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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 이 해괴한 처자를 어찌할꼬
기사입력 :[ 2012-04-27 13:08 ]


- 왜 도대체 드라마 속 여자들은 그 모양일까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내가 드라마를 보다가 질색을 하는 순간이 부자 남자가 가난한 여자에게 돈 자랑할 때다. 차 자랑, 집 자랑, 집안 자랑, 뭐 별의 별 자랑이 다 있겠지만 특히나 막무가내로 값비싼 옷집으로 손목을 잡아끌고 가 인형 놀이하듯 이거 한번 입어보라, 저거 입어보라 시켜놓고 떡하니 앉아 감상하는 장면이 나오면 마음이 불편해져 채널을 돌리게 된다. 선물을 떠안기는 자체가 언짢다는 게 아니라 그 시점이 마뜩치 않다는 얘기다. 결혼한 사이거나 오래된 연인치고 그런 장면이 연출된 예는 이제껏 본 적이 없으니까.

자신과 적당히 모양새를 맞추기 위해서 일 때도, 또는 부를 과시코자 호기롭게 ‘이거 전부 싸주세요’ 할 때도 언제나 여자가 마음을 주기 전이 아니던가. 엄청난 물질 공세에 안 넘어올 여자가 없다고 호언장담하는 느낌인 통에 마음이 불편해지는 모양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신데렐라 스토리를 소재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라면 늘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해왔지만 예의 인형 옷 입히기 놀이에 불을 붙인 건 영화 <귀여운 여인>(1990)이지 싶다. 리차드 기어가 줄리아 로버츠에게 옷을 무더기로 사 안기는 인상적인 장면 이래 너무나 많은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옷을 사줬다.

심심파적 꼽아보자면 멀게는 SBS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가 전광렬에게 옷이며 보석 일습을 받았고 SBS <파리의 연인>에서도 박신양이 리처드 기어 흉내를 내던 기억이 난다. 하다못해 통통 튀는 감각의 MBC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도 이선균이 윤은혜에게 드레스며 구두를 사주지 않았던가.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지나쳤던 건 KBS2 <꽃보다 남자>의 여주인공이 아닐는지. 두 남자에게 어찌나 주야장천 받고 또 받는지 정신 좀 차리라고 머리를 쥐어박고 싶을 지경이었으니까. 그리고 가까이로는 SBS <시크릿 가든>에서도, 또 최근 드라마 중 찾아보자면 바로 얼마 전 SBS <옥탑방 왕세자>에서도 300년 전 과거에서 날라 온 왕세자 이각(박유천) 역시 박하(한지민)에게 옷을 사줬다. 그것도 재벌 3세답게 한도 없는 카드로.

왜 도대체 드라마 속 여자들은 그 모양일까. 자연스레 받고 마는 경우도 있고 또 돌려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돌려보내는 적도 있지만 어쨌거나 선물 공세를 편 남자와 끝내는 연결이 되고 마니 영 꺼림칙할 밖에. 반대로 가난한 남자 주인공이 옷을 사 받는 상황은 거의 본 기억이 없다. 유일하게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면 MBC <불새>에서 안하무인인 부잣집 딸 이지은(이은주)의 인형놀음에 자존심 상해했던 장세훈(이서진) 정도? 남자 주인공들은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줄 아는 반면 여자들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도통 없다는 건지 원.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가 가장 속 터져하는 캐릭터가 KBS2 <넝쿨 째 굴러온 당신>의 방말숙(오연서)이다. 여느 여자들처럼 선물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갖고 싶은 물건을 챙기기 위해서 남자를 유혹하고, 받고 난 후엔 미련 없이 정리의 수순을 밟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남자 이름조차 모르는 일이 허다한가하면 그녀가 원하는 가방을 사주기 위해 등록금을 유용하는 바람에 휴학을 했다는 남자까지 등장한 상황이니 엄밀히 말하자면 꽃뱀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여기서 그녀의 가족에게, 특히 부모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니가 둘씩이나 되고 옷가게를 하는 이모까지 있건만 말숙이가 형편에 맞지 않는 사치를 누리고 있다는 걸 그렇게 모를 수 있을까? 아무리 실적이 높다고 해도 병원 코디네이터 연봉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어떻게 온 가족이 딸과 동생의 민폐를 나 몰라라 방치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놓고는 며느리 차윤희(김남주)에게는 내 아들이 밤잠 못자고 수술해 가며 번 돈이니 좀 아껴 쓰라고 나무랐던 시어머니(윤여정), 나중에 딸의 비행을 죄다 알고 나면 얼마나 낮 뜨거울꼬.




더 어이없는 일은 말숙이와 똑 닮은 마인드의 처자가 버젓이 인터넷 화장품 광고에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웃자고 하는, 일종의 풍자겠지만 명품백을 얻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남자 친구를 사귀는 것이라니. 끔직한 건 지극히 일부라 할지언정 말숙이처럼 살아가는 처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 딸자식을 둔 입장에서도, 아들자식을 둔 입장에서도 한심하고 무서운 세상이 아닐 수 없다. 제발, 부디, 꺼진 불도 다시 보듯 각자 자식 단속 좀 합시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그림 정덕주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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