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유 소속사의 해명이 못내 아쉬운 이유
- 아이유, 관대해질 때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아이유다. 여자 아이돌 전성시대에 혈혈단신으로 그들을 뛰어넘는 인기를 구가한 아이유다. 그녀는 김완선, 이효리 등 성공한 여자 솔로가수의 계보를 잇고 있지만 지향점은 전혀 다르다. 가창력을 앞세운 이선희나 청순가련형의 강수지와도 다르다. 아담하지만 이정현과도 전혀 다르다. 편안하고 귀여운 외모, 영악하리만큼 잘 계산된 오빠 공략형 가사와 무대 매너를 앞세우고, 뒤로는 가창력을 비롯한 뮤지션으로서의 재능과 대입포기 등의 똑 부러지는 자기주관을 내비치며 오빠부대가 아닌 오빠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 과정에서 어린 연예인이라서 귀여운 게 아니라 대견해서 더욱 귀여운 여동생의 이미지를 획득했고,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는 아이유를 포스트 문근영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물론, 지난 9월 개정된 아청법(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스타일로 해석하자면 아이유의 이미지는 꽤나 ‘롤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지점이 있다. 뭐, 본디 삼촌팬의 마음이란 게 누가 보면 아빠 미소인 거고, 누가 보면 참 한심한 거고, 누가 보면 아청법에 걸릴 소지가 다분한 거다.

예능프로그램들은 물론 싸이의 성공에서도 알 수 있듯 요즘 대중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다. 그 캐릭터의 매력도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SNS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때 보여지는 캐릭터와 실제 모습간의 격차가 얼마나 드러나는지도 중요해졌다. 친밀감과 함께 속았다는 감정이 느껴지면 안 된다. 그래서 유재석은 역시 유느님이 되는 거고 하하 결혼발표에 다들 놀라게 되는 거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은 파문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이유의 사진 유출(실수로 인한 공개)이 문제가 된 건 사진 속의 그녀는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배경과 관계를 놓고 볼 때, 우리가 사랑한 그녀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은 실망해도 된다. 그녀를 좋아한 팬들이 어리둥절해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이 정도의 이슈와 낙담 또한 그녀가 엄청난 인기와 관심을 받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원래 호황 없이는 공황이 오지 않는 법이다. 일부 충격을 받아 패닉에 빠지거나 반감을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도 정도의 문제일 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런데 성인인 아이유가 그럴 수 있는데 못 받아들인다고 비판하거나, 연예인 사생활 문제로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은 모두 <빅뱅이론>의 하워드 같은 사람이라고 몰고 가는 이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런데 따져보면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본인 스스로 쿨해지기 위해 스노비쉬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거나, 아이유라는 연예인에 대해 평소 하등의 관심이 없었거나, 아이유의 광팬이거나 이 셋 중 하나에 해당할 것이다.

아직 어린 한 사람이 상처받는 걸 아쉬워 할 수는 있으나 연예인 사생활이 뭐가 그리 대수냐고 한다면, 연예인이 왜 연예인인지 대중과 인기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 산업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다. 그리고 좋아했던 이유가 무너졌는데 그래도 그녀니까 우리는 그녀가 무엇을 하든 믿어주고 지켜줘야 한다는 건 사이비 종교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지금은 당황하고 실망하는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한 거다. 다만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살다보면 가끔 굴곡을 발판 삼아 새로운 단계로 진입해야 할 때가 온다. <고쇼>에서 귀여운 모습을 탈피할 새로운 모습을 뒤통수치듯이 보여주겠다던 스스로의 발언을 매우 이른 예언으로 삼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어쨌든 귀여운 아이유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지 지금 사태를 덮어놓고 티아라처럼 다시 귀여운 아이유를 하겠다고 하는 건 추천할 바가 아니다.

지금은 관대함을 구할 시기다. 그리고 모두의 관대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일을 놓고 마구 손가락질하면서 비난하는 것도 자제해야 하고, 놀란 사람이나 실망한 사람한테 촌스럽게 왜 그러냐고 빈정거리는 것도 삼가야 한다. 팬들이 슬퍼하는 것, 뭔가 정리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관대함 또한 필요하다.

특히 소속사도 좀 관대, 아니 대담해져야 한다. 실수였든지 뭐 어찌됐든지 지금 상황을 정리해보면 이 정도 수위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그것도 아이돌 톱스타간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셀프 유출한 첫 사례다. 아무리 연예계가 일반인들의 세상과는 별천지인 또 다른 세상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이런 식의 흐릿한 해명은 컬쳐쇼크를 줄 뿐이다. 아이유의 총명한 이미지, 순수한 이미지(연애도 하지 않을 순결론적인 순수가 아닌 꾸밈없다는 의미에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녀가 귀여운 건 외모뿐만 아니라 뮤지션으로의 능력은 물론 당돌함과 솔직함이란 인간적 매력이 받쳐줬기 때문이다. 당찬 신세대라 할 수 있는 이미지에 걸맞게 더 관대하게 굴어야 한다. 문제의 사진을 놓고 더운 어느 여름날 남자 선배의 여자 후배 병문안 장면이라고 하기엔 아래로는 역시나 아청법 스타일의 눈초리에 심히 거슬릴 소지가 있고, 위로는 케이블 유료채널 스파이스TV의 프로그램 줄거리 같다.

얼마 전 <고쇼>에서 연애관과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던 아이유인데, 소속사에서 이런 식으로 해명과 대응을 한다면 대중들의 관대함을 잃게 만들 뿐이다. 사진의 또 다른 당사자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인 게 큰 문제이긴 하지만 강호동과 티아라의 사태를 비교해볼 때 석연치 않게 뭉개버리는 건 그다지 좋은 방법론이 아니다. 사실 관계는 당사자 외에는 알 길이 없겠지만, 구태의연한 뭉개기 이외의 대중의 관대함을 끌어낼 묘안을 짜내야 할 것이다. 아이유답게 행동할 때 그녀를 지지하고 박수쳐주는 사람이 더욱 늘어갈 것이다. 이것이 관대함을 구해야 하는 이유다. 가끔 해프닝과 스캔들은 종이 한 장 차이로 결정이 나는 법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아이유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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