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100’ 시즌2, 출연자·피지컬·스토리텔링의 삼박자가 맞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넷플릭스 예능 시리즈 <피지컬:100> 시즌2가 TV 비영어권 부문 1위에 올랐다. 지난 27일 넷플릭스의 공식 집계 자료에 따르면 <피지컬:100> 시즌2-언드그라운드는 지난 18일 공개된 후 24일까지 610만 뷰, 2,530만 시청시간을 기록했다.

이런 기록은 사실 지난 시즌1이 6주간 누적 시청 1억 9,263만 시간을 기록하며 TV쇼 비영어 부문 1위를 달성했을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시즌2는 보다 빠르게 <피지컬:100>의 이미 알려진 브랜드를 앞세워 전 세계 구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중요한 건 그만큼 높아진 기대감을 온전히 채워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일 뿐이었다.

그 기대감을 채워 <피지컬:100> 시즌2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하게 만든 데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그 첫 번째는 출연자들이다. 시즌1에서도 그러했지만 시즌2도 출연자들만으로 이 프로그램이 그려나갈 피지컬 서바이벌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국가대표 스포츠인들부터 이미 대중적 저변을 가진 스타 스포츠인들에 배우, 소방관, 군인 등등 다양한 직종의 출연자들이 성별, 연령을 불문하고 망라되었다.

한국인 최초 UFC 진출자이자 한국인 최다승 보유자 김동현을 비롯해, 시즌1에서 1대1 데스매치로 고배를 마시고는 절치부심해 돌아온 최강 피지컬의 소유자 홍범석,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 주짓수 브라운 벨트의 배우 이재윤, 남성 출연자와 맞붙어서도 이기는 여성 종합격투기 선수 심유리, 마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압도적 피지컬의 타노스 김민수, 패자부활전에서 부활해 어벤져스팀을 이끌게 된 전직 레슬링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 정지현 등등 만만찮은 힘과 기량을 가진 출연자들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런 출연자들이 일종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왔던 건 이 프로그램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출발드림팀> 같은 형태의 스포츠형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존재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피지컬:100>이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게 된 건, 코로나19를 겪으며 전 세계적으로 급증한 피지컬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비대면 사회로 들어감으로써 오히려 그 반작용으로서 ‘홈트’가 유행하고 몸 관리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한 그 사회적 흐름이 <피지컬:100>이라는 서바이벌의 주목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외적 요인이 ‘피지컬:100’을 특별한 서바이벌로 만든 두 번째 요인이다.

피지컬은 그저 보기에 좋은 몸이 아니라, 그 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내포한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등장하는 출연자들의 피지컬을 보는 것을 통해 그들이 그간 해왔을 단련의 과정들을 가늠하게 된다. 저마다의 시간과 노력들이 하나하나의 서사를 이루는 100명의 피지컬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건 그래서 이 몸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갖게 된 시대에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여기에 <피지컬:100>의 ‘킥’이라고 할 수 있는 세 번째 요인인 ‘스토리텔링’이 장착된다. 지난 시즌에 <피지컬:100>이 그리스 신화의 서사를 서바이벌에 접목해 마치 그 시대의 격투사들이 벌이는 대결 같은 스펙터클을 그려냈다면. 이번 시즌2는 ‘언더그라운드’라는 부제로 코로나19 시절의 고립된 환경에서의 정서들을 이끌어낸다. 거대한 지하 공간 같은 곳에 100대의 무동력 트레드밀을 세워두고 그 위를 100인의 피지컬이 달리는 장관은 그래서 코로나19 시절의 홈트를 스펙터클화한 느낌을 준다.

또 이번 시즌의 백미로 등장한 세 번째 퀘스트 ‘광산 운송전’은 그런 혹독한 생존환경 속에 내던져진 피지컬들의 서바이벌을 통해 ‘그럼에도 살아남는’ 생존의 서사를 그려낸다. 이처럼 <피지컬:100>을 달리 보이게 하는 건 그저 앙상하게 마련된 세트 위에서의 대결이 아니라, 영화 세트처럼 스펙터클하게 그려낸 스토리텔링 위에서 펼쳐지는 대결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미 전 세계에는 피지컬들이 맞붙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피지컬:100>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설 수 있었던 건 등장만으로 압도적인 출연자들, 코로나19가 촉발한 피지컬에 대한 남다른 관심 그리고 영화적 스토리텔링이라는 세 가지 요인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이제 최종 우승자가 결정되는 8회와 9회만 남긴 <피지컬:100> 시즌2가 이번에는 어떤 최후의 출연자가 가진 어떤 피지컬로 그 스토리텔링을 완성해낼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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