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살인과 다를 바 없는 사기사건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

[엔터미디어=정덕현] “너 사람 아니라고 했지? 살인범이야 넌. 사기도 살인만큼이나 강력한 범죄라고. 난 살인자 용서 안 해. 그러니까 네가 책임져!”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미끼> 엔딩에서 구도한(장근석)은 희대의 사기범 노상천(허성태)과 설원에서 격투를 벌이며 그렇게 외친다. 이 한 줄의 대사에는 <미끼>가 그려낸 살인과 사기 사건들을 통해 끝내 하려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기도 살인만큼이나 강력한 범죄라는 것.

이 메시지가 울림을 주는 건 실제로 사기사건으로 치부되어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을 받는 사기범들이 실제 하기 때문이다. 최근 벌어진 ‘전세 사기사건’만 봐도 그렇다. 이 사건 때문에 절망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들이 나오는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던가. 노상천이 끝까지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무게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은 그래서 시청자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사람을 죽였어? 강도짓을 했어? 고작, 고작 사기 좀 친 거라고, 그게 다라니까!” 그는 심지어 ‘고작’이라고 말한다.

<미끼>는 희대의 사기 사건을 저지르고 중국으로 도주한 후 거기서 사망했다는 노상천이라는 사기범을 추적하는 피해자들과 구도한 형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공식적으로 사망 소식이 뉴스로 알려졌지만, 피해자들은 믿지 않았고 그래서 중국까지 들어가 노상천을 추적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구도한 형사는 노상천이 살아있다는 뉘앙스를 담은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희대의 사기사건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 인물이 특이했던 건 그 많은 범죄 중 유독 살인사건에만 집착한다는 사실이다.

드라마가 구도한의 캐릭터를 이렇게 잡아놓은 건, 이 작품이 끝내 전하려는 사기 사건의 중대함을 끄집어내기 위함이다. 구도한은 사건을 추적하면서 처음에는 살인사건에만 집중했지만 갈수록 피해자들의 결코 지워지지 않는 아픔들을 목격하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노상천의 사기사건으로 자살한 사람들만 무려 40명이다. 구도한은 사기가 살인사건과 다를 바 없다는 걸 깨닫고 노상천을 추적한다.

<미끼>는 그래서 사기사건과 살인사건이 겹쳐지고, 가짜로 죽었다고 한 후 잠적해 버린 노상천을 추적하는 피해자 모임과 구도한 같은 형사들 게다가 또 다른 목적을 가지고 그를 귀국하게 만들려는 이들까지 더해지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도대체 사건의 전말이 무엇인가를 궁금하게 만드는 전개가 계속 이어졌고 그건 시청자들이 계속 물 수밖에 없는 미끼가 되었다.

하지만 이 복잡한 서사에 중심을 잡아준 건 노상천과 구도한이고 이 인물을 연기한 허성태와 장근석이다. 시청자들이 한 번 물면 빠져나올 수 있게 만든 <미끼>의 힘은 사실상 이 두 인물의 강력한 흡인력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파트1을 노상천이라는 희대의 사기범의 탄생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허성태가 이끌었다면, 파트2는 그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구도한 형사의 집념에 동참하게 만든 장근석이 끌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마지막 설원에서 펼쳐지는 난투극은 그 긴 여정을 통해 끝내 서로 마주하게 된 노상천과 구도한이 대결하는 압도적인 장면으로 남게 됐다. 끝까지 사과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노상천과 그런 그에게 그가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절절하게 쏟아내는 구도한의 모습은 현실의 사기 범죄자들과 피해자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엘리야부터 이성욱, 박명훈, 오연아, 유성주, 박윤희, 서정연 등등 여러 배우들이 모두 호연을 펼쳤지만 그 중에서도 허성태와 장근석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악역이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허성태의 물오른 연기와,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만큼 색다른 연기변신을 보여준 장근석이 밀고 끌어서 <미끼>라는 수작이 탄생했다. 누구든 한 번 보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진짜 ‘미끼’ 같은 작품이.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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