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뮤지컬 ‘애비뉴 큐’, ‘아메리칸 이디엇’, ‘푸에르자 부르타’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올 하반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보니앤클라이드>, <머더 발라드>, <고스트> 등 대작들이 티켓 경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콘셉트로 관객을 사로잡는 뮤지컬 세 편이 있다.

바로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은밀한 고민을 발칙한 19금 퍼펫(Puppet) 통해 수면 위로 끌어내는 <애비뉴 큐>, 기존 브로드웨이 주크박스 뮤지컬을 전복시키며 음악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아메리칸 이디엇>, 스토리라인 위주의 식상한 공연구성에서 탈피해 음악, 춤, 아크로바틱, 시각적 장치와 세트 디자인을 활용한 100% 넌버벌 퍼포먼스 <푸에르자 부르타>이다.

◆ 입이 딱~ 벌어지는 촌철살인 유머로 화끈하게 안아 주겠어 <애비뉴 큐>

오는 23일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애비뉴 큐>(Avenue Q)는 <북 오브 몰몬>으로 토니상과 브로드웨이를 점령한 ‘브로드웨이의 악동 콤비’ 로버트 로페즈와 제프 막스(작곡 및 작사)가 탄생시킨 히트작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센세이션한 화제를 불러 일으킨 작품. 토니상 시상식에서 블록버스터 <위키드>를 누르고 그랜드슬램으로 불리는 최고작품상, 극본상, 음악상을 휩쓸기도 했다.

제목이기도 한 ‘애비뉴 Q’란 모두가 꿈꾸는 도시, 뉴욕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허름한 다세대 주택가이자 별나지만 멋진 이웃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을 의미한다. <애비뉴 큐>의 가장 큰 매력은 퍼펫을 손에 들고 나와 퍼펫의 입 모양부터 미세한 표정, 작은 몸짓까지 퍼펫과 혼연일체된 무대를 선보이는 배우들의 손놀림과 연기이다. 퍼펫들의 입을 통해 듣는 리얼하고 유쾌한 풍자와 해학이 거부감을 없앤다.



<애비뉴 큐>의 캐릭터들과 그들의 문제는 다른 누구도 아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인생이 스타벅스 알바로 끝나지 않길 바라며 구직중인 청년백수 프린스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쾌락의 웹서핑을 즐기는 트레키 몬스터, “죄의식은 아마추어나 가지는 것!"이라며 모든 남자를 유혹하는 클럽가수 루시등 아홉 개의 한심한 인생을 노래하는 주인공들은 “내 인생은 왜 이렇지”하며 자신의 인생이 형편없다고 느껴봤던 우리의 모습이다. 또한 열심히 일해도 늘 통장은 바닥이고 일에는 프로이지만 연애에는 늘 아마추어인 남녀노소의 영원한 고민도 담겨있어 공감이 높다.

◆ 그린데이 음악으로 답답한 가슴을 뚫어주겠어 <아메리칸 이디엇>

9월 5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무대에 오르는 브로드웨이 화제작 <아메리칸 이디엇>(American Idiot)'은 꿈과 안전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세 친구들의 삶을 그린 뮤지컬. 9·11이후 대혼란에 빠진 미국 사회와 정체성 혼란을 겪는 젊은이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반 주크박스 뮤지컬과는 달리 슈퍼밴드 그린데이의 콘셉트 앨범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서사 구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린데이의 새 앨범인 "21st Century Breakdown"도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의 일부가 되어 들어간다. 그린데이의 앨범 “아메리칸 이디엇”의 자켓으로 사용된 피 묻은 수류탄 모양의 심장은 이라크 전쟁 등 갈등을 유발하는 부시(Bush) 행정부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를 상징한다. 이렇듯 미국 정부에 대한 비판과 반전의 메시지는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의 배우들과 크리에이티브팀이 만들어낸 강렬한 무대와 리드미컬한 뮤지컬 넘버를 통해 한층 극대화된 형태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그린데이 음악으로 만든 록오페라 <아메리칸 이디엇>은 2007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통해 토니상을 수상한 연출가 마이클 메이어(Michael Mayer)와 무대디자이너 크리스틴 존스(Christine Jones), 조명감독 케빈 아담스(Kevin Adams)가 다시 한 번 손을 잡은 작품. 속도감 잇는 극의 흐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무대와 환상적인 조명, 에너지 넘치는 안무의 완벽한 하모니로 호평을 받았다.

총 43개의 스크린 속에는 넘버가 진행됨에 따라 이라크 전쟁, 브리트니 스피어스, 그래피티 아트 같은 다양한 영상들이 등장 하는데 이는 미디어에 영향 받는 사회의 모습을 담아낸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무대 위 밴드가 직접 연주하는 그린데이의 음악을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좌석인 ‘이디엇 석’도 준비됐다.

◆ 당신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주겠어 <푸에르자 부르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델 라 구아다’의 제작진이 만들어낸 새로운 쇼 <푸에르자 부르타>(Fuerza Bruta)가 오는 10월 11일 잠실종합운동장 내, FB빅탑씨어터에서 개막한다. 도시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모티브로 한 <푸에르자 부르타>는 부수고, 달리고, 텀벙거리며, 꿈속에서나 보이는 세상이 현실의 장이 되어 관객과 함께 신나게 놀아보도록 구성된 퍼포먼스다. 새로운 공연 문화를 창조한 공연연출자, ‘디키 제임스’와 음악감독 ‘게비 커펠’이 가세했다.



무대공연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발한 상상력과 다이내믹한 춤사위와 음악으로 70분을 가득 채운다. 절망으로부터 승리 그리고 순수한 환희에 이르는 다양한 감정들을 촉발시키는 막들로 구성되어 있다.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질주하며 벽을 부수고 관객 앞으로 갑자기 나타나는가 하면, 공중에선 워터 쇼(Water Show)가 펼쳐진다. 이 때 머리 위엔 하늘이 아닌 물의 세상이 천천히 내려와 펼쳐지는데 판타지를 자극할 뿐 아니라 배우와 관객의 새로운 교감의 장이 되기도 한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기존 타 공연과는 다른 무대공간연출로 공연장 내부에 지정된 좌석이 없으며 전석 스탠딩으로 즐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상/하/좌/우로의 플라잉,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의 활강 등 파격적인 장면을 마주할 수 있다. 일상적인 지면의 무대에서 점진적으로 커져가는 무대는 횡에서 종, 심지어 공중에서까지 관객들을 공략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의 머리 위, 옆, 플로어가 무대로 연출되어, 공연스텝을 따라 이동하며 관람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공연 전에는 편안한 분위기의 라운지에서 맥주와 음료를 즐기며 대기할 수 있다.

언어의 한계성을 극복한 시종일관 지속되는 몽환적인 퍼포먼스, 대중적인 테크노 뮤직과 함께 춤추며 즐기는 파티로 진행되는 공연 형식은 젊은 세대들에게 강렬하게 어필할 뿐 아니라 <푸에르자 부르타>만의 차별화 된 포인트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설앤컴퍼니, 오디뮤지컬 컴퍼니, 컴퍼니R, ㈜쇼비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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