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뭔가를 할까 말까 기로에 놓였을 때, 저는 ‘내가 만약 1년 후에 죽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그러면 남들 눈치 볼 시간이 없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해도 시간이 정말 부족하거든요. 인생은 한번 뿐이고 시간은 제한이 되어 있는데 저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제가 가진 모든 가능성에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행복은 내가 뭘 원하는지를 알고 그걸 하는 거잖아요.“

- SBS ‘나는 산다 - 김수영의 꿈의 파노라마’에서 김수영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지난 해 겨울, 마침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이름 붙은 날이라는 게 그다지 의미가 없어진 나이인지라 집에서 한가로이 TV나 보고 있었는데 화면 안에서 한 젊은 여성이 말을 걸어오는 게 아닌가.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고 계시나요?” MBC life <도전! 청년 스토리북>에서 한때는 술 담배를 일삼는가하면 폭행 사건에도 연루가 되고, 가출을 세 번이나 했을 정도로 심각한 불량청소년이었지만 지금은 억대 연봉을 받는 기업인으로 성장했다는 김수영이라는 또랑또랑하게 생긴 처자가 내게 물은 것이다. 순간 갑자기 머리가 띵해왔다. 내 꿈은 뭘까? 꿈이 있었다면 당장에 대답이 튀어나왔을 테지. 그냥 자식 잘 되고, 부모님 건강하시고. 그 부근에서 뱅뱅 맴돌 뿐이다.

사람이든 뭐든 보고 싶다든지, 뭘 사고 싶다든지, 어딜 가고 싶다든지, 하다못해 뭘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바라는 것도 없고 뭘 해볼 용기조차 없다니. 참으로 심심하고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삶이지 뭔가.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이어서인지 그날 그 질문 덕에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을 못 이뤘던 것 같다.

밤새 고민했다고 꿈을 찾아낸 건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녀의 질문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는데, 그리고 반년이 지난 후 그녀가 KBS2 <이야기쇼 두드림>과 SBS 에 연이어 출연하며 나에게 또 다시 꿈을 꿀 것을 권해왔다. 스스로를 ‘꿈 전도사’라고 부르는 그녀,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 살아야 한다’는 속담을 제일 싫어한다는 그녀,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암 발병으로 죽음과 직면했던 그녀는 꿈을 꿀 것과 더 나아가 꿈을 실천할 것을 권한다.

“누구나 생각은 똑 같이 다 해요. 실천은 못하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는 그냥 해요. 인생이라는 건 지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지를 수 있는 것 같아요.” 꿈을 하나하나 이뤄나가다 보니 마치 이 세상이 꿈을 이루기 위한 무대처럼 생각되기 시작했다는데 그렇다고 그녀가 벌이는 일들이 무모하거나 이기적인 건 결코 아니다.











그녀의 꿈 리스트 중 세 번째 꿈은 고향의 부모님께 작은 집을 지어드리는 일. 그래서 그녀는 무식할 정도로 열심히 모은 1억이라는 돈을 탈탈 털어 부모님께 집을 선물했다고. 너무나 속을 썩여 부모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지난날을 그렇게라도 보상해드리고 싶었다나. 그리고 비싼 옷이나 화장품에 돈을 쓰는 건 아까워하지만 하고 싶은 여행이나 체험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그녀는 다니던 영국 회사에 사직계를 내고 1년간의 꿈의 여행에 나섰다.

‘엄마 성지순례 시켜드리기’는 그녀의 서른여덟 번째 꿈. 로마 광장에서 교차되는 감격과 회한으로 눈물지으시는 그녀의 어머니를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한쪽이 뜨끔했다. 그녀의 꿈은 그녀 자신의 꿈만이 아닌 것이다. 어머니의 꿈을 이뤄드리는 것도 그녀의 꿈 중 하나니까.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꿈을 꾸는지 알고 느끼고 싶고, 그 영감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 1년 동안 365명의 꿈을 인터뷰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그녀의 인터뷰 기록 또한 마음에 남는다.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꿈 하나, 공공기관에서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이란에서 기타를 치며 음악을 하는 한 청년은 “저의 꿈은 음악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세계 각 지역을 음악으로 조화시켜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했다. 불가능하지 싶은 꿈이건만 자신의 꿈을 얘기하는 그의 어조는 또박또박 힘이 있었다.

그리고 김수영을 멘토로 삼아 말더듬는 버릇을 고칠 수 있었다는 한 청년은 불행에 처해있었음에도 꿈을 잃지 않았던 김수영을 보며 꿈을 찾고 실천해왔다고 말한다. ‘나는 산다 - 김수영의 꿈의 파노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김수영이 다시금 물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간신히 답을 생각해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SBS, KBS2, MBC life]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