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매력이 작품에 얹는 따뜻함이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믿고 보는 배우? 이른바 ‘믿보배’라는 표현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박보영, 박은빈, 안은진 같은 배우들을 보면, 이들이 주는 작품에 대한 신뢰감은 그저 연기력에 대한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그보다 어딘가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만들고, 때론 당차며 때론 따뜻한 그 개인적인 매력들이 작품의 캐릭터와 어우러져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의 흔한 선입견과 편견을 깨는 작품으로 병동과 환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 어느 작품보다 중요하다. 주인공 정다은(박보영)의 시선이 그래서 특히 중요한데, 환자에 대한 남다른 공감능력을 가진 이 캐릭터를 박보영은 너무나 제 몸에 맞는 옷처럼 착 달라붙게 해준다. 타인이 이야기할 때 지그시 바라보는 박보영의 따뜻한 시선은 이 정신병동의 ‘아침 햇살’ 같은 밝은 이미지를 부여해준다.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는 무인도 같은 현실에 나타난 디바가 현대인들에게 전해주는 위로를 담은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는 저마다의 무인도에서 안간힘을 쓰며 버텨내려는 생존자들이 등장하는데, 실제 무인도에 표류해 15년 만에 구조된 서목하(박은빈)는 그 생존력으로, 도시에 살고는 있지만 저마다의 무인도에 갇힌 윤란주(김효진), 강보걸(채종협) 가족 등을 무인도 바깥으로 구조해내는 역할을 보여준다.
이미 <스토브리그>는 물론이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작품들을 통해 특유의 선하고 씩씩한 이미지를 쌓아온 박은빈은 그래서인지 <무인도의 디바>의 서목하라는 매력적인 생존자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더 큰 울림을 더해준다. 구수한 사투리마저 순수함과 씩씩함으로 느껴지는 이 캐릭터가 던지는 대사들을 듣다보면 그래서 울컥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마치 내게 하는 말처럼 들려서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MBC 금토드라마 <연인>에서 길채 역할을 연기하는 안은진도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읽히는 배우다. <연인>에서 길채라는 캐릭터가 갖는 매력은 성장 캐릭터라는 점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해맑기만 한 인물이었지만, 병자호란을 거치고 그 후 모진 세월을 겪으면서 성장해간다. 그러면서 주체적이고 당당한 자기만의 아우라를 가진 인물이 되어간다. 그런데 이 캐릭터의 성장사는 절묘하게 최근 안은진이라는 배우의 성장사와 겹쳐지는 면이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주목을 받았던 안은진은 <한사람만>을 거쳐 <나쁜 엄마>까지 짧은 기간 안에 계속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오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그는 선한 이미지부터 강인한 면모까지를 오가는 연기의 폭을 만들어왔다. 그래서 <연인>에서의 길채가 보여주는 성장 과정은 이 배우가 걸어온 길을 마치 재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캐릭터와 배우의 성장 모두를 지지하게 되는 마음이 생기는 이유다.
이제 작품에서 배우의 역할은 단지 그 캐릭터를 얼마나 잘 소화해냈는가 하는 연기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 배우가 계속 필모를 통해 걸어오면서 쌓아 놓은 신뢰감이나 평소 대중들과의 접점에서 보여줬던 건강한 이미지들 같은 것들 또한 작품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시대로 돌입했다. 박보영, 박은빈, 안은진은 이 변화된 시대를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배우들이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tvN,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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