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이 가장 꺼리는 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

[엔터미디어=정덕현] 저렇게 솔루션을 줘도 과연 바뀔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다보면 진짜 개과천선해 한번쯤 찾아가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가게가 있는 반면, 알려줘도 안 바뀔 것 같은 가게도 있다. 백종원으로서도 시청자들도 그런 가게 앞에서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힘들게 솔루션을 알려줘도 방송이 끝나고 나면 원래대로 돌아가거나 초심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거라는 걸 예감하기 때문이다.

군포 역전시장의 불막창집은 첫 방송이 나간 후 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사도 접은 채 대대적인 청소를 2주간에 걸쳐했다. 씻지도 않고 방치된 프라이팬에 재료들을 넣고 음식을 조리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배달을 주로 하다 보니 내방하는 손님들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식당의 위생상태는 역대급으로 불결했다.



하지만 2주간의 청소로 가게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다시 찾은 백종원은 그 청결함을 보여주기 위해 맨 바닥에 눕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그걸로 이 가게의 위생문제는 모두 해결되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그간 습관이 되어버린 조리방법은 여전히 문제로 남았다. 백종원이 없을 때 상황실에서 모니터로 본 그 가게에서 맨손으로 막창을 집어 옮기는 모습이 포착됐고, 백종원이 있을 때도 예전 습관들은 하나하나 문제들로 지목되었다.

하다못해 요리를 하나 끝내면 당연히 해야 하는 프라이팬 닦기도 물어볼 정도였다. 그런 건 요식업을 한다면 기본이 아닐까. 물론 이런 문제는 몰라서 그랬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말미에 메뉴 정리 이야기를 하면서 찾는 손님들 때문에 치킨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며 은근히 치킨 튀기는 솔루션을 원하는 사장님의 이야기는 2주 간의 청소를 통해 조금이나마 쌓인 신뢰를 의심하게 했다. 불막창, 불바베큐집에서 갑자기 치킨 레시피를 원하는 모습에 백종원도 황당해하는 모습이었다. 지금 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판국에 새로운 레시피라니.



물론 이와는 상반된 신뢰를 주는 가게도 있다. 이번 군포 역전시장의 족발집이 그렇다. 오래도록 장사를 해왔고 자부심도 있는 가게였지만 먹어보니 너무 심심하다는 게 이 집의 문제였다. 백종원은 유명한 족발집 족발들을 사다가 비교하게 했고 그렇게 사장님을 설득했다. 이 분들은 오랜 경험으로 이미 노하우는 갖고 있는 분들이었다. 다만 문제는 자기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 때문에 다른 집 음식들을 먹어보지 않고 비교해보려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지금의 트렌드에 맞는 맛으로 이 가게는 족발을 업그레이드했고, 여기에 추가로 백종원이 시험 삼아 해보라는 내장조림까지 성공시키며 본격 맛집을 예감하게 했다. 문제는 이 집도 초반에 장사가 안돼 점심 메뉴를 고민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덮밥을 내놨지만 백종원이 그 메뉴는 먹지 않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듣고 점심 메뉴는 포기하는 대신 족발에만 더 신경을 쓰겠다고 했다.



여기서도 백종원은 사장님의 이런 결심이 나중에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 장사가 좀 안되게 되면 다시 점심 메뉴를 찾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 하지만 사장님은 단칼에 그런 가능성을 잘라버렸다. 지금까지도 장사 안됐는데 절대 그럴 일은 없다는 것. 다른 메뉴들을 다 내리고 족발과 내장조림 두 개만 남겨 거기에 집중하겠다는 선택은 사장님의 그 말에 신뢰감을 줬다.



욕심보다는 초심을 백종원이 더 강조하는 건 제 아무리 솔루션이 주어지고 방송에 나가 손님들이 모여 들어도 원래대로 돌아 가버리면 말짱 도루묵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건 심지어 역효과까지 만든다. 해당 가게도 그렇고 이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백종원에게도 그 역효과는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프로그램에서 주목하는 건 음식솜씨나 야심 같은 것이 아니라 초심을 지킬 수 있을까하는 사장님들의 태도다. 그것만이 이 많은 노력들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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