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가족을 건드리는 건 못 참아(‘패밀리’)

[엔터미디어=정덕현] “똥!” 강유라(장나라)와 권도훈(장혁)의 딸 민서(신수아)를 납치해 가던 조태구(김남희)는 차안에서 그렇게 다급하게 외치는 민서 때문에 결국 차를 세우고 주유소 화장실에 간다. 조태구를 삼촌으로 알고 있는 민서는 그렇게 끝없이 그에게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조른다. 어쩐 일인지 킬러이자 조합의 명령을 받고 있는 조태구는 이런 민서에게 쩔쩔매며 요구를 들어준다. 그는 민서에게서 자신의 딸을 떠올린다. 아마도 지금은 없는 딸을. 그래서 조태구는 아이를 납치한 킬러가 아니라 진짜 삼촌처럼 민서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일 게다.

tvN 월화드라마 <패밀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스파이물의 틀을 가져왔다. 블랙요원이지만 가족들에게는 정체를 숨기고 있어 생겨나는 코미디와 스파이 액션 그리고 가족극이 버무려진 그런 스파이물 말이다. 처음에는 권도훈이 블랙요원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지만, 차츰 그의 아내인 강유라 역시 과거 국가가 아이들을 모아 요원을 만들었다 버려진 킬러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는 그 조합이 아이들까지 모두 ‘폐기처분’하던 날, 가까스로 탈출해 태국의 한 가정집에 숨어들었고, 그 집 주인들의 보살핌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조합의 킬러들이 끝내 찾아와 양부모를 살해했고, 강유라는 권도훈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강유라에게 가족은 그래서 남다른 의미다. 모든 걸 걸고라도 지켜야 하는 어떤 것. 그래서 조합의 신세력이 구세력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와중에 조태구가 강유라 앞에 나타나 구세력이었다 현재는 권도훈과 함께 블랙요원으로 활동하는 오천련(채정안)을 제거하라고 압박하자, 강유라는 거꾸로 조태구를 제거하겠다 마음먹는다. 그걸로 끝나지 않겠지만 또 다른 킬러들이 오면 계속 제거해버리겠다는 것.

이 과정에서 평범한 가족의 일원으로 보였던 권도훈과 강유라는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다. 어찌 보면 조태구의 협박에 의해 총구를 오천련을 향해 들어야 했던 강유라는 남편 권도훈과 대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지만, 강유라는 그 총구를 조태구를 향해 돌림으로써 이제 이 부부는 공통의 목표를 갖게 됐다. 그건 결국 신세력과 맞서는 일이지만, 권도훈과 강유라에게는 가족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다.

그 가족의 중심에 바로 여덟 살 딸 민서가 있다. 즉 <패밀리>는 민서라는 인물이 중심축이다. 권도훈과 강유라가 한 뜻으로 뭉치는 것도, 또 그들의 정체가 한명은 블랙요원이고 한명은 킬러라고 해도 그런 것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어떻게든 지켜내야 하는 민서가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순수한 동심을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민서의 말과 행동은 조태구 같은 인물 앞에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조태구 역시 민서를 통해 자신의 딸과 가족을 떠올리고, 그래서 민서가 원하는 것들을 외면하지 못한다. 아이를 납치한 상황이지만, 민서가 원하는 떡볶이집에 가고 인생네컷 사진을 찍고, 끝없이 놀아달라는 요구를 들어주고, 배고프다고 하자 먹을 걸 사러 갔다 온다. 이건 스파이 액션물에서 킬러가 할 행동이 아니다.

하지만 가족극과 코미디가 엮어진 <패밀리>에서 민서와 조태구가 보여주는 이런 의외의 상황들은 이 작품이 가진 핵심적인 재미요소다. 평범한 가족과 살벌한 스파이 액션이 병치됨으로써 만들어지는 웃음과 긴장감이 이런 상황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민서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한없이 티 없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어른들 상황들과 병치됨으로써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패밀리>는 결국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는 드라마다. 저마다 정체를 숨긴 채 살아왔지만, 가족의 안위를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그런 것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민서 역할의 신수아는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실질적인 최종병기처럼 보인다. 한결같은 순수함으로 살벌한 어른들조차 무장해제 시키는 역할을 찰떡 같이 소화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