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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기억록’·‘별일없이 산다’, 공화국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
기사입력 :[ 2019-12-21 10:17 ]
[TV삼분지계 어워드 2019] ② 올해의 교양
‘집으로’·‘기억록’·‘별일없이 산다’, 교양이 지켜야 할 가치를 상기시키다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자, 미디어 시장의 격변기였던 2010년대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TV삼분지계]는 올해도 3주에 걸쳐 유달리 뜨거웠던 한 해를 정리하는 [TV삼분지계 어워드]를 진행한다. 세 평론가가 세 장르에서 각각 한 편씩 고른 작품들을 통해 다사다난했던 2019년의 기억과 성취를 되짚어보는 시간 되시기를 바란다. 두 번째 시상 부문은 교양 프로그램이다.

형식 면에서 볼 때 2019년은 교양의 예능화가 점점 더 가속화되는 한 해였다. 교양 프로그램이라는 단어가 주는 ‘재미없는 모범생’ 같은 첫 인상을 극복하기 위해 교양은 예능의 문법을 빌리고, 온라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편집 리듬을 잘게 쪼개는가 하면 유명 연예인들을 섭외해 시청자들을 설득했다. 예능이 점점 더 교양의 의제 설정과 호흡을 차용하는 만큼, 교양 또한 예능과 구분이 안 가는 자리로 다가간 셈이다.

올해 [TV삼분지계]가 함께 선정한 올해의 교양 또한 크게 본다면 예능의 외피를 두르고 있다. 일군의 연예인들과 방송인들이 해외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만나는 미션을 수행하는 MBC <백 년 만의 귀향, 집으로>나, 모바일 스낵 컬쳐의 러닝타임으로 승부를 보는 MBC <기억록>, 비장애인과 장애인 패널이 함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배리어프리 토크쇼 EBS <별일없이 산다>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형식 면에서 예능적인 요소를 한껏 차용한 작품들이다.

그러나 이 세 작품은 그 안에서도 교양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충실하게 추구한 작품들이기도 하다. <집으로>는 조명이 덜 된 탓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종종 잊혀져 있던 해외 독립투사들을 기어코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건넸고, <기억록>은 민주공화국 선포 10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독립부터 민주, 인권에 이르는 공화국 건설 100년 사를 촘촘히 훑어 내렸다. <별일없이 산다>는 방송에서 곧잘 ‘소수자’이자 ‘소외 계층’으로 비춰지던 장애인이 평범한 이웃임을 상기시키며 차별 없는 공존이라는 목표를 매주 상기시켜 준다. 결국 교양을 교양답게 만드는 것은, 교양 프로그램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잊지 않고 그에 집중하는 태도일 것이다.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이 끝나가는 지금, 대한민국의 어제(<집으로>, <기억록>)와 오늘(<별일없이 산다>)을 조망하는 세 프로그램을 돌아보면서 대한민국의 내일을 준비한다면 어떨까?



◆ <백 년 만의 귀향, 집으로> - 당신들의 헌신을 기어코 기억하겠습니다

2019년 올 한 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 운동의 의미와 독립 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짚어 보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왔다. 4부작 MBC <백 년 만의 귀향, 집으로>를 그 중 으뜸으로 꼽는 이유는 그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했으나 조국 땅을 밟지 못한 채 이역만리에서 생을 마친 비운의 인물이 그토록 많을 줄이야. 특히 프랑스 최초의 한인 단체 ‘재법한국민회’를 세우고 어려운 형편에도 독립운동 자금을 여러 차례 상해 임시정부에 보낸 홍재하 선생이 아직 서훈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많은 시청자들이 안타까워했다. 서훈을 받지 못했기에 선생의 후손은 <백 년 만의 귀향, 집으로> 사절단이 전달하는 초청장 또한 받을 수 없었다.



방송 후 ‘홍재하’ 선생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각계의 관심이 쏟아졌다. 그 결과 홍재하 선생은 사후 60년 만에 공적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선생의 후손들이며 국내외 역사학자들이 선생의 업적 재조명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애써 오긴 했으나 방송이 힘을 보태는 순간 급물살을 탄 것이다. 방송 4개월 만인 8월 15일 대통령이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선생의 아들 장자크 홍푸안 씨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서훈하는 장면,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백 년 만의 귀향, 집으로>는 공영 방송이 해야 할 일,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부디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를, 그리하여 보다 많은 분들이 꿈에 그리던 고국 땅으로 돌아와 잠들게 되기를.

정석희 방송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기억록> - 독립과 자주국가 건설을 넘어, 대한민국 100년을 돌아보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서 2019년이 지니는 의미는 각별했다. 엄혹했던 시기 민족의 독립이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일 테니까. 그러나 자칫 그 상징성에 압도되어 오로지 ‘독립’을 위한 움직임을 조망하는 데에만 매몰될 위험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독립만큼이나 중요했던 건 독립 후 어떤 나라를 만드느냐 하는 질문이었다. 기껏 독립해서 세운 나라가 정의롭지 않고 평등하지 않다면, 목숨 바쳐 독립을 쟁취해 낸 의미가 심각하게 퇴색될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MBC <기억록>은 지난 100년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꿈꿨던 나라의 모습을 현실태로 만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해 온 수많은 이들을 조명한다. 무명의 독립투사들부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 온 시인, 당대 민중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해 온 사진작가와 여성인권을 위해 싸워온 교육자, 빈자들을 위해 의술을 펼친 의사와 노동자들을 조직해 민주노조 설립운동을 펼친 노동운동가,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야구선수들의 인권을 위해 앞장서서 선수협의회를 건설한 강철투수와 호주제 폐지를 위해 헌신한 변호사까지. 회차 당 길어야 3분에서 5분 남짓 방영되는데도, <기억록>은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매번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수많은 이들의 헌신을 기리고 그들이 오늘의 우리에게 남겨준 미완의 과제들을 상기시켜 준다.



그래서 <기억록> 안에서는 생몰년도조차 기록되어 있지 않은 형평운동(백정 차별 철폐 운동)의 주도자 이학찬과, 27년간 임시정부를 지켜 온 민족의 지도자 김구가 어떠한 위계 없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름의 크고 작음을 따지는 게 아니라 그들이 꿈꿨던 대한민국과 그 헌신의 무게를 기억하는 것으로, <기억록>은 민주공화국 선포 100주년을 함께 기념하는 가장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 <별일없이 산다> - 모두가 이웃이 될 때까지

올해 TV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장면 중 하나는 KBS 파일럿 프로그램 <스탠드 업!>에서 한기명 씨가 무대에 올라 처음 객석에 말을 건넨 순간이었다. 자신을 “국내 최초 장애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라고 소개한 그는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시원하게 외쳤다. "여러분이 저를 보고 '웃어야 돼? 안 웃을 수도 없고…' 딱 이렇게 생각하느라 힘드실 거라는 거 알아요. 안 웃으면 장애인 차별하는 거 같고, 또 웃자니 장애인 비하하는 것 같잖아요? 그럴 거면 그냥 오늘 여기서만큼은 저 비하로 갑시다!"

<스탠드 업!>이 만약 한기명 씨의 무대를 특별하게 구성했다거나 유달리 대우했다면, 감동이 덜했을 것이다. 자신의 장애를 코미디 소재로 삼은 한기명 씨의 공연은, 이날 무대에 함께 올라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의 조건을 웃음으로 승화한 다양한 코미디와 함께 어우러졌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특정 집단을 구별 짓는 편견은 그렇게 모두가 나란히 서 있을 때에야 조금씩 줄어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최초 배리어프리 토크쇼”인 EBS <별일 없이 산다>의 등장은 우리 방송사에 좀 더 특별한 순간으로 기록되어도 좋을 듯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패널들이 나란히 앉아 서로를 ‘이웃님’이라 부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만으로도 인상적인데,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은 장애를 주제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마저 뛰어넘는다. 먹방, 여행, 반려동물, 결혼 같은 일상적인 주제에서부터 소통, 세대차이, 외모지상주의 등 한국의 세태를 짚어보는 주제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는 서서히 허물어진다. 문화생활을 주제로 한 방송에서, 휠체어를 탄 홍서윤 씨가 공연을 보는 데 어려움이 없는지를 체험하는 에피소드처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의 메시지는 이야기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장애인을 소외계층으로 그리는 기존의 묘사에서 벗어나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는 시민의 일원으로 그리며 공존의 메시지를 담아낸 MBC 장애인식 개선 프로그램 <우리 동네 피터팬>에 이어, 올해 <별일 없이 산다>의 등장은 차별과 혐오의 시대에 방송의 공익적 가치를 증명하는 귀중한 사례다.

김선영 칼럼니스트 herland@naver.com

[영상·사진=MBC,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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