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 훑어보기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서울뮤지컬페스티벌>(SMF)의 창작뮤지컬 재발굴 육성지원 프로그램인 ‘예그린 앙코르’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쇼케이스 경연을 통한 우수작 2편을 선정해 상업 공연화를 위한 제작비 일부 및 극장 대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예그린앙코르’ 본선 진출작으로 선정된 4개 작품이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쇼케이스 경연을 펼쳤다. 우선, <내 인생의 특종>과 <주그리 우스리>, <문 리버>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참여해 한 차례 관객과 만난 바 있으며, <라스트 로얄 패밀리>는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마인즈(CJ creative minds)에 선정돼 리딩 공연으로 첫 선을 보였었다.

2012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 대본 공모에서 1등을 했던 <내 인생의 특종>(작 김경호, 작곡 손윤아, 연출 최원종, 프로듀서 유인수)은 밝은 로맨틱 코미디이다.

청년 루저들이 모여 있는 연애 솔루션 학원 ‘연애스쿨’에 잠입한 특종 한번 내지 못한 방송기자 노용기, 루저들을 상대로 연애학을 가르치는 연애 한번 못 해본 강사 나주리의 로맨스와 꿈을 교차시키며 진행된다. 취업 실패자, 취업 포기자, 스펙집착남, 다단계 업체 영업사원 등 청년실업문제를 극 안에 끌고 들어와 공감도가 높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평범한 하루하루가 각자 인생의 특종이 될 수 있음’을 따뜻하게 전해 준다는 점. 작품 자체가 대중적인 점도 일정 부분 이상의 관객 확보에 용이해 보였다.

다만 노용기 기자의 특종 보도와 루저들의 특종이 드라마틱하게 맞물리는 부분까진 좋았지만 그 이후 ‘특종’의 의미를 재정의 하는 후반 장면이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한 로맨스와 사회적인 메시지 모두를 잡으려는 욕심이 과해 극 전체 이미지를 흐리게 만들었다. ‘내 택시’ 넘버의 흡인력은 강했지만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 점이 아쉬웠다. 배우 김재만 최성원 최주리 이세나 권성민 장희아가 출연했다.

픽션사극 뮤지컬 <라스트 로얄 패밀리>(작 전미현, 작곡 조미연, 연출 정태영, 프로듀서 오훈식)는 한 나라를 책임질 수 없었던 유약한 왕세자의 가출을 날 선 풍자와 따뜻한 이야기로 버무려냈다. 국악과 양악의 신선의 조합도 귀를 쫑긋거리게 만들었다.

비운의 왕족으로 대표되는 고종, 명성황후, 순종이라는 인물이 역사를 거스르며 새롭게 태어났다. 그 사이 순종의 유일한 친구 폴 메카트니 내관, 음악가 폰 에케르트, 남사당패 남매 꼭지와 꼭도가 등장해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든다.

그 중에서도 가출한 순종을 찾기 위해 필요한 SNS의 사용법을 설명하는 장면이 관객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을 듯 싶다. ‘트위터, 페이스 북’ 등의 낱말 하나하나를 한자로 만들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을 뿐 아니라 정도영 안무가가 ‘자꾸 따라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기발한 안무를 도입했다. 공연의 입소문이 제일 먼저 SNS에서 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장면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점도 추후 공연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

한 가지 더 욕심을 내자면, 새로운 맛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삼각김밥’ 장면에서도 관객의 시선과 귀를 확실히 잡아 끌 수 있는 넘버와 안무를 설정 했으면 하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SNS와 삼각 김밥을 찾아 나선 순종의 드라마틱 가출기’란 부연 설명만으로도 관객들의 호감도를 높일 수 있을 듯 싶다.

쇼케이스 공연이라 후반 명성황후가 아들에게 하는 말이 작품의 큰 의미와 확실히 연결되지 못한 점, 꼭지와 꼭도의 존재에 대한 당위성이 충분히 보여지지 않았다. 이 점만 보강한다면 분명 제 2의 <여신님이 보고계셔>, <날아라 박씨>가 될 거라고 조심스럽게 점쳐 본다. 배우 김태한 구원영 지혜근 이봉련 이충주 조정환 모두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길 잃은 저승사자들의 이승 원정기’ <주그리 우스리>(작 민강수, 작곡 최도원·한유진, 연출 이지수, 프로듀서 최도원)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담아낸 작품. <주그리 우스리>란 제목은 그대로 ‘죽을래 웃을래?’란 단어를 보다 흥미롭게 바꾼 것. 결국 ‘죽기보단 웃으면서 사는 게 더 행복하다’는 이야기로 끝맺는다.

작품은 사람을 데려오는 업무를 부여받은 저승사자가 사고다발지역 주그리 마을이 아닌 장수마을 우스리에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중간 중간 저승사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한 자살 유도, 치매 걸린 할머니와의 선문답 대화 등이 어우러지며 결말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갔다.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안무와 음악 스타일을 ‘저승세계’에 대입시켜 전원적이고 구수해 보이는 이승과 대비시키기도 했는데, 이는 ‘삶의 희망’ 쪽으로 받아들여졌다. 배우들이 저승사자와 마을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번갈아 연기하며, 조명과 목소리 톤만 달리해 1인 2역을 할 땐 객석에서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독특한 설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점은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겠으나, 작품을 풀어내는 방식이 집중도가 떨어지는 점이 아쉽다. 중요 넘버가 무엇인지 역시 확실히 감지되지 않았다. 배우 조영태 김시권 나세나 서정식 서미정 박주희 유승국 홍지유 신유 등이 출연했다.

<문리버>(작 골든 리어리, 작곡 김현림, 연출 성종완. 프로듀서 김철준)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자아상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아픔과 성찰을 통해 언젠가는 꿈이 실현된다는 판타지적인 무대가 특징. 배우 박성환 송상은 주진하 강유 강지원이 출연했다. 다만 아쉽게도 일정상 만나보지 못했다. 네 작품 중 우수작으로 선정된 최종 2개 작품에는 공연제작비 5천만원과 극장대관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은 올 한 해 동안 창작뮤지컬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CJ 문화재단의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를 예그린상으로 결정했다. 혁신상은 일본 만화가 아베 야로의 베스트셀러 동명만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심야식당>이 수상을 하였으며, 흥행상은 주크박스 창작뮤지컬 ‘<그날들>이 차지했다.

또한, ‘배우가 뽑은 스태프상’에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그날들>로 실력을 인정받은 장소영 음악감독, ‘스태프가 뽑은 배우상’에는 <완득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이어 <스칼렛핌퍼넬>로 실력을 인정 받은 뮤지컬배우 한지상에게 돌아갔다. 아동청소년부문의 아시테지상은 국악 뮤지컬 <하얀 눈썹 호랑이>가 받았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서울뮤지컬페스티벌 사무국,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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