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돌아온 ‘시골경찰 리턴즈’, 그 기대와 우려 사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경찰서에서 형사들과 동고동락하며 제작한 웨이브의 100% 리얼 수사 다큐 <국가수사본부>가 화제다. 그러나 경찰서에서 실제로 생활한다는 방송 콘셉트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다. 2017년 여름 MBC에브리원에는 유명 배우들이 한적한 시골마을 지구대에서 며칠간 숙식하며 실제로 경찰 업무를 보는 관찰예능 <시골경찰>을 방영했다. 신현준, 오대환, 이청아 등이 주축이 되어 시즌4까지 진행된 이 시리즈는 이후 <바다경찰>, <도시경찰> 등의 스핀오프까지 이어지며 대표적인 배우 예능 IP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코로나 시국 동안 중단되었으나 원조의 이름을 부활시켜 <시골경찰 리턴즈>라는 이름으로 5년 만에 돌아왔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출연진이다. 신현준과 오대환 배우 콤비나, 이후 진행된 스핀오프 시리즈의 축이었던 배우 조재윤 모두 보이지 않는다. 함께 기획사를 차린 김용만, 김성주, 안정환, 정형돈 등 ‘뭉치면’ 패밀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기조를 배우들이 출연하는 관찰예능에서 예능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캐릭터쇼로 바꿨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국가수사본부> 같은 콘텐츠도 나온 마당에 리얼리티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익숙한 관계의 캐릭터 플레이가 펼쳐지는 리얼버라이어티 방식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듯하다.

안동에 위치한 경북경찰청에 가는 여정부터 정겨운 시골 풍경까지 기억이 되살아난다. 신임 경찰 교육을 받고, 근무지로 이동해 근무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관내를 돌아보는 장면들은 기존 <시골경찰>을 다시 꺼내보는 반가움이 들었다. 하지만 아쉬운 건 반가움의 희석이다. 이 프로그램만 놓고 보면 5년 만에 돌아온 셈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이 멤버들은 지난달, JTBC 예능 <뭉뜬리턴즈>에서 여행을 다녀온 이후 두 번째로 만나는 프로젝트다.

<뭉뜬리턴즈>도 오랜만에 다시 뭉친 반가움과 이들의 찰진 관계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첫 여행을 마무리하고 받은 성적표는 의외다. 성적이나 화제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뭉치면’ IP 중에서도 가장 저조한 초반 실적을 기록했다. 반갑긴 했지만 달라진 점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캐릭터쇼가 중심인데 이 넷은 함께 회사를 차릴 정도로 이미 친분은 갖춰졌고 너무나 잘 아는 관계이기에 성장서사를 기대할 수 없었다. 끊임없는 투덜거림 또한 티키타카의 한 요소라고 판단했는지 부정적인 감정들을 자주 표출하는 장면들은 역효과가 염려되기도 했다. 투덜거림을 재미로 받아들이기엔 시청자들의 삶은 팍팍하고, 다른 흥미로운 선택지가 너무나 많다.

<시골경찰 리턴즈>는 얼마나 다를까? 이제 첫 방송일 뿐이지만 <시골경찰 리턴즈>에서도 느껴지는 별다른 변화나 업그레이드는 없다. 안동의 경북경찰청 가는 여정, 홍보성 견학과도 같은 속성으로 받는 신임경찰 교육과 임명식 등 모두 8번의 시리즈에서 익히 반복해온 루트를 그대로 따라간다. 결정적인 차이는 전혀 긴장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을 ‘방송’으로 임하는 예능선수들의 모습이다. 오히려 어색함과 의전에 쩔쩔매는 경정이 운전해서 모시고, 갓 임관한 순경들은 수다와 장난을 이어가며 웃음을 만든다. 리얼리티와 낯선 곳에 임한다는 긴장감은 찾아볼 수가 없다.

배우들은 가짜로든 진짜로든 긴장한 티를 드러내고 경찰 역할에 몰입했다면 이들은 제복을 입었을 뿐 바르셀로나 골목에서와 마찬가지로 티격태격, 티키타카에서 나오는 웃음을 앞세운다. 이들이 왜 시골경찰이 되어야 하는지, 어떤 각오가 있는지, 무슨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는 없다. 안 그래도 시즌이 반복되면서 점점 더 홍보성 콘텐츠라는 비판이 있었고, 리얼함을 살리는 설정을 내세움에도 긴장감이나 현장감이 밋밋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던 시리즈인데, 익숙한 조합이 만들 만 50세 순경들의 티키타카로 기존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모양새다.

그래서일까. 제작진은 촬영 회차가 누적될수록 재미도 복리로 늘어날 것이란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숙한 조합에 거는 기대는 판판이 깨지기 마련이다. 간단하다. 같은 조건으로 매번 다른 화학작용을 만들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캐릭터쇼를 기반으로 흥행을 <나 혼자 산다>, <뿅뿅 지구오락실>같은 예능의 공통점은 신선한 조합에서 나오는 폭발력이다. 이 시리즈의 기원인 배우 예능의 장점 또한 신선함에 있다. 배역을 떠난 인간적 매력은 생소하기 때문이다.

20여 년간 우리 곁에 방송인으로 큰 활약을 한 익숙한 인물들이, 그리고 근 10년 가까이 함께해온 조합이자, 최근 다른 방송도 함께하는 이 멤버 자체에 모든 걸 걸어서는 안 된다. 이미 익숙한 캐릭터쇼가 기대된다는 여론은 무조건 경계해야 한다. 반가움과 익숙함을 넘어설 수 있는 복안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리얼리티 대신 <시골경찰 리턴즈>가 선택한 캐릭터쇼가 과연 시리즈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멤버들은 얼마나 집중하고 역할에 몰입할 수 있을까? 오리지널리티, 즉 진정성은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 우려가 앞서는 건 사실이나 앞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재미와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길 바래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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