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김지원 못지않게 나영희·김정난이 중요한 이유(‘눈물의 여왕’)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3월 9일에 시작하는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김수현, 김지원 주연에 대본은 박지은 작가. 나로서는 나영희, 김정난, 두 배우가 나온다기에 기대 중이다. 주인공 해인의 엄마가 나영희, 김정난이 고모, 두 사람은 시누이올케 사이다. 또 거기에 더해서 이미숙이 해인이 할아버지, 그러니까 재벌가 회장의 동거녀로 나온다나. 나영희, 김정난, 이미숙, 만만치 않은 기운의 센 언니들이 한 집안, 그것도 재벌가 여자들을 맡았다는 건데 벌써부터 팽팽한 기 싸움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호흡이 기니까 주인공들의 얘기만으로는 끌어가기가 버겁다. 그래서 받쳐주는 배역들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그 역할들의 활약상에 따라서 재미 여부가 결정된다. 바로 김정난 씨가 그런 역할을 많이 해왔다. 예를 들면 2012년 작 SBS <신사의 품격>. 주인공은 장동건, 김하늘이지만 김정난이 맡은 ‘박민숙’이 없었다면 그 정도로 화제가 되지는 못했을 거다. 나는 ‘박민숙’ 보는 재미에 <신사의 품격>을 봤으니까.

당시는 사전 제작 방식이 아니어서 초반에는 박민숙이 가뭄에 콩나 듯이 가끔 등장했다. 그러다 반응이 오니까 분량이 점점 느는 거다. 박민숙 남편으로 나온 이종혁도 김정난 덕에 역할이 확 살았고. 이 드라마, 명대사가 있다. 불우한 사고뭉치 고등학생 김동협(김우빈)이 억울한 일을 당하자 박민숙이 등장해 한방에 평정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지금 니가 본 게 돈 없는 사람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야" 다시 봐도 명장면이다.

김정난이 2014년 김수현 작가의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는 주인공의 시누이로 나왔다. 드라마 전개가 다소 느슨한 편이었는데 시누이 김정난과 시어머니 김용림, 이 두 모녀의 분량만큼은 흥미로웠다. 여기에 허진이 오랜만에 가사도우미로 등장했는데 그 역할도 화제였다.

이처럼 드라마에서 가사 도우미가 화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KBS <엄마가 뿔났다>에서 장미희네 도우미로 나온 김희령. 드라마에서 장미희가 특유의 어조로 ‘미세스 문’ 이렇게 불렀다. 아줌마라고 하는 게 아니라. 김희령은 이 역할로 이름을 알렸다. 2016년 작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도우미가 나영희다. 사모님은 문소리고. 전지현, 이민호, 최고로 핫한 배우들이 주연이었고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가 썼고. 그런데 시청률이 17%대 안팎에서 움직이다 종영했다. 잘 안 풀렸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나영희, 문소리 두 배우의 환상의 케미가 없었다면? 상황은 더 안 좋았을 거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지구상의 마지막 인어가 육지에 와서 사랑에 빠진다는 판타지 로맨스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설정이 있었는데 과거 조선시대에는 나영희 씨가 상전이고 문소리 씨가 노비였다. 또 여기에 황신혜도 얽혀 있다. 둘이 친구 사이였는데 황신혜가 나영희 남편을 빼앗은 것. 나영희, 문소리, 황신혜, 이 셋의 옥신각신을 보는 게 이 드라마의 재미였다. 지금 돌이켜 봐도 문소리가 싼 티 나는 연기를 썩 잘 했다.

이렇게 나영희도 받쳐주는 역할을 잘 한다. SBS <원더우먼>에서 이하늬의 시어머니로 나왔을 때, 그때도 좋았다. 그런데 요즘 방송 중인 드라마 JTBC <끝내주는 해결사>에도 주인공 이지아의 전 시어머니로 나오는데 어째 이 드라마가 나영희를 제대로 활용을 못한다. 이런 역할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티키타카가 가능한 다른 인물이 있어야 하는데 <원더우먼>에서는 이하늬하고 그게 됐었다. 그러나 <끝내주는 해결사>에는 그런 인물이 없다.

하기야 천하의 김정난을 잘 살리지 못한 드라마도 있지 않나.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여기서 김정난이 진양철 회장의 맏며느리로 나왔는데 분량이 너무 적었다. 설마 박지은 작가가 나영희와 김정난을 그런 식으로 소비하지는 않겠지?

김정난 씨, 이번 작품을 위해서도 준비를 많이 하실 텐데 실력 한번 또 보여주세요! 기대하겠습니다!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tvN,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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