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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마’ 김태희가 씻나락 까먹는 얘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기사입력 :[ 2020-03-20 17:38 ]


‘하바마’, 귀신 둥둥 뜬 이야기의 안타까움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는 권혜주 작가의 전작 <고백부부>의 장점을 이어가고 있는 작품이다. <하바마>는 가족 간의 따뜻하고 눈물 나는 서사를 다루면서도, 적당한 유머와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사이사이에 집어넣는 솜씨를 발휘한다. 은근히 신파적인 부분들도 있지만, 가족드라마의 기본이란 원래 울고 웃는 가족 간의 정이 담긴 이야기다. 다만 그 이야기들을 지금 시대의 입맛에 맞게 얼마나 잘 요리하느냐가 승패의 문제이다.

<하바마>는 그런 가족드라마의 요리에 있어서는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귀신 차유리(김태희)가 전남편 조강화(이규형), 딸 조서우(서우진)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사랑스럽다. 달달하고, 미소를 짓게 하고, 가끔은 코끝이 찡하다.



또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조강화의 과거 서사 역시 이규형의 눈물 연기와 어우러지며 보는 이를 먹먹하게 한다. 딸을 잃은 차유리 가족들의 이야기 역시 별 것 아닌데 어느새 눈시울을 촉촉하게 만든다.

차유리의 모성애가 돋보이는 장면들도 잘 만들었다. 차유리는 귀신에서 49일 동안 인간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매번 옆에서 지켜만 봤던 서우를 어린이집에서 엉겁결에 포옹한다. 매번 내 영혼을 스쳐가던 내 자식이 인간으로 돌아온 내 품 안에 ‘꼬옥’ 안기는 장면. 그 장면하나만으로도 <하바마>는 가족드라마의 제 몫을 한다.



하지만 <하바마>의 귀신 판타지는 가족드라마에 비해 그리 성공적이지 않다. 우선 차유리 귀신이 신에게 울부짖으며 한탄했다는 이유로 이승에서 인간으로 돌아와 이승에 남을지 저승으로 올라갈지 판결을 받는다는 설정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저 사건의 전개를 위해 억지로 우겨넣은 감이 있다. 억지로 바지 안에 우겨넣은 옆구리살처럼 49일 임시 환생 설정은 이상하게 보는 내내 불편하고 거슬린다.

아마 그 거슬림은 <하바마>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려워서인지도 모른다. 차유리와 조강화, 그리고 조강화의 현재 아내 오민정(고보결)의 서사에 집중된다면 그 불편함은 금방 잊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주인공들 관계에 집중할 만한 메인 요리에 공을 들였다면.



그런데 <하바마>는 다소 이상한 길을 택한다. 차유리와 오민정 사이에 만들어진 이야기의 얼개는 있다. 허술하고 단순할 뿐. 대신 남은 공간을 채우기 위해 <하바마>는 주인공 주변 수많은 귀신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열중한다. 맞다, <하바마>에는 차유리 외에도 귀신들이 많다. 차유리가 거주하는 납골당의 귀신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들은 각각 이승에 가족들이 있고, 그 가족들과 얽힌 가슴 아픈 사연들이 또 존재한다.

<하바마>는 이들 귀신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여주고 이들의 에피소드를 줄줄이 풀어준다. 인정이 많은 드라마다. 정작 여주인공 차유리와 조강화의 이야기는 뒤로 밀려난다는 인상을 주지만. 더구나 착한 귀신들의 집단 감성 연기가 차유리 역의 배우 김태희의 연기보다 더 울림이 있을 때도 있다. 그 결과 주인공의 존재감은 시들고 드라마 전체를 귀신들이 뒤덮어 버린다.



문제는 이 귀신들의 서사가 차유리와 조강화 이야기와 하나도 상관이 없을 때도 많다는 데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귀신 이야기가 주인공들의 진짜 이야기 위에 둥둥 떠다닌다. 밥알 둥둥 뜬 식혜는 달콤하지만, 귀신 둥둥 떠다니는 <하바마>는 생각보다 맛이 없다.

<하바마>는 방영 전부터 옴니버스 귀신 드라마가 아닌 귀신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차유리와 아내를 잊지 못하는 조강화의 로맨스처럼 포장된 작품이었다. 허나 뚜껑을 열었을 때 그 기대와 그 결과물의 차이가 꽤 커서 종종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아마 JTBC <초콜릿>을 본 이후 tvN <하바마>를 보는 시청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이번에도 로맨스 사기에 속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하바마>는 아직 절반이 남아있다. 귀신이 씻나락 까먹은 절반 말고 가족극의 감동으로 끌고 간다면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보는 이의 마음을 훅, 치고 들어온 몇몇 장면들이 그 기대감의 근거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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