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도경수의 얼굴만 따라가도 빠져드는 작품이 됐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혹자들은 뻔한 신파라고 한다. 하지만 달과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지금껏 우리네 영화가 시도하지 못했던 분야를 성공적으로 구현해냈고, 무엇보다 영화를 통해 우주를 간접체험하는 듯한 실감나는 시각, 청각 효과로 보는 내내 빠져들게 만드는 이 작품을 ‘신파’라는 말 한마디로 단정하는 건 어딘가 아쉬운 지점이다. 김용화 감독의 <더 문>은 물론 후반부에 들어 있는 눈물을 자극하는 신파적 요소가 옥의 티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에 충분히 두 시간여 동안 빠져들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더 문>은 대한민국 최초의 달 탐사선 우리호가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한 태양풍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황선우(도경수) 대원만이 홀로 생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혼자서는 우주선 조종도 하지 못하는 황선우 대원을 살려내기 위해 우주센터 관계자들이 총력을 다하는 와중에 5년 전 나래호 사고의 책임을 지고 떠났던 김재국(설경구)이 합류하면서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가 다시 타오른다. 과거 사고에 대한 책임감과 그로 인해 자살했던 황선우 대원의 아버지에 대한 부채감까지 더해진 김재국은 어떻게든 황선우를 구해내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NASA의 도움을 받아야 그나마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이 달 탐사에 나서는 걸 탐탁찮게 여기는 미국이 이러한 도움을 거절하자, 김재국은 NASA에서 일하는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이자 전처인 윤문영(김희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결국 <더 문>은 이 황선우 대원이 과연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까 하는 난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영화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달 착륙을 홀로 시도하고, 달에서 탐사를 하던 중 쏟아지는 유성우 속에서 탈출하는 등 다채로운 상황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실제 달에 있는 듯한 실감의 세계로 인도한다.

달 탐사를 두고 미국 같은 강대국들이 갖는 자국이기주의와, 5년 전 사고에 대한 책임감을 떨쳐 내지 못하고 또 다시 그때의 악몽을 떠올리면서도 그 책임을 통감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의 아들 황선우 대원을 어떻게든 구해내려는 김재국의 감정, 여기에 NASA 소속이지만 역시 그때의 아픔을 공감하는 윤문영의 복잡한 심정이 뒤얽히면서 <더 문>의 스펙터클은 감정적으로도 요동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우주에 고립된 인물을 구해내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영화는 그 우주선 안에서 버텨나가는 인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가 아닌 가상의 세트에서 찍을 수밖에 없는 이 장면들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그 인물이 시시각각 겪게 되는 감정들을 제대로 몰입해 전해주는 연기자의 역할이다. 즉 이 복잡한 상황들을 하나로 수렴시키는 인물인 황선우 대원을 연기하는 도경수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황선우 역할을 연기한 도경수는 <더 문>을 시작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연기를 해낸다. 작은 일에도 선배들 앞에 걱정을 늘어놓던 이 인물의 천진함은 모두 사고로 사망하고 홀로 남게 되면서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바뀌고, 그러면서도 미션을 끝내 수행하려는 열정과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예감에서 오는 절망감으로 변했다가, 끝내 각성하고 생존의지를 불태우는 얼굴로 시시각각 변신을 거듭한다.

도경수가 전하는 황선우 대원의 감정들은 그래서 화려한 스펙터클과 더불어 관객들을 영화 깊숙이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된다. 신파라고 하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감정의 폭발은 그래서 단점으로도 보이지만, 영화적 체험으로서 그저 신기한 장면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영화가 만들어내는 정서적 체험을 더해 넣어 대중적으로는 장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리얼리티보다는 판타지가 더해진 면이 있지만 영화의 개연성이 어디 논리로만 얘기될 수 있는 것인가. 특히 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그래서 <더 문>은 그저 신파라고 치부될 영화는 아니다. 특히 이 흥미진진한 체험들을 온전히 전해주는 도경수 같은 배우의 호연이 만들어내는 충분한 몰입감은 분명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왜 설경구가 도경수를 이야기하며 자신은 “거저 먹었다”고 말했는지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더 문>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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