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원하는 김병철의 파국에 펄펄 나는 ‘닥터 차정숙’

[엔터미디어=정덕현] “보았느냐. 결국 파국이다!”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에서 이 대사로 이른바 ‘파국남’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김병철은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진짜 파국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파국을 맞이할수록 <닥터 차정숙>은 펄펄 난다. 사실상 모두가 그의 파국을 원할 정도로 그가 연기하는 서인호(김병철)라는 빌런 남편이 하는 밉상 짓이 만만찮은데다, 코믹과 뒷목(?)을 적절히 엮어낸 그 캐릭터 때문에 파국의 ‘타격감’이 시청자들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어서다.

<닥터 차정숙>에서 서인호라는 인물의 ‘분노 유발’ 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먼저 20년간이나 전업주부로 살아온 아내 차정숙(엄정화)이 해온 헌신을 헌신짝 취급하는 인물이다. 자신이 벌어다 준 돈으로 호의호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내를 대한다. 심지어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 그는 자신의 간을 떼어주는 걸 고민하고 결국 그의 어머니 곽애심(박준금)의 반대로 이를 포기한다. 다행히 다른 공여자가 나타나 수술을 받고 위기를 넘기지만 눈 뜨자마자 차정숙이 한 방 때리고 싶은 마음을 들게 만드는(?) 캐릭터다.

게다가 그는 불륜남이다. 학창시절부터 사귀었던 최승희(명세빈)와 지금껏 불륜을 저질러오며 슬하에 고등학생 딸까지 뒀다. 그 딸인 최은서(소아린)는 엄마인 최승희가 차정숙보다 먼저 아버지 서인호와 사귀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걸 드러내지 못한 채 불륜관계만을 유지해온 걸 탐탁찮게 여기고 결국 그 사실을 그가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차정숙의 딸 서이랑(이서연)에게 폭로한다. 서인호는 차정숙에게 나쁜 남편이지만 동시에 서이랑에게도 또 최은서에게도 나쁜 아빠다. 이러니 그의 파국이 사이다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은근히 아들이 차정숙과 결혼할 것에 대해 투덜대고 며느리를 당연한 듯 이 일 저 일 부려먹는 시어머니 곽애심에게도 서인호는 나쁜 아들이 됐다. 그가 오래도록 불륜을 저질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 시어머니는 며느리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또 서인호를 롤모델 삼아 존경하는 마음까지 갖고 있었던 아들 서정민(송지호)이 갖게 된 실망감도 빼놓을 수 없다. 아빠의 불륜사실을 알게 된 서인호는 엄마 차정숙이 한없이 안타까워 보인다.

이처럼 서인호라는 인물은 <닥터 차정숙>의 최종 빌런으로서 모든 이들의 공공의 적이 된다. 그래서 모두가 그를 질타하고 심지어 때리는 장면들이 보는 이들을 시원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 시원한 타격감은 이 인물을 코믹과 분노유발 두 요소를 적절히 섞어 캐릭터화한 지점에서 극대화된다. 서인호는 하는 짓을 볼 때마다 뒷목 잡게 만드는 캐릭터지만, 망가지거나 무너질 때도 보는 이들을 웃게 만들 정도로 확실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이러니 이 인물이 파국을 맞이할 때 보여주는 그 당황한 얼굴과 당혹감 가득한 표정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제 앞으로 펼쳐질 차정숙의 반격은 그래서 서인호의 우스꽝스러운 파국의 리액션과 더해져 더 강력한 타격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예고편에도 살짝 등장한 것이지만, 자신은 불륜을 저질렀으면서 로이 킴(민우혁)과 가까워지는 아내 차정숙을 보면서 질투에 불타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차정숙 역할의 엄정화가 가진 매력이 드라마 전체를 끌고 가는 힘이지만, 여기에 분노 유발자 서인호 역할을 찰떡 같이 소화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시원한 사이다를 안겨주는 김병철의 샌드백 연기까지 더해져 <닥터 차정숙>은 시청률에서도 펄펄 날고 있다. 8회만에 자체 최고시청률을 16.8%(닐슨 코리아)를 기록한 것. 그 상당 지분에는 김병철의 파국 연기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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