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가장 재밌는 ‘경성크리처’, 이 참을 수 없는 지루함이라니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를 보면 국내 글로벌 OTT 프로젝트의 코드들이 보인다. 괴물, 화려한 색감, 외화에서 본 듯한 설정. 어찌보면 <경성크리처>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꼭 <경성크리처>만의 문제는 아니다. <킹덤>과 <스위트홈> 시즌1의 국제적인 성공 이후 글로벌 OTT 프로젝트에서 비슷한 유형의 드라마들이 반복해서 쏟아지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런 드라마들이 한국적이라기보다는 한국적인 소재나 분위기로 해외의 성공한 크리처물을 가공했다는 인상이 좀 짙다. 여기에 <경성크리처>는 심지어 괴물 이야기로 홍보는 했지만 실제로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보아온 일제강점기 서사에 더 가깝다.

경성 최고의 전당포 금옥당의 주인 장태상(박서준)이 토두꾼 윤채옥(한소희)과 함께 이시카와 경무관의 실종된 애첩을 찾는 이야기다. 여기에 일제강점기 서사의 대표적인 것 중 하나인 731부대 마루타가 연상되는 스토리라인이 있다. 그리고 경성 옹성병원의 지하 비밀이 얽히면서 이야기는 크리처물로 연결된다.

<경성크리처>에서 이 연결점이 허술하지는 않다. 다만 단조롭고 지루할 따름이다. 익숙한 이야기를 익숙한 술잔에 따라 마시는 느낌이랄까? 여기에 초반 회차에 사건 설명을 위한 지루한 전개가 이어진다. 그래서 <경성크리처>는 1화와 2화에 걸쳐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1화를 보며 1시간쯤 지났을까 생각하면 30분이 흘러 있고 2화를 보며 잠시 깜빡 졸아 3화까지 본 것 같은데, 아직 2화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랄 수 있다.

하지만 4화부터는 어느 정도 장태상과 윤채옥 패거리의 옹성병원 침투기가 이어지면서 스펙터클한 재미는 아니라도 스몰사이즈의 재미정도는 느낄 수 있다. 단 장태상과 윤채옥의 로맨틱 서사는 마지막까지 딱히 이 드라마의 전개에 도움을 주지는 않을 듯하다.

아쉬운 점은 단조롭고 심심한 전개나 겉도는 로맨틱에만 있는 건 아니다. 빤한 걸 빤하지 않게 만드는 게 어쩌면 주연배우의 능력이다. <경성크리처>의 주인공도 사실 빤한 캐릭터긴 하지만 재미없는 캐릭터는 아니다. 코믹적인 성격도 지니고 있고 모험물의 주인공 같은 성격도 지니고 있다. 진지함과 가벼움을 오가는 극적인 성격이어서 디테일을 잘만 살리면 의외로 극을 긴장감 있게 끌고 갈 수 있었다. 아마 배우 남궁민처럼 주인공의 뻔한 대사를 호흡과 표정. 눈빛으로 다 살려내고 다른 배우와의 소소한 호흡까지 잔재미로 이끌어가는 주연배우였다면 <경성크리처>는 좀 더 재밌었을지도 모른다.

주연배우 박서준의 연기는 장태상의 캐릭터를 너무 평면적으로 그려내는 감이 있다. 박서준은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의 박새로이처럼 단순하고 직선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때 우직한 힘이 실린다. 하지만 장태상은 시대극의 주인공이며 너무나 많은 스토리들이 이 캐릭터와 다 이어져 있는 상황이다. 아쉽게도 박서준은 장태상의 장점을 섬세하게 살리지는 못했고 다른 주변 캐릭터들과 주고받는 호흡 역시 겉도는 감이 있다. 좀 더 대사를 맛깔스럽게 살릴 수도 있었지만 그냥 흘려보낸다. 준비가 부족했거나 아니면 캐릭터를 너무 평면적으로 이해한 것 같은 인상이다.

윤채옥 역의 배우 한소희 역시 비주얼로는 일제강점기의 미스터리한 여인과 잘 어울린다. 하지만 여전히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여다경을 뛰어넘는 분위기를 발산하지는 못한다.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오징어게임>으로 각광받은 씬 스틸러 배우 위하준은 <경성크리처>에서 독립군 권태상을 연기한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에서 그는 장면을 훔치기보다 뭔가 사건 전개의 맥락을 끊는 재연배우 같은 연기를 보여준다.

여기에 <경성크리처>는 OTT에 최적화된 드라마의 패턴과는 거리가 있다. OTT 드라마는 지상파나 종편의 미니시리즈 한 회차에 비해 좀 더 타이트하고 강렬해야 한다. 그리고 큰 맥락으로 끌고 가는 큰 서사와 달리 한 회차에 완결된 하나의 서사가 있는 게 좋다. 하지만 <경성크리처>는 일반 주말드라마의 호흡과 비슷하고 자잘한 긴장감은 있지만 한 번씩 강렬하게 밀려오는 긴장감을 회차마다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래도 초창기 넷플릭스의 성공작인 <킹덤>보다는 더 진화한 스토리와 메시지가 있지 않느냐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킹덤>은 전개는 단순했지만 한 회차에 무수히 많은 긴장의 순간들을 때려 박듯 이어간다. <경성크리처>는 인체실험과 괴물의 등장이 잔인하기만 할 뿐 긴장의 플롯을 강렬하게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어쩌면 OTT 드라마와 어울리지 않는 긴장감 없는 전개가 박서준의 평면적인 장태상 연기와 맞물려 더 지루하게 다가오지 않나 싶다. <경성크리처>라는 제목이 가장 재밌을 줄이야.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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