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슬픔과 욕망의 카타르시스 ‘풍월주’
기사입력 :[ 2013-12-04 22:30 ]


무대, 조명 및 드라마가 업그레이드 된 ‘풍월주’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가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을 섬세한 심리로 표현한 사극 뮤지컬 <풍월주>(작가 정민아 작곡 박기헌)가 다시 돌아왔다. 새로운 연출과 배우진이 합세함은 물론 드라마와 무대 구성이 훨씬 촘촘해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미로 같은 4단의 무대가 회전하는 수평 무대로 탈바꿈 한 것. 특히 새롭게 도입한 회전무대는 ‘사담’과 ‘열’이 윤회를 거듭하며 만나는 마지막 장면과도 맥을 함께 한다고 볼 수 있었다.

이종석 연출은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수평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노력했다”며 “사랑을 지키기 위하여 죽음으로 떠나려는 자, 지키기 위해 죽이거나 가져야 하는 자, 이러한 처절한 사랑 혹은 사람의 관계를 명확하게 그리고자 했다”고 연출의도를 전했다.

뮤지컬 <풍월주>(風月主)는 말 그대로 ‘바람과 달의 주인’을 의미한다. 신라시대 남자 기생들이 신분 높은 여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접대를 하는 곳인 ‘운루’에 각각의 사연을 품고 남자들이 모여든다. 그 중엔 운명 이상의 친구인 ‘열’과 ‘사담’이 있다. ‘열’은 핏빛 개혁을 하고 있는 여왕 ‘진성’의 절대적인 총애를 받지만 두 남자 사이에 ‘진성여왕’이 끼어들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외형은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다. 피부병으로 인해 진물까지 흘러내리는 진성여왕은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에게 따뜻한 위안을 주는 열을 얻고 싶어 한다. 진성여왕의 뒤틀린 사랑은 사담은 물론 열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결국 사랑을 지켜내고 싶었던 두 남자는 ‘죽음’을 향해 떠난다. 여기서 ‘물’과 ‘죽음’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슬픔과 욕망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뮤지컬이다. 모든 것을 주되 마음은 주지 않는 ‘풍월’과 죽음을 통해서라도 그를 갖고자 했던 ‘여왕’의 욕망, 여자 남자를 초월하여 내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 그 관계에 대한 욕망을 품은 사담과 열, 드러내진 않지만 진성을 마음에 품고 있는 운장 어른의 슬픈 욕망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동성애 코드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물'과 '죽음', '바람'과 '사랑'이라는 네 개의 화두를 가지고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저마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는 방법이 다르듯이 말이다. ‘내가 아니면 네가 아니면’이란 넘버의 의미해서 유추할 수 있듯, 동성의 사담과 열의 특별한 감정은 ‘사담이 열이고, 열이 곧 사담이다.’는 말로 압축될 수 있다. 재연은 열과 사담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진성여왕까지 세 주인공의 관계를 더욱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스토리의 보완 외에도 새로 추가된 ‘너를 위해 짓는 마음’이라는 뮤직넘버, 무대 및 의상 등에 변화를 주어 더욱 업그레이드 됐다.

2011년 CJ문화재단의 창작 지원 프로그램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 선정된 것에 이어 2012년 초연 평균 객석점유율 90%를 돌파했던 작품이다. 지난 6월엔 일본 아뮤즈뮤지컬씨어터에서 일본 관객을 만나고 돌아왔다. 2013년 공연엔 ‘풍월주 열풍’의 시작점인 리딩 공연을 이끌었던 배우 정상윤, 김지현, M.net <보이스코리아 시즌2>에 출연해 세미파이널까지 진출했던 배두훈 등이 출연한다.



서울예술단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푸른 눈 박연> 등을 통하여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배우 조풍래가 분한 열은 사담을 향해 차곡차곡 담아 둔 애정과 슬픔을 온 몸에 담아 보여줬다. 안정된 가창과 자연스런 몸놀림이 돋보였다. 후반 사담의 이름을 부를 때 감정을 조금 더 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생사고락을 함께 해왔던 사담이 본인에게 목숨을 내어줘도 아깝지 않은 사이임을 흡인력 있게 설득시켰다.

<헤드윅> 등을 통하여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전혜선은 객석을 사로잡는 내공이 대단했다. 칼을 든 자의 슬픔과 외로움, 죽음으로 상대를 안는 이의 참혹한 고통이 전해져 온 점도 인상 깊다. 지난 초연 <풍월주> 공연에 참여하여 신인에서 일약 라이징 스타로 발돋움한 신성민은 어떻게 해서라도 사랑을 지켜내고자 하는 한 인간의 쓸쓸한 눈빛이 공감됐으며, 운장 역 배우 임현수의 무게 중심도 좋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CJ E&M, 간 프러덕션]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