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꿈틀거리는 음표를 타고 ‘동성애’, ‘유괴’, ‘살인’ 이야기를 90분간 들려주는 뮤지컬 <쓰릴미>(thrill me)가 7주년을 맞이했다. 2007년 한국 초연 이후, 소극장 흥행 뮤지컬의 대표작, 남성 2인극 열풍의 시작이 된 작품이다. 2011년엔 일본의 유명 프로덕션 ‘호리프로’와 손잡고 일본 공연을 공동 제작해 현지 관객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스티븐 돌기노프 (Stephen Dolginoff)가 직접 대본, 음악&가사를 만든 뮤지컬 <쓰릴 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클래식 영화에 자주 나왔을 정도로 당대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사건이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지점은 ‘동성애 코드라’는 설정.

지난 30일 열린 <쓰릴 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용호 프로듀서는 “부잣집 도령들이 주인공이고, 동성애와 유괴 이야기가 나온다는 건 작품의 팩트일 뿐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동성애가 흥행의 요소 중 하나일 수는 있겠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그게 아니다. 작품의 중심은 그들 간의 밀고 당기는 관계”임을 강조했다.

작품 외피적으론 다소 파격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깊은 몰입도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은 뮤지컬이다. 특히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잘못된 사랑, 그리고 소유욕의 한계와 허망함’이란 측면에서 공감도가 높다.

박 프로듀서는 “공연을 보는 사람들도 극에 참여 한다. 그게 바로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고 작품의 매력을 언급했다. 단순히 동성 간의 사랑이 아닌, 그 뮤지컬을 관람하는 관객들 역시 그런 소유욕을 갖고 있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라는 의미다. ‘엄마와 딸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 친구들간의 우정과 소유욕’과도 겹치는 지점이 많다.



5월부터 시작된 정상윤, 송원근, 전성우, 이재균의 2013 <쓰릴 미>(연출 쿠리야마 타미야(栗山民也)) 1차팀 공연에 이어 7월 23일부터 시작된 2차팀 배우는 정상윤, 오종혁, 임병근, 박영수, 이동하, 신성민으로 모두 6명이다.

정상윤 오종혁 페어는 이전 <쓰릴 미> 프로덕션에서 이미 한 차례 이상 작품을 함께 한 배우이다. 2009년부터 ‘나’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로 찬사를 받은 정상윤은 팬들의 오랜 바람에 성원하듯 ‘그’ 역으로 배역을 바꿔 공연을 이어간다.

정상윤과 짝을 이룬 ‘나’ 역 오종혁은 최근 뮤지컬 <그날들>, SBS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in캐리비언>에 출연하며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배우이다. 해병대 병장 만기전역을 한 오종혁은 간담회 현장에서도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대답을 이어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한, “2010년 공연 땐 여러모로 미흡해 혼도 많이 났지만 이번엔 연기적으로 보다 깊이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열의를 내비쳤다.



임병근 박영수 페어는 서울예술단에서 탄탄한 기본기와 안정된 실력을 쌓아온 배우이다. 간담회 내내 말을 아끼던 ‘나’역 배우 박영수는 “값어치 하는 페어다.”는 짧은 말을 내뱉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박영수는 “좀 더 그 순간 순간을 살아가는 ’나‘가 되기 위해 리처드(그)의 반응에 미리 반응하지 않고 바로 바로 받도록 하는 중이다“며 ”네이슨(나)이 모르는 결말이 있을 줄 몰랐다“는 관객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임병근은 “<쓰릴미>사이 사이에 영수와 저의 모습도 조금씩 담겨있는 게 저희 페어의 매력이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동하 신성민 페어는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동기로 서로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배우들이다. 박 프로듀서는 이동하 신성민 페어에 대해 “거칠면서도 다듬어지지 않은 질주하는 청년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역 배우 신성민은 “제가 생각하는 ‘나’는 그와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심리 게임을 방불케 하는 갈등 구조에 단 2명의 배우가 끌어가는 공연인 <쓰릴 미>는 페어별로 각기 서로 다른 매력을 뿜어내며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공연이다. 9월 29일까지 신촌 더스테이지에서 만날 수 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뮤지컬 헤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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