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YJ 사생팬 논란, 어쩌다 사생팬 비판으로만 가게 됐나

[엔터미디어=이문원의 쇼비지니스] 지난 10여 일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JYJ 사생팬 폭행 음성파일’ 사건은 인터넷 연예전문매체 디스패치의 보도로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JYJ가 ‘JYJ 남미투어 2012 인 산티아고 칠레’ 공연을 위해 출국한 시점이었다. 디스패치 3월6일자 기사 ‘[단독] JYJ, 팬폭행 음성파일 입수…“김재중·박유천, 욕하고 손찌검”’은 “‘디스패치’가 확보한 JYJ 관련 음성파일은 총 3개. 멤버 각각의 육성이 녹음된 파일이다.

그 중 김재중 파일은 10여분으로 가장 길다. 박유천 파일은 약 10초가량으로 욕설만 나온다. 김준수 파일에는 욕설은 없다. 대신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들린다.”면서, 특히 김재중의 음성파일 내용을 자세하게 전했다. 그러자 곧바로 국내 존재하는 ‘모든’ 연예매체가 이를 받아 적었다.

3월6~7일 시점 보도는 대개 양비론적 입장을 취했다. JYJ도 잘못했지만 사생팬도 너무했다는 식이었다. ‘JYJ 사생팬 폭행논란, JYJ 잘못했지만 사생팬도 문제다’(미디어스), ‘JYJ 사생팬 폭언 논란 “연예인 사생활도 보호해야”vs“팬에게 이럴줄 몰랐다”(부산일보), ’그놈의 사생팬 뭐길래 “상식 벗어나vs폭력 정당화 안돼” 갑론을박‘(뉴스엔) 등 제목만으로도 논조를 짐작할 만하다.

◆ JYJ 칠레 현지 기자회견부터 뒤집어진 언론 논조

그러나 8일 즈음부턴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JYJ의 폭행과 욕설 부분은 점차 감쇠하고, 대신 사생팬들 문제가 더 크게 대두됐다. JYJ 멤버들이 과거 사생팬들로 인한 고통을 적은 트위터 글이 재조명되면서부터다. 동시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충격적 사생행각 후기 글도 함께 화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9일, JYJ가 칠레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생팬들 행각을 공개하자 언론과 여론의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화두에서 JYJ는 휘발돼버리고 사생팬들의 충격적인 행태만 남게 됐다. 이날 JYJ는 “우리의 신분증을 이용해 통화내용이 모두 노출되고 자동차에 위치추적 GPS를 몰래 장착해 계속 쫓아 다녔다” “빈번히 우리 집에 무단 침입해 개인 물건들을 촬영하고 심지어 자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키스를 시도하기도 했다” “내 얼굴을 보기 위해 일부러 택시로 접촉사고를 내는 등 매일 숨통을 조이는 고통이 밀려오곤 했다” 등 그간의 피해와 고통을 호소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자 일개 연예계 화젯거리 정도였던 사건은 일약 종합일간지 시론과 사설란까지 장식하는 국민적 이슈로 등극했다. 물론 논조는 9일 이후부터 잡힌 사생팬들 비판 방향으로 모아졌다. 중앙일보 12일자 ‘[사설] 사생팬 극성 도를 넘었다’, 동아일보 12일자 ‘[시론/김용희]일그러진 팬덤문화 안타깝다’ 등 거의 일방적 사생팬 비판이 등장한 가운데, JYJ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 종합일간지 기사는 세계일보 11일자 ‘[현장메모] JYJ ‘사생 팬’ 폭행 해명보다 사과해야’ 정도가 다였다.

그리고 14일 박유천의 부친상 국면으로 접어들자 모든 논조가 하나로 통일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사생팬들은 정상이 아니고, JYJ는 ‘그럴 만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유천 부친상 장례식장에는 제발 사생팬들 오지 말라”는 네티즌 의견이 언론과 인터넷상에서 일종의 구호처럼 돌게 됐다. 워낙 강경한 논조로 전환돼버려, 향후 특별한 추가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 같은 결론은 그대로 보전될 것으로 보인다.

◆ 종로에서 얻어맞고 광화문에서 화풀이?

물론 이 같은 언론과 여론의 흐름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일단 미디어 이슈로서 사생팬들 행각은 워낙 보도가치가 높았다. 일개 연예인이 극단적 팬들에 욕하고 폭행을 가했다면 이는 그저 연예계 이슈로만 머물게 된다. 그러나 소위 ‘당신의 자녀는 어떻습니까’ 차원으로 넘어가게 되면, 일약 사회적 이슈로 등극하며 폭발력이 몇 배나 증대된다. 또한 한 번 ‘당신의 자녀는 어떻습니까’ 차원으로 넘어가면 전체상황이 일반인 감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짙어진다. JYJ에 전폭적 동정여론이 이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이 같은 논조통일은 지극히 위험한 현상이다. 상당부분 비정상적, 변태적 언론행태라고도 볼 만하다. 아무리 사생팬 문제에 집중한다 해도 JYJ 행각에는 뚜렷이 보이는 문제점들이 산재해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아무리 그래도 너무했다’ 차원이 아니라, 아예 동정논리가 만들어지기 무척 어려운 환경이었다.

일단 작은 차원에서부터 접근해보자. JYJ는 사생팬들에 욕설을 퍼붓고 폭행을 가한 점에 대해 사과하면서 사생팬 행각의 극단적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러나 JYJ가 욕설을 퍼붓고 폭행을 가한 사생팬들이 바로 그 “신분증을 이용해 통화 내용을 노출시키고” “자동차에 위치 추적 GPS를 몰래 장착해 쫓아다니며” “빈번히 집에 무단 침입하는” 이들이었단 증거는 없다. 그냥 친구들 가는대로 따라다니기만 하던 팬들이었을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상황을 제대로 해명하려면 욕을 먹고 얻어맞은 팬들이 그 당시에 무슨 짓을 했는지를 명시해야지, 종로에서 얻어맞은 사례를 광화문에서 벌어진 일에 대입하려 해선 곤란하단 얘기다. 지금 해명대로라면 개개인의 개별사례들을 집단으로 묶어 한꺼번에 몰아쳐버리는, 정치적 언론플레이의 전형적 사례가 돼버린다.

◆ 법적 조치 취하지 않고 대신 구타하는 게 팬들 향한 배려?

더 큰 문제는 이른바 선후 수순에 모순이 생긴다는 점이다. JYJ가 밝힌 사생팬들의 사생활 침해 및 폭력, 명예훼손 행각은 명백히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다. 특히 차량 GPS 장착이나 휴대폰 감청, 주거침입 등은 경찰에 신고하는 편이 오히려 건강한 시민의식 발현이라 할 만 하다. 경찰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정도면 대상이 연예인이 아니라 해도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수사해야 할 사안이다. 검찰에서도 마찬가지로 분명 엄중히 처벌해야 할 사안이 맞다. 무엇보다 이런 수순을 밟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개인의 권리다.

그런데 JYJ 측이 이 같은 범죄행각에 대해 경찰이나 법에 호소한 일이 있다는 내용은 기자회견 내용 중 어디에도 없다. 즉 공식적으론 ‘안 했다’고 파악할 만하다. 물론 아직 어린 팬들을 감싸고자 하는 마음에서 그랬다는 해명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런데 그렇게 자기 권리를 포기하면서까지 감싸고자 했던 어린 팬들을 놓고, 뒤에 가선 그에 욕설과 폭행을 가했다는 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결국 연예인으로서 자기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법적 조치 등을 회피해놓고, 뒤돌아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욕설과 폭행을 가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군다나 이런 사태까지 이를 상황이었다면 JYJ와 사생팬 쌍방입장에서 법과 제도에 호소하는 편이 모든 측면에서 옳았다. 물론 아직 미성년자들이기에 제대로 된 법적책임을 지지는 않겠지만, 일단 경찰과 법에 호소를 했다면 최소한 그 양육에 책임이 있는 부모들에 이 같은 상황이 정확히 알려질 수는 있었다. 그러면 아무리 자녀행각에 둔감한 부모들일지라도 자녀통제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고, 자연 사생팬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더 중요한 건 사생팬들 본인의 문제의식 자각 차원이다. 아무리 자신들이 벼라별 일들을 벌여도 제대로 된 법적 구속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아직 나이 어린 팬들 입장에선 자신들 행위에 대해 혼란을 겪게 된다. 법과 제도, 사회적 룰의 허용라인에 대해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제대로 법적 조치가 이뤄졌더라면, 최소한도 이것이 ‘해선 안 되는 일’이라는 점 정도는 명확히 인지하게 된다. 지금처럼 ‘오빠들’에게 욕 좀 얻어먹고 꿀밤 한 대 맞고 끝날 일이 아니란 점 정도는 알게 된다는 얘기다.

결국 JYJ는 무슨 이유에서건 그런 점을 사생팬들에 인지시킬 기회조차 본인들 스스로 져버려놓고, 어린 팬들에 욕설과 폭행을 가한 뒤, 이제 와서 ‘사생팬들 해도 너무한다’로 일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건 미성년자를 대하는 어른의 책임의식으로부터 거리가 멀다.

◆ 칠레까지 보내준 40여명 기자들, 방탄기사는 당연?

물론 지금처럼 이해하기 힘든 사회적 결론에 이르게 된 데에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JYJ 측 주장과 해명의 모순을 제대로 짚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종의 직무유기다. 나아가 모종의 의혹까지도 제기해볼 만하다.

언급했듯, 음성파일 첫 보도가 이뤄진 건 JYJ가 칠레로 향하는 비행기에 타고 있을 시점이었다. 그런데 당시 칠레 공연을 위해 하늘을 날고 있었던 건 JYJ와 해당공연 관계자들뿐만이 아니었다. 무려 40여명에 이르는 국내 언론사 기자들도 함께 날아가고 있었다. 물론 비행기 표와 체재비는 JYJ 측이 제공해주는 형식이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어떤 의미에선 남미 팬들 고조 목적만큼이나 국내언론 ‘보은’ 의도도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1980~90년대 정부와 재벌기업들의 ‘해외시찰 기자단’ 상황과 같이 놓고 보면 이해가 쉽다.

그리고 JYJ에 전폭적 방탄기사를 써내려준 기자들 중 상당수는 JYJ 측이 칠레에 ‘데려가준’ 기자들이거나 해당기자들과 동일언론사 기자들이었다. 전형적 ‘마사지’ 기사였다고 볼만한 근거는 충분하단 얘기다.

심지어 현지까지 따라갔던 한 기자는 음성파일 사건에 대해 무려 ‘칠레로부터’ 전화로 필자에게 견해까지 물어봐놓고 정작 기사에는 반영하지 않기도 했다. 물론 필자는 당시 JYJ에 지극히 비판적인 견해를 들려줬었다. 어찌됐건 먼 거리만큼이나 어마어마한 국제통화료를 감안한다면 꽤나 큰 낭비를 한 셈이다.

◆ 늘 사생팬 관련 이슈로 존재감 확보해왔던 JYJ

끝으로, JYJ가 사생팬 관련으로 이슈화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아직 JYJ 존립이 위태로운 수준이었던 2010년 12월 당시였다. 박유천이 트위터에 “집 앞에 계신 분들, 아무리 생각해도 안티들”이라며 “진짜 너무 힘들다”라고 적고, 김재중이 마찬가지로 트위터에 “7년 동안 평균 하루 2, 3시간을 그 무리들 때문에 거리에서 소비하며 친구도 가족도 만나기 힘들었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서 그런 사랑의 방식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행위는 하지 말자”고 적은 내용이 큰 화제가 됐다. 이 같은 내용은 곧 수십 개 매체의 기사로 소화됐다.

그런데 이 같은 토로는 다음해인 2011년 3월에도 또 이뤄졌다. 역시 박유천이 트위터에 “제발 좀 따라오지마세요. 집앞에도 오지마세요. 사생!”이라고 적은 내용이 화제가 돼, 마찬가지로 수십 개 매체에서 이를 기사로 다뤘다.

같은 해 7월에는 김재중이 또 사생팬 얘기를 꺼냈다. “사생택시단체들이 더욱 늘어났다. 다시 양심의 가책도 없는 운전사들과 불쌍하기 짝이 없는 아이들도 늘어나겠네”라며 “운전사들은 그딴 장사로 거금을 벌겠고 택시를 탄 아이들은 쓸데없는 시간과 돈을 써가면서 좋아한다는 사람의 시간과 자유를 거꾸로 빼앗아 가겠지”라는 글을 올려 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김재중은 같은 해 10월에도 “트위터가 해킹당한 듯 합니다. 누군지 몰라도 계속 이러시면 트위터를 없앨 수 밖에 없습니다”라고 트위터에 올렸고, 이에 대해 소속사 측은 “사생 팬에 대한 경고의 의미”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사실 사생팬 상황은 웬만한 아이돌들이라면 누구나 다 일정수준 이상 겪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지난 1~2년간 JYJ만큼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사생팬들에 대해 자주 언급한 아이돌은 없다. 물론 그만큼 고통스러워서였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속 트위터에만 사정을 설명하는 행각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찌됐건 지난 1~2년간 비교적 존재감이 희미했던 JYJ에 있어 매번 수십 개 언론매체가 관련 기사를 써주고, 또 인터넷상 화제로 떠오르게 했던 이슈는 단연 사생팬 관련이었단 점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다. 단순 홍보 차원에서 보자면, 3개월에 한 번꼴로 계속 트위터에 내보내도 바로바로 기사화 시켜준 ‘효자상품’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JYJ가 활동시작 이래 최대 주목을 받게 된 이슈 역시 바로 이번 사생팬 관련 음성파일 사태였다.

이쯤 되면 사생팬들을 구타할 게 아니라 절이라도 했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칼럼니스트 이문원 fletch@empas.com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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