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 형사들의 실제 현장, 충격과 시원함, 먹먹함까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일단의 형사들이 모텔 복도를 걸어 들어온다. 촬영을 하고 있는 제작진에게 조용히 하라며 입에 검지를 올려 보이는 형사는 한 모텔방 앞에 서서 함께 간 형사들에게 눈신호를 보낸다. 진입하겠다는 뜻이다. 잠겨있는 방문. “문을 열라”는 형사들의 재촉에도 묵묵부답이자 결국 형사들은 문을 부수기로 작정한다. 단단해 보이던 문이 우지끈 소리를 내며 열리고 안에 숨어있는 용의자들은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수갑이 채워진다. 형사들은 용의자들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해준다...

이건 어쩌면 웨이브라는 토종 OTT가 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획이 아닐까.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현장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게다. 형사들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을 <국가수사본부>는 하나하나 동행 취재한다. 물론 규정에 맞춰 범죄현장의 기록에 블러 처리를 하지만 그 상황은 실제 벌어진 그대로이기 때문에 마치 시청자들은 형사들과 함께 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 동참하고 있는 듯한 실감을 준다.

끔찍한 범죄현장은 처음 시신으로 발견된 피해자들의 모습들로 참혹하고, 그 잔인함을 바라보는 형사들의 마음은 분노와 연민과 더불어 범인을 꼭 잡겠다는 마음으로 불타오른다. 첫 번째 에피소드로 소개된 ‘친절한 이웃’편은 엄마와 딸에게 약을 먹이고 살해한 사건으로 위층 이웃이 용의자로 지목되었고,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에 의해 범인임이 분명했지만 모든 걸 완강히 부인하는 바람에 형사들이 증거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과정을 담았다.

급기야 맨홀 뚜껑 아래서 사라졌던 딸의 핸드폰을 극적으로 찾아내기도 했지만 용의자의 지문이나 DNA 흔적도 지워져있는 상황. 인근 빌라 세대원 200여 세대를 탐문하고 사건 당시 사라진 팔찌와 같은 모델을 찾기 위해 300여개 금은방을 탐문하기도 하는 형사들을 따라가는 과정은 그들의 간절함을 시청자들도 똑같이 느끼게 되는 시간 그대로였다. 게다가 용의자는 이 사건의 진범을 은근히 당시 유일한 생존자인 피해자의 아들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형사들은 미칠 지경이 되었다.

다행히 판결에 의해 구속 결정이 남으로써 이들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게 되었지만 형사들은 기뻐도 기쁜 마음을 드러내지 못했다. 사람이 사망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구속 결정이 난 이후 형사들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찰 관련 영화 중에 <강력3반>이라고 그 대사 중의 하나가, 주인공이 그 동료 형사한테 하는 얘기가 범인이 너무 잡고 싶으면 눈물이 난다는 대사가 있거든요. 그 때의 그 영화 대사가 어떤 느낌인지 이 사건을 하면서 저도 느꼈거든요.” 실제로 한 형사는 인터뷰 도중 피해자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형사라고 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처럼 묘사되기도 하지만 더할 나위 없는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는 순간이었다.

첫 번째 사례가 ‘범인을 잡고픈 형사들의 간절함’을 담았다면, 두 번째 사례 ‘방망이와 작대기’편은 영화 속 슈퍼히어로 같은 강력팀 형사들의 시원시원한 검거 과정을 담았다. 폭행 상해 피해자를 수사하다가 등장한 마약으로 마치 고구마 줄기에 주렁주렁 끌려 나오는 고구마들처럼 마약조직원들을 하나하나 일망타진해가는 평택경찰서 강력2팀을 따라간 57일의 기록이 그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도주하는 범인들을 형사들이 어떻게 추적하고, 끝까지 찾아가 검거하는 그 과정을 현장감 있게 보여줌으로써 보는 내내 안도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런 형사들이 있어 시민들이 보다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든든함이 그 과정 전체에서 느껴졌다. 특히 손발이 착착 맞아 돌아가는 강력2팀 사람들의 면면은 그 한 명 한 명이 기억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티’가 있으면서도, 이를 추적하는 형사들의 관점으로 범죄의 자극이 아니라, 검거 과정에 집중하는 <국가수사본부>는 그래서 과거 <경찰청 사람들>의 OTT 버전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경찰청 사람들>과 확연히 달라지는 지점은 취재에서 느껴지는 치열함과 근성이다. 게다가 이렇게 취재해온 내용들을 극적으로 구성해낸 점 또한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게 가능했던 건 여러모로 이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출신 배정훈 PD의 공이 아닐 수 없다. 자칫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범죄 현장의 이야기를, 이를 수사해나가는 형사들의 관점으로 그 진정성을 담아 보여준 것이 <국가수사본부>가 재미와 더불어 의미까지 더한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다큐멘터리가 OTT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 <국가수사본부>는 지상파의 시사교양 다큐멘터리의 저력이 웨이브 같은 토종OTT와 만나 시너지를 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OTT여서 그간 지상파에서는 시도할 수 없었던 어떤 선을 넘어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 향후에도 충분히 이런 방식의 확장은 OTT 다큐멘터리의 경쟁력으로 자리하지 않을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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