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오컬트 ‘파묘’ 돌풍이 영화계에 주는 시사점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파묘>는 국내 흥행만이 아니라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글로벌한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의 평가가 엇갈리는 것과 달리 <파묘>는 일단 흥행에서는 대단한 성공을 거머쥐고 있는 셈이다.

영화 <파묘>에서 무당 이화림(김고은)이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은 두 가지다. 하나는 최악의 묘지 터에서 파묘를 하기 전, 이화림이 대살굿을 하는 장면이다. 이화림은 칼을 휘두르고, 돼지의 살점을 자르고, 피와 재를 뒤집어쓰며 굿을 펼친다. 영화 개봉 전 배우 김고은이 연기한 대살굿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파묘>는 개봉과 함께 많은 화제를 불러보았다.

또 다른 장면은 무당 이화림이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착용하고 전화를 받는 장면들이다. 도심이나 피트니스클럽에서 통화를 이화림은 힙한 MZ세대의 전형 같은 모습이다. 두 장면을 연결하면 MZ 무당이 된다. 그리고 이 연결공식 안에 <파묘> 흥행의 답이 있다.

이화림과 그녀의 파트너 윤봉길(이도현)의 다크하고 힙한 매력은 영화 <파묘>의 어두운 분위와도 잘 어우러진다. 그간 한국영화에서 희화화되거나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된 무당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화림은 웹툰에 등장하는 능력자 캐릭터의 무속인과 더 가깝다.

한편 <파묘>는 지관 김상덕(최민식)이 파묘하는 첫 장면과는 진행이 좀 어긋난다. 관객들은 영화 <관상> 혹은 영화 <곡성>에 가까운 전개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김상덕과 고영근(유해진)이 보여주는 코믹한 콤비가 중심이 되어 한국의 풍수지리에 명과 암을 보여주는 전개. 아니면 이화림과 김상덕이 파묘 때문에 영적인 공포에 휘말리며 섬뜩한 스릴러 공포로 빨려들어가는 전개.

<파묘>는 관객이 기대한 그 장르적 요소를 모두 품고 가기는 한다. 파묘 이후 죽은 혼령이 후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전개는 전형적인 오컬트 스릴러의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파묘한 무덤에서 거대한 관이 나오면서 영화는 일본의 도깨비 오니가 거대한 괴물로 등장하면서 후반부를 크리처물 분위기로 몰고 간다.

초반 분위기에 집중했던 관객에게 후반부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 좀 더 진지한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파묘>는 마치 한 편의 영화가 아닌 OTT 시리즈물처럼 중간 중간 챕터를 잘라주면서 이 영화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지점을 알려주는 친절을 베푼다. 그 때문에 당황스럽기는 해도 이해가 안 가지는 않는다. 또 영화 스크린보다 브라운관 OTT 시리즈가 더 친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이 잘라서 보여주는 전개가 더 이해하기 쉽게 다가온다.

일본식 도깨비 오니 괴물의 등장 역시 한국 외에 다른 지역 국가의 흥행에 도움을 준 부분이 있어 보인다. 한국의 전설 속 귀신이나 괴물은 대부분 억울해서 복수하는 수준의 악행을 보여준다. 한국의 도깨비 역시 장난꾸러기 정도의 소박한 존재다. 하지만 <파묘>에 등장한 오니 정령처럼 다른 아시아 국가의 괴물이나 귀신들은 섬뜩하고 잔인하며, 이유 없이 사람들을 살해하기도 한다. 아마 이 때문에 한국 외에 다른 국가에서는 후반부의 괴물이 익숙하면서도 섬뜩한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사실 <파묘>는 우리에게 친숙한 오컬트 소재들을 우리에게 익숙한 할리우드 흥행공식 스타일로 변주한 퓨전 영화에 가깝다. 주인공 이화림과 윤봉길은 다크 히어로의 매력을 갖추고 있고, 지관 김상덕은 현자의 풍모를, 고영근은 전형적인 양념꾼의 존재다. 영화는 이 네 명의 캐릭터를 굴리면서 흥행 장르의 공식을 굴려 마지막 거대 괴물과의 나름 스펙터클한 대결로 끝을 맺는다.

<파묘>는 식상한 할리우드 스타일 영화에 대한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식 오컬트 소재만으로도 글로벌한 흥행공식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답안을 보여준다. 서양에서 오랜 세월 다져진 히어로 판타지나 SF를 흉내 내는 것보다 오히려 이쪽을 발굴해 보는 게 가치가 있을 듯도 하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영화 ‘파묘’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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