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킹스 스피치> 1위, <굿모닝 에브리원> 2위 예상돼
- 3월18일~3월20일, 미리보는 박스오피스

[엔터미디어=오동진의 미리보는 박스오피스] 예측이 무참하게 빗나갔다. 당초 지난 주 박스오피스 싸움은 <월드 인베이젼>과 <사랑이 무서워>가 주도하고 <파이터>가 살짝 얹히는 구조로 예상됐었다. <월드 인베이젼>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첫주말 전국 52만명 정도의 관객을 모았다. 스크린수는 500개가 조금 안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할리우드 SF블록버스터치고는 세가 좀 약한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이 비수기라는 점, 뚜껑을 열어보니 SF보다는 전쟁영화에 가깝다는 점이 이 영화가 크게 터지지 못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데 마치 미국 국방부가 제작을 후원한 듯한 인상을 줄 만큼 영화가 ‘군사적’이고 ‘우파적’이기 때문이다. 톡 까놓고 얘기해서 어떤 사람들은 영화가 마치 미국 해병대 영화같다고 생각할 정도다.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나오는 대사 역시 ‘(해병에게) 후퇴는 없다’란 구호다. 중반이 넘어가면 그 구호가 지겨워진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첫 주말 1위를 하긴 했으나 이번 주부터 급격한 드롭률(관객수가 떨어지는 비율)을 보일 것이다.

무참하다고 ‘고백’한 것은 <사랑이 무서워>때문이다. 이 영화는 전국 347개 스크린에서 개봉돼 달랑 17만명 정도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첫 주말 성적이 이 정도면 최종 50만명의 관객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임창정표 코미디’가 이렇게까지 무시당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사전 마케팅도 나쁘지 않았다. 임창정, 김규리(김민선) 두 배우가 각종 매체에서 홍보에 열을 올렸고,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안좋다. 그것도 매우 안좋다. 제작비를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랑이 무서워>같은 로맨틱 코미디조차 얼어붙게 만드는 것은 꼭 시장 내부 상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시장 외부적으로 대중들의 눈과 귀를 쏠리게 하는 일들이 요즘들어 속출하고 있다. 상하이 스캔들과 장자연 리스트 등등. 거기에 일본에서 대지진까지 발생했다. 주변 환경이 너무 ‘재앙적이어서’ 한가롭게 코미디를 볼 마음이 들지 않은 것이다. ‘적당한’ 위기에는 코미디가 땡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적당한 수준을 훨씬 뛰어 넘은 것이다. <사랑이 무서워>는 그런 환경에 된서리를 맞은 격이다.

<파이터>는 솔직히 긴가민가 했었다. 권투영화(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흥행이 불안했었다. 그래도 아카데미 남녀 조연상을 휩쓴 만큼 반전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역시 권투영화는 권투영화다. 주연상이 아니라 조연상은 다소 푸대접을 받는다는 점도 보여줬다. 전국 32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됐지만 관객수는 8만4천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번 주가 지나면 극장가에서 슬며시 사라질 형편의 수치다. 영화의 만듦새로 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극장에서 다 내리기 전에 크리스챤 베일과 멜리사 네오의 조연상 연기를 감상해 볼 일이다.



그렇다면 이번 주는?

이번 주 개봉영화 역시 쏟아진다. 모두 10편이다.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와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에 빛나는 <킹스 스피치>가 눈에 띈다. 여기에 상큼발랄한 느낌의 방송가 소동극 <굿모닝 에브리원>이 가세하고 있다. <웨이백> <비스틀리> <두만강> <레드 라이딩 후드> <카무이 외전> <양강도 아이들> <트러블 러브> 등등 작품성이 뛰어나고 이색적인 작품들도 즐비하지만 흥행면에서는 솔직히, 들러리를 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주와 비슷한 예상치를 내놓는다면 2강1중 구도다. <킹스 스피치>와 <달빛 길어 올리기>가 선두 다툼을 하면서 <굿모닝 에브리원>이 적당한 관객수를 배분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좀 식상한 예측이다. 다소 파격적인 시장상황이 벌어졌으면 좋겠는데, 그건 <굿모닝 에브리원>이 치고 나가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청춘스타급으로 여성관객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높은 레이첼 맥아담스 주연에 올드 팬들이 좋아하는 미국의 국민배우 해리슨 포드가 함께 나오는 영화다. 의외로 관객 ‘스펙’이 넓을 수 있다. 만약 이 영화가 선두를 차지하면 두 작품, 곧 <달빛 길어 올리기>와 <킹스 스피치>는 2위 다툼을 하게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런 예측은 <킹스 스피치>의 잠재력을 무시한 얘기일 수도 있다. <킹스 스피치>는 개봉 전 이미 유료시사회를 통해 3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이 유료시사회의 여세대로라면 전국 스크린수를 얼마나 여느냐에 따라 관객이 폭증할 수도 있다. 영국 왕가의 얘기를 그린, 문예영화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전통의 미장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역사극을 좋아한다. <킹스 스피치>는 우리 역사극은 아니지만 어쨌든 역사극은 역사극이다. 무엇보다 아카데미 시상식 과정을 통해서 작품에 대한 인지도가 최고로 올라간 상태다. <블랙 스완>이 예상외의 히트를 치며 전국 누계관객 120만명 이상을 모으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 영화 역시 첫 주말 30만 관객을 모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결국 예상 순위는 <킹스 스피치> <굿모닝 에브리원> <달빛 길어 올리기> 순이 될 공산이 제일 커 보인다. 1,2위 예상은 제법 그럴 듯하다. 문제는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 올리기>다. 이 영화의 흥행 예측은 온탕과 냉탕을 오간다. 임 감독의 작품인 만큼 기본기를 보일 것이며, 의외의 선전을 해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드라마틱한 소재의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흥행면에서 생래적으로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달빛 길어 올리기>는 우리 한지에 대한 얘기다.

<달빛 길어 올리기>는 여러 면에서 중요한 영화다. 임권택 감독이 재기할 수 있느냐의 여부, 이런 류의 문예영화가 한국영화판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가의 여부, 전주국제영화제 등이 지원한 ‘공적인’ 작품인 만큼 그 같은 제작시스템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이 영화의 흥행에 달린 셈이다. <달빛 길어 올리기>가 개봉과 함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오동진 ohdj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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