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논란 ‘인어공주’, 영화 자체는 볼만한가?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소위 <인어공주> 논란에서 가장 어이없는 부분은 이 영화가 잉여의 존재라는 것이다. 새로운 디즈니 클래식 리메이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그런 거 만들 시간과 돈과 인재가 있다면 뭔가 새로운 걸 하지.“이다. 디즈니 유니버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정교한 사업적인 계산이 있겠지만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하여간 이런 영화 대부분은 흥행여부와 상관없이 빨리 잊힌다. 결국 히트작의 열화복제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엠마 왓슨이 나오는 <미녀와 야수>를 얼마나 기억하는가? 추가된 노래들은? 아, 물론 가끔 예외도 있다. <알라딘>의 <스피치리스> 같은. 하지만 실사판 <알라딘>이 기억될만한 영화냐면… 그건 아니지 않을까.

그렇다면 시간이 남아도는 어떤 사람들이 <인어공주>의 캐스팅에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차피 잉여의 영화이다. 리메이크가 보기 싫으면 언제나 원작으로 돌아가면 된다. 원작으로도 모자란다면 그 뒤로 자그마치 3시즌이나 이어진 프리퀄 텔레비전 시리즈와 그 뒤에 또 나온 프리퀄 영화가 있다. 어느 누구도 <인어공주> 리메이크가 절대로 봐야 하는 어떤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쓸데없이 많은 사람들이 주연배우 할리 베일리에게 인터넷 불링을 하고 있고, 이건 전형적인 학교폭력의 방식을 따른다. 이 사람들은 <인어공주>에 대한 대단한 애정이 있어서 저러는 것이 아니다. 그냥 떼로 모여 쉽게 팰 수 있는 표적이 생겼기 때문에 저럴 뿐이다. 저런 것들은 기록으로 남아 후대에 염치없는 인종차별의 증거로 인용될 텐데 수치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흑인 인어공주가 필요한가? 이건 큰 의미가 없는 질문이다. 할리 베일리는 컬러 블라인드 캐스팅된 배우이다. 디즈니 제작진이 이를 받아들이기까지 여러 계산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 캐스팅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보수적이었을 거라는 건 100% 확신할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건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리고 영화를 보면 이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이 보인다. 할리 베일리는 강렬한 화면장악력이 가진 무비스타이며 베일리의 에어리얼은 영화 속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이 캐스팅은 원작을 배반한 것인가? 안데르센은 인어공주가 장미꽃처럼 깨끗하고 맑은 피부에 깊은 바다처럼 푸른 눈을 가졌다고 묘사했다. 하지만 후대 사람들은 생각만큼 원작의 외모 묘사를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안나 카레니나> 영화, 드라마 중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외모 묘사를 따른 작품이 단 하나라도 있는지 보라. 무엇보다 인어의 인종이 백인으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어이가 없다. 오히려 논리적으로 괴상한 것은 비유럽 국가의 흑인 왕족에게 입양되었고 에릭이라는 이름을 가진 백인 남자가 그 나라의 왕자라는 것이다. 역시 컬러 블라인드 캐스팅의 결과가 아닌가 싶긴 한데, 그렇다고 영화에서 가장 어색한 부분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화 <인어공주>는 볼만한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굳이 안 나와도 되는 영화이고 디즈니 리메이크 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거의 모든 장면들이 원작의 그림자 밑에 있다. 영화는 그럴싸한 이야기가 되기 위해 불필요한 노력을 하고 그 때문에 종종 구차스러운 설명이 들어간다. 오로지 애니메이션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인 세바스찬과 플라운더는 실사 세계에게서 존재하느라 애를 먹는다. 특히 플라운더는 거의 존재가 날아갈 지경인데, 이럴 거라면 물고기 대신 보다 표정이 풍부한 다른 동물로 바꾸었어도 되었을 걸 그랬다. 예를 들어 물개는 어떤가? 영화 속 바다는 아무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고 디즈니의 전문가들이 사실성을 깨트리지 않는 한에서 화면에 색과 빛을 넣어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건 알겠지만 이게 최선이었나하는 의문이 든다.

이 모든 문제점들은 2D 애니메이션에서 완벽했던 세계를 굳이 실사로 옮겼기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주인공 에어리얼이 나오는 거의 모든 장면은 강한 인상을 남기며 악역 울슐라를 연기한 멜리사 맥카시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 영화를 통해 자기만의 매력을 가진 ‘Part of Your World’와 ‘Poor Unfortunate Souls’의 새로운 버전을 얻었으니 영화는 자기 역할을 했다고 봐야겠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인어공주>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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