미, 박서준 같은 경험자들이야 이런 감정들이 익숙하지만(물론 그렇다고 덤덤해지는 않지만) 이번에 처음 합류한 BTS 뷔는 이 감정을 다시 솔직히 드러낸다. “그니까 나도 맨 처음에는 널널하게 일하고 싶어서 조금 왔으면 좋겠다 했는데 너무 안 오니까 서운한 거야. 그래서 왜 안 오지 하다가 오니까 또 행복한 거야.” 그런 뷔가 귀엽다는 듯 박서준은 웃음이 터진다.

이서진이 사장이 되고 그래서 가게 이름도 ‘서진이네’로 바뀌었지만, 이 프로그램이 주는 즐거움은 찾아주는 손님들과의 소통에서 나온다. 타지에서 음식을 매개로 만나게 된 어르신들이 한식을 접하며 그 맛에 놀라고, 그걸 운영하는 직원들이 유명한 배우들이라는 점에 놀라는 광경이 흥미롭고 그들 사이에 오가는 눈빛이나 미소 등이 주는 편안함에 마음이 이끌린다.

또 처음 만났어도 반갑게 훈훈한 대화를 나누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들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혼자 각자 온 손님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사진도 찍어주고 자신들이 먹는 한식의 맛을 이야기하는 광경이 그렇고, 목줄을 하지 않아도 보호자를 따라 식당에도 스스럼없이 들어오고 보호자가 다 먹을 때까지 옆에서 가만히 기다리다 함께 나가는 반려견의 모습도 이채롭다. 특히 주인이 누군지도 모를 개 한 마리가 들어오자 이서진이 손님들에게 방해가 될까 내보내려 하자 “이 곳에선 어디든 다 이렇다”며 이를 말리는 손님의 모습은 이 바칼라르라는 곳에 흐르는 인간적인 정 같은 것이 느껴진다.

물론 사장이 된 이서진은 과거 <윤식당>에서의 모습과는 달라졌다. 매출에 더 신경을 쓰게 됐고, 그래서 손님들이 좋아할만한 메뉴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면서 은근히 직원들을 부리는 ‘꼰대 기질’을 보이지만 그것 역시 밉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 뷔가 ‘노조’ 결성을 할 것 같은 분위기의 농담을 던지는 게 재미를 준다. 매출에 신경 쓰는 사장과 복지(?)를 원하는 직원 간의 줄다리기가 적당히 있어야 프로그램에 긴장감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서진이 대표이고 그래서 구도가 살짝 달라진 게 사실이지만, <서진이네>는 익숙하게 아는 예능의 맛을 낸다. 그리고 그건 그간 해외로 나가지 못했던 시절 때문에 그리워했던 맛이기도 하다. 복잡하고 경쟁적인 현실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서진이네>는 그래서 마치 불멍, 물멍 같은 ‘가게멍’을 선사한다. 물론 자잘한 사건들이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한가롭게 느껴지고, 무엇보다 낯선 곳이지만 세상살이는 어디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시켜줌으로서 오는 안도감이 무엇보다 크다.

친구들끼리 음식을 나눠먹으며 즐거워하는 반백의 어르신들이나, 아기를 안아들고 음식을 먹는 아주머니,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면 여지없이 사진부터 찍어 인스타에 올리는 손님들과,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꿀이 뚝뚝 떨어지는 연인들, 맛있게 먹고 굳이 한글번역기를 돌려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일하는 호텔 손님에게 이 레스토랑을 추천한다고 찍어 보여주는 마음 따뜻한 손님...

이역만리지만 사는 건 크게 다르지 않다. 음식을 주문받고 내주고 먹고 하는 과정을 담지만, 그 안에 담겨진 오고가는 마음들이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끊임없이 확인하는 그 시간에 여지없이 멍하니 빠져들게 된다. 실로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건, 그 인지상정을 확인하는데서 오는 어떤 동질감과 공감대에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서진이네’는 그렇게 몇 년 만에 다시 우리에게 그 익숙한 맛이 담긴 접시를 내놓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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