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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김남길부터 고규필까지, 이 죽일 놈의 진정성이라니
기사입력 :[ 2019-10-11 16:47 ]


사람을 들여다보는 여행예능 ‘시베리아 선발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여행예능은 가족예능, 음악예능과 함께 우리 예능에 있어 주요한 콘텐츠다.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관찰예능의 작법으로 만들 수 있는데다가 로망과 신선한 볼거리를 전할 수 있다는 장점, 그리고 이런 재미요소들이 시청자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로 활용될 수 있는 효용이란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며 오늘날의 시청자들이 즐겨보는 예능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여행예능은 크게 정보성에 방점을 둔 관광형 프로그램과 이국적인 풍경에서 일반 관광객 입장으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통해 판타지를 추구하는 유형으로 나뉜다. 기획 방향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듯 하지만 공통적으로 여행을 통해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활기를 모색하는 로망과 좋은 사람의 존재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추구하는 재미의 목표와 요소는 같다.



tvN 예능 <시베리아 선발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매체에 크게 소개된 바 없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을 5명의 배우가 6박 7일간 직접 경험하면서 기차 여행에 필요한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는 관광형 여행예능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여행 예능과 달리 정보나 볼거리 소개가 거의 없다. 달리는 중에는 전화나 인터넷도 안 되니 마땅히 할 것이 없다. 기차여행이란 것 자체가 이국적이긴 하지만 심심하다. 창밖 풍경은 광활하긴 하나 횡 해진 목요일 밤 편성표처럼 비어 있고 그저 지나치는 배경일 뿐이다. 3박 4일의 여정을 담은 3회 차까지 여행의 공간은 계속 좁디좁은 기차 3등석 한 칸이다. 이색적인 식도락 여행도 없다. 끼니때마다 무언가 싸온 걸 먹고, 주로 눕거나 앉아서 시간을 보내다가 무료해질 쯤 이런저런 게임을 한다.

제작진이 이런 그림을 예상치 못한 건 아니듯 하다. 한정적인 그림이 나올 것에 대비해 마련한 장치가 출연자들이 스스로 만드는 유튜브 콘텐츠다. 출연자들은 기차여행을 하면서 단순히 관찰되는 대상이 아니라, 이른바 후발대로 올 사람들을 위해 이런저런 경험에서 나오는 팁을 콘텐츠로 제작하기로 한다. 그래서 기차 공간과 비품 소개부터 샤워실 이용을 비롯해 오픈된 공간에서 속옷 갈아입기, 정차역 풍경 담기 등 나름대로 팁을 전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사실상 계속 달리는 기차 안에서 특별히 알릴만한 내용이 그리 많지 않고, 예능인이 없다보니 유튜브 콘텐츠 제작은 주요 설정에서 점차 뒤로 밀리게 되고 맥 빠지는 몰카 정도 말고는 무언가 억지로 상황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시베리아 선발대>를 계속해서 지켜보게 만드는 요소는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출연자들이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단장도 못하는 열악한 상황이지만 좁고 오픈된 공간에 함께 다닥다닥 붙어서 며칠을 보내다보니 출연자의 특색이 드러나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애정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관찰예능에 등장한 적 없는 이선균, 김남길을 비롯해 이제 막 주목받는 조연급 배우인 고규필과 김민식,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유일한 예능 경험자 이상엽이 함께하는 일종의 브로맨스가 시베리아의 광활한 목초지와 바이칼호에서 펼쳐진다. 처음부터 모두 친분이 깊은 관계는 아니다. 이선균과 김민식, 김남길은 친분이 깊지만 고규필과 이선균은 첫 만남이다. 서로 알아가고 친해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호감이 시청자들에게도 전파된다.



솔직함과 인간적인 면모 덕에 특별한 스토리텔링이나 볼거리가 없음에도 이들의 장대한 여정을 지켜보게 된다. 이선균은 대장 역할을 맡았지만 앞서기보다 늘 뒤나 옆에 서서 리액션을 담당한다.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때로는 진지한 조언도 놓치지 않는다. 늘 원톱 주연으로 활약했던 김남길은 이들 뒤에 살짝 빠져 조연을 자처한다. 그리고 격의 없는 활발한 성격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중간 중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특히 기차여행 중에 결혼설 오보가 터져서 재빠르게 수습할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상대방 배우 걱정을 먼저 하고, 주변 반응과 달리 예민해지거나 심각해지는 것 없이 가볍게 넘기며 여행의 분위기를 흐트러트리지 않는 좋은 사람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고규필은 귀여움과 코골이를 담당하며 대부분의 콘텐츠에 핵심이 되고, 김민식은 인지도가 높지 않음에도 예능에 출연하게 된 부담과 배우 커리어에 대한 고민 등 진짜 자기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고규필과 나눈 진지한 대화들은 단지 보여주기 위한 준비된 모습을 넘어선 이번 기차여행에 진정성을 실을 수 있었다.



김남길은 한 인터뷰를 통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했기에 하루하루 행복한 시간이었다. 낯선 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에도, 조금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도 덕분에 항상 즐겁고 여유로웠던 것 같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뻔한 립서비스지만 기차여행이란 특수성을 생각해봤을 때 꽤나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아무리 수많은 카메라로 둘러싸인 촬영차 간 여행이라도 오랜 시간 좁은 공간에서 함께 붙어서 나눈 대화들,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과 불편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즐기는 모습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결국 사람에게서 나오는 호감이다. 볼거리, 이벤트 면에서 그 어떤 여행예능보다 심심하지만, 함께한 시간들이 이선균이 두 후배에게 말한 ‘작은 인연’이 되어 빛을 발할 수 있길 바래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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