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 메가톤급 흥행이 보여준 극장의 생존비법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시원하게 싹 쓸어버린다!’ 포스터 문구처럼 영화 <범죄도시3> 마동석의 핵주먹이 극장가를 휩쓸었다. 개봉 전부터 기대감이 높았지만 역시 <범죄도시3>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며 한국영화의 구원자로 떠올랐다. 개봉 7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한 것. 올해 들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외화들이 힘을 발휘한 가운데, 한국영화가 이렇다 할 성적을 내놓지 못한 그 갈증을 <범죄도시3>가 풀어줬다.

작품의 완성도나 새로움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들이 존재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범죄도시3>가 신드롬급 흥행을 일으킨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 이유들은 어쩌면 향후 위기의 극장가가 생존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범죄도시3>의 무엇이 훨씬 까다로워진 관객들을 극장으로 오게 했던 걸까.

그 첫 번째는 역시 ‘팬덤’이다. <범죄도시3>는 마동석 브랜드가 이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는 걸 말해주는 시리즈다. 관객들은 <범죄도시> 시즌1과 2를 경험하면서 마동석이 가진 두 가지 매력적인 요소를 분명히 경험했다. 하나는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토르가 망치질을 하듯 시원시원하게 터지는 핵주먹 액션이다. 액션영화에서 이 시원함 하나는 스토리가 다소 약하다 해도 모든 걸 용서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는 살벌한 긴장감을 뒤집어 중간 중간 풀어내 이완시켜주는 웃음이다. ‘마블리’라고 불릴 정도로 덩치는 산만 해도 하는 행동이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귀엽고 빵빵 터지게 만드는 마동석 브랜드가 가진 이 힘은 <범죄도시>라는 시리즈에서 최적화됐다. 보기만 해도 공포물에 가까운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빌런 앞에서 마동석의 등장은 그래서 그 긴장을 주먹이든 웃음이듯 풀어내는 강력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팬덤’ 요소와 더해져 두 번째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건 <범죄도시3>가 ‘극장에서 봐야 제 맛’이라는 차별점을 분명히 내세웠다는 점이다. 사실 코로나19 시국을 지나면서 관객들의 영화 소비 방식은 변화했다. OTT로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면서, 꼭 극장에 가야할 이유가 제시되지 않으면 가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관객이 줄어 영화 티켓 가격이 오른 점도 여기에 일조했다.

그런 점에서 <범죄도시3>는 극장에서 봐야 그 액션의 시원함이 배가된다는 걸 분명히 보여줬다. 블록버스터처럼 주로 볼거리가 중요할 거라 여겨지지만, <범죄도시3>는 볼거리만큼 음향효과가 큰 힘을 발휘했다. 극장만큼 완벽한 음향효과를 제공하는 곳이 없고, 그곳에서 봐야 액션의 실감도 배가된다는 걸 <범죄도시3>는 확실하게 관객들에게 인지시켰다. 이처럼 ‘극장에 가야할 이유’는 이제 향후 영화들이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지점이 됐다.

세 번째 성공 요인은 관객들이 몰릴 수 있는 ‘개봉시점’을 잘 맞췄다는 점이다. 31일 정식으로 개봉했지만 이른바 유료시사회를 통해 석가탄신일 연휴 시작인 27일 주말에 공개되면서 무려 48만 명이 먼저 <범죄도시3>를 봤다. 이건 일종의 신드롬의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개봉과 함께 관객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 다음 주에도 현충일 연휴가 이어지면서 하루에 100만 명씩 영화관에 관객이 몰리는 놀라운 흥행속도를 보여줬다.

즉 <범죄도시3>가 보여준 신드롬급 흥행의 요인으로 ‘팬덤’, ‘극장에 가야할 이유’ 그리고 ‘개봉시점’은 향후 극장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어떤 영화들을 어떤 시기에 걸어야 하는가를 가늠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건 영화관 상영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영화들이 이제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기본적으로 작품 자체가 갖는 재미와 완성도가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그것이 흥행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달라진 관객들의 소비성향에 맞춰진 요소들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범죄도시3>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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