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캐스팅’, 캐스팅만 굿인 드라마 되지 않으려면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은 제목처럼 캐스팅이 굿이다. 최강희와 유인영 그리고 김지영이라는 세 여배우가 그려내는 한국판 미녀삼총사는 그 캐릭터와 연기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면이 있다.

그것은 이 세 연기자가 연기하는 세 캐릭터의 매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백찬미(최강희)가 똘끼 가득하고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걸 크러시 캐릭터로서 이 삼총사의 전면에서 달려 나간다면, 황미순(김지영)은 스파이 액션에 웃음을 더해주는 아줌마 파워 캐릭터로 든든한 힘을 더해준다. 여기에 소심한 미혼모 임예은(유인영)의 엉뚱한 매력까지.



그래서 국정원 요원으로서 이 세 인물이 산업스파이 마이클 리를 잡기 위해 현장에 뛰어들고 맨 몸으로 부딪치는 액션을 수행하는 반면, 이들을 지휘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뒤처리를 담당하며 애 보는 일에 허둥대는 동관수(이종혁) 같은 상관과의 뒤집힌 역할은 풍자적인 웃음을 준다.

<굿캐스팅>은 이같은 캐스팅과 캐릭터의 매력으로 초반 관심을 집중시키시는데 성공했지만, 이어지는 이야기 전개의 허술함을 숨기지는 못하고 있다. 마이클 리가 빼내려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광하이텍에 위장취직하고 그 정보를 빼내기 위해 백찬미와 황미순, 임예은이 벌이는 코믹한 미션 수행 과정들은 웃음을 주긴 하지만, 너무 단순한 이야기가 산만하게 진행된다.



그래서 스파이물을 뒤틀어서 나오는 웃음과 함께, 그 웃음을 그저 휘발시키지 않게 해줄 긴장감이나 이야기 전개의 궁금증 같은 것들이 <굿캐스팅>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백찬미 역할의 최강희가 보여주는 맨몸 액션 연기는 그 자체로 드라마 전편을 휘어잡는 힘이 있지만, 그 화려한 액션이 조금은 공허하게 느껴지는 건 그걸 받쳐주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가 따라주지 않고 있어서다.

흥미로운 건 이런 허술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굿캐스팅>이 꾸준히 10% 대(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유지하며 동시간대 시청자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다분히 천운이라 할 만한 편성운 덕분이다. tvN은 기존 월화드라마 <반의반>이 조기종영하는 바람에 2부작 <외출>이 편성되었고, JTBC는 아예 월화드라마 편성이 빠져 있다. 게다가 KBS <본 어게인>은 2% 대 시청률을 전전할 정도로 힘이 없다.



이러니 <굿캐스팅>은 그나마 월화에 볼만한 드라마가 되고 있다. 이야기는 허술해도 여성 3인방이 펼치는 화려한 액션을 별 생각 없이 들여다볼 수 있고, 간간히 코믹한 웃음을 제공하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여기에 백찬미와 윤석호(이상엽), 동관수가 그리는 삼각멜로와 임예은과 강우원(이준영) 사이에 엮어지는 로맨틱 코미디 같은 달달한 볼거리까지 있으니.

그런데 이렇게 가벼운 액션 코미디는 어딘지 B급 홍콩 액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그런 B급의 맛을 즐길 수도 있지만, 그래도 <굿캐스팅>이 좀 더 괜찮은 드라마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아이디어나 구성에 공력을 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최강희가 맨 몸으로 보여주는 그런 액션의 질 정도는 담보할 수 있는 내용이 따라줘야 하지 않을까. 캐스팅만 굿인 작품이 되지 않으려면.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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