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이여! 연극만 보지 말고 범인을 잡아라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쉬어매드니스>는 (출연)배우들 스스로 발가벗겨지는 느낌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오디션에서 ‘반짝’ 하고 튀어 합격했을지라도 막상 무대에 오르면 내공이나 경력 없음이 바로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용의자들끼리는 각별한 전우애가 생겨나는 연극이기도 하다.”-조지 역 배우 정태민

대한민국 최초 관객 참여형 연극으로 대학로를 사로잡은 연극 <쉬어매드니스>(Shear madness)가 다시 돌아왔다. 관객들의 수사와 추리를 통해 매일 매일 살인사건의 범인이 달라지는 호기심 충만한 연극이다. 배우들이 발가벗겨질수록 관객들의 얼굴엔 회심의 미소가 피어나는 작품이다. 어찌보면 소극적인 관객참여형 연극을 벗어나 결말까지 내 달라고 하는 완전 또라이 연극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1980년 미국 보스턴에서 초연을 시작해 전 세계에서 33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이 작품, 볼수록 매력 있다. 특히 아가사 크리스티의 <쥐덫>이나, 외젠 이노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 이스라엘 호로비츠의 <라인>(1974~)을 뛰어 넘어 세계에서 가장 롱런하는 공연으로 꼽히며, 미국 역사상 가장 롱런한 작품으로 기네스북 기록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06년 초연했다. 또한, 드라마 <골든타임>과 <더킹 투하츠> 등에서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최고의 주가를 누리고 있는 배우 이성민도 형사역으로 출연한바 있다.

공연시작 15분 전에 꼭 극장에 도착해야 하는 연극이다. 워밍업 무대 15분을 보지 않았다면 제대로 연극을 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함께 분주한 미용실을 통째로 옮겨다 놓은 이 장면 안에 살인 사건을 해결할 많은 단서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애드립마저 철저하게 메뉴얼화된 준비된 작품이다. 33년 동안 축적된 대본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4명의 용의자 중 어떤 용의자가 범인으로 선택이 되는지에 관계없이 미리 준비된 대본을 바탕으로 배우들이 캐릭터 스위치에 돌입한다. 연극적으로 가장 독특한 지점이다.

<쉬어매드니스>의 미덕은 현재 사회의 이슈도 반영하면서 폭소와 추리를 이끌어낸다는 점. 공연되는 시기에 따라 배우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는 몇몇 대사가 다르다. 이번엔 조지의 고양이 이름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송중기 주연의 드라마 <착한 남자>, 비와 김태희 열애설 등을 들을 수 있다. 변정주 연출가는 “모두다 대본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각색한 게 없다. 대본을 보면 빈 칸들이 있는데, 각 나라 혹은 시대 상황에 어울리는 내용을 대사로 쓰라는 지시문이 있다. 연극이 공연되는 현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들을 반영하기 위해 신경 썼다”고 전했다.

<쉬어매드니스>를 한 번이라도 본 관객이라면 여러 가지 결말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가장 희귀한 결말은 미워할 수 없는 무한 발랄함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미용사 ‘조지’가 살인범으로 결정 나는 버전을 누구보다 보고 싶어 한다. 기자 역시 다른 용의자 버전은 본 적이 있지만 ‘조지’ 버전 결말은 만나보지 못했다.



조지 역을 맡은 정태민은 ‘왜 조지가 범인으로 잘 지목되지 않을까’에 대한 질문에 “(살인자가 아니라는) 연기를 제일 잘 해서 아닐까요”라고 유머스럽게 답을 하기도 했다. 그 후 “2개월에 한번 정도씩 범인이 되기도 한다”며 “범인으로 지목되는 순간 혈압이 상승할 정도로 엄청난 긴장을 주는 작품”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조지의 매력을 탐구하고자, 한편으론 왜 ‘조지’는 범인으로 보이지 않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배우 정태민을 만났다. 이 이야기는 다음 ‘인터뷰’편에서 풀어놓을 예정이다. 공연은 오픈 런으로 대학로문화공간 필링 2관에서 공연된다. 배우 정태민 서성종 이현철 김철진 김나미 김소희 윤정선 김송이 고혜미 김도형 유재동 배현일 출연.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뮤지컬 헤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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