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갤3’와 ‘슈퍼 마리오’가 가정의 달 특수 제대로 누린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모처럼만에 극장가에 단비가 내렸다. 가정의 달 연휴를 맞은 어린이날, 극장가는 간만에 관객들로 북적였다. 코로나19 이후 ‘관객 비(?)’가 내리지 않아 이러다간 사막이 될 것 같던 극장이 몰려온 관객들로 촉촉이 젖어들었다. 마침 전국적으로 비가 내려, 야외활동 대신 극장을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진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정의 달에 딱 맞게 어린이도 어버이도 찾아 볼만한 영화들이 있었다. 바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3(이하 가오갤3)>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이하 슈퍼 마리오)>가 두 주역들이다.

제임스 건 감독의 <가오갤3>는 최근 위기설이 나오기까지 했던 마블의 구원자처럼 보였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마블이었다. 그래서 마블 팬들에게는 <가오갤3>만은 최후의 보루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 마음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가오갤3>는 이 매력적인 세계관 속으로 관객들을 빨아들였고, 빵빵 터지는 유머와 상상을 초월하는 액션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스런 캐릭터들이 들려주는 감동적이고 먹먹한 이야기까지 전하며 마블의 저력을 보여줬다.

큰 부상을 입은 로켓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가디언즈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번 편은, 로켓이 과거 너구리에서 지적 생명체가 되는 과정의 비극적인 과거사를 꺼내놓는다. 물론 <가오갤3>는 특유의 유머가 시종일관 터지는 유쾌한 작품이지만, 여기에 로켓의 비극을 통한 유전자 개량이나 동물 실험 등에 대한 묵직한 비판의식까지 더해줌으로써 먹먹한 감동을 주는 무게감 있는 작품이 됐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심지어 관객들이 박수를 치는 진풍경을 오랜만에 보게 만드는 그런 작품.

한편 <슈퍼 마리오>는 특유의 음악소리만으로도 향수와 추억을 자극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스토리는 대단할 것 없지만, 마리오가 피치 공주와 함께 떠나는 일련의 모험들 속에 펼쳐지는 익숙한 게임 속 풍경은 관객들을 반색하게 만든다. 마치 92분 간 자신이 즐겼던 게임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랄까.

동키콩이 연실 굴려대는 드럼통을 계속 점프해가며 뛰어올라 공주를 구하는 게임을 오락실에서 했던 장년층들은 마리오와 동키콩이 맞붙는 장면에서 반색할 수밖에 없고, 게임기로 마리오 카트를 했던 젊은 세대들은 마리오와 동키콩이 카트를 타고 <매드맥스>의 한 장면처럼 쿠파의 부하들과 싸우는 대목에서 환호가 터질 수밖에 없다. 아예 대놓고 ‘귀여움’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마음부터 끌어당기는 전략을 쓴 이 작품은 모든 세대를 무장해제시켰다.

<가오갤3>와 <슈퍼 마리오>가 가정의 달 연휴 극장가로 관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극장을 찾는 전반적인 관객 수가 줄어들은 게 사실이지만, 어린이날 같은 특별한 날의 ‘이벤트’로서 극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중요한 건 그 시기에 어울리는 이벤트가 되어줄 수 있는 작품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요즘은 꼭 극장에 가서 봐야 할 만한 동기를 주지 않는 작품에 관객들은 쉽게 발길을 옮기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가오갤3>나 <슈퍼 마리오>가 갖고 있는 ‘팬덤’ 콘텐츠적 성격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마블 아니 <가오갤> 팬들은 <가오갤3>가 이 시리즈의 마침표가 될 거라는 이야기에 더더욱 몰려들었다. 항간에는 캐릭터 중 하나가 죽는다는 루머까지 돌면서 팬들을 더 가슴 졸이게 만들기도 했다. <슈퍼 마리오> 역시 수십 년에 걸쳐 다양한 게임기의 형태로 등장한 이 게임의 팬층이 결집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극장을 가야할 이유가 충분했던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극장은 여전히 위기다. 그리고 이 위기를 맞아 변신 중이다. 그 향방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이번 가정의 달 특수를 오랜만에 누리게 된 극장들은 여기서 읽어내야 할 것들이 적지 않을 듯싶다. 특별한 날의 이벤트 공간으로서의 극장, 또 팬덤들이 결집하는 공간으로서의 극장이 바로 그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가오갤3><슈퍼마리오>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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