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디스라이프> 프로듀서 조용신

뮤지컬 <디스라이프: 주그리우스리>는 저승차사의 눈으로 바라 본 이승의 따뜻하고 행복한 삶 과 장수마을 사람들의 즐거운 노년을 그린 작품. 보통 주변부의 인물로 그려지기 마련인 ‘노인’을 주체로 세워 이승에서의 삶을 즐기며 살자는 유쾌한 주제를 담았다.

마치 자식이 커 나가듯 <디스라이프>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하나 하나 지켜보고, 본 공연에선 협력 프로듀서로 참여한 조용신 감독을 만났다.

■ 인생 전체를 이야기하는 뮤지컬 <디스라이프>

-작품에 어떤 매력을 느끼고 함께 하기로 결정했나?
“2012년 대구 뮤지컬 페스티벌(DIMF딤프) 에서<날아라 박씨>랑 <주그리 우스리>를 같이 봤는데 소재랑 설정이 마음에 들었어요. 뭐랄까? 전형적인 뮤지컬 코미디 틀을 갖췄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관객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재미도 있고, 진지함도 갖췄거든요. 저승차사가 영혼을 수거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죽음의 무게감을 완화시키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는 점도 그러했구요. 서울뮤지컬 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에서 다시 만나게 됐는데 보기 전, 작품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굉장히 궁금했었어요. 그 때 좀 더 가능성을 보게 됐죠.

또 뮤지컬을 처음 해보는 회사(뮤지컬컴퍼니 두왑)이고 창작자가 제작을 겸하는 시스템이라 제가 어떻게 도움을 줄까를 계속 생각하던 중 이렇게 함께하게 됐어요.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 강의를 나간 적이 있는데 그 때 알게 된 친구들이 창작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이 끌렸구요. 극장 섭외랑 크리에이티브 베테랑을 연결시켜 뮤지컬 업계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도록 손을 내민거죠. 저희 작품이 예그린 씨어터 극장 오픈 작품으로 무대에 올라 극장 측 에서도 공동제작 형태로 도움을 주셨어요”

-소재의 기발함이 매력적으로 다가 온 건가
“현재 대학로 소극장에서 주류 스타일은 아니지만, 인생 전체를 이야기하는 뮤지컬로 볼 수 있어요. 창작자들은 어떻게 하면 관객 타깃을 넓힐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데 ‘이 작품이 그럴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뮤지컬에서 노인 캐릭터는 주변 캐릭터이고, 슬픔만을 간직한 캐릭터인데, 여기선 주체로 나와요. 기본적으로 죽음이란 소재가 주는 무거움이 있는데 이 작품에선 ‘행복한 죽음’이 나와요. 죽음을 재미있게 그려낸 기발한 소재와 주제의 진지함이 잘 믹스 돼 있는 작품이죠.”

-작가가 새롭게 들어왔다.
“민강수 작가는 딤프 때 대본을 썼던 원안 작가이고, 본 공연으로 오면서 이수진 작가가 새로 투입됐어요. ‘태어난 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나이를 먹고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존엄한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주제의식은 물론 초연에선 분리 됐던 치매할매랑 거북할매를 합쳐 ‘거북할매’란 캐릭터를 또렷하게 정리했어요. 기존 곡을 개사하거나 곡도 새롭게 쓰면서 원안적인 아이디어를 세밀하게 풀었다고 볼 수 있어요.

<디스 라이프>를 보면 모든 캐릭터들의 자기 피 붙이는 등장하지 않아요. 1차적 가족 관계를 초월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고, 원래 피붙이는 전화나 편지로만 나오고 있죠. 가족보다 친하게 살고 있는 이웃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게 뮤지컬 적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디테일과 캐릭터 힘을 주기 위해 서로 배척해야 할 저승차사와 인간 대 결합을 휴머니즘으로 풀었어요.“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 했다.
“고상호 고훈정 황건 김시권 박주희 서태영 한규정 윤승욱 유승국등 이미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고 다 실력이 있는 배우들입니다. 작품을 많이 하지 않아 덜 알려진 배우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고 싶었어요. 앞으로 주 조역 역할까지 담당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았어요. 대사가 되게 많아 연기도 늘 수 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예그린 앙코르 때 함께 했던 배우들을 다 본 공연에 세웠어요. 본 공연에선 두 조합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데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배우를 발견하는 기쁨도 어느 정도 있어야 작품 제작 개발자 의 보람이 있는 건데 새로운 배우들도 만족 스러워요.

좋은 배우를 배출할 수 있는 공연이 되면 좋겠어요. 개연성 있는 드라마를 바탕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면 관객들이 좋은 배우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요. 배우가 혼자 잘 하는 개인기가 중요 한 게 아니라 드라마와 아이템이 중요하잖아요. 작품이 사랑받고 여기 출연하는 배우들 인지도도 올라갈 수 있을거라 봤어요.“

-저승차사 역을 맡은 황건 배우는 <모비딕> 때 함께 했던 배우이다.
“<모비딕> 작업을 함께 하면서 신뢰 했던 친구 중 한명입니다. 그 때 1인 2역을 했는데, 딴 사람이라 생각할 정도로 코믹 연기와 정극 연기 모두 잘 어울렸어요. 다음에 뮤지컬을 함께 한다면 좀 더 웃긴 캐릭터로 캐스팅 하면 좋겠다 싶었고, 저승차사가 무대 위에서 나가지 않는 역할이라 쉽지 않은 역인데 그 친구가 생각이 났어요. 이번에 배우 스케줄도 잘 맞은 것도 있었고요.”



■ “우스리 마을은 ‘애비뉴 Q’처럼 이상적인 공동체”

-제목을 <주그리 우스리>에서 <디스라이프: 주구리 우스리>로 바꿨다.
“‘주그리 우스리’는 지명이라 저승차사가 손님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포괄적인 제목이 필요했던거죠. ‘디스라이프’는 이승이라는 뜻인데 이승에서의 삶을 즐기며 살자는 유쾌한 주제를 담고 있어요. 또 이전엔 저승차사는 마을 사람들 이야기가 펼쳐지는 거 보고만 있었다면, 새로 디벨롭 하면서 저승차사와 마을 사람들 이야기가 통합 됐어요. 저승차사들의 어드벤처로도 볼 수 있어요. 저승차사와 거북할매와의 에피소드를 추가하면서 태을의 관점에서 극을 따라갈 수 있는 세팅이 강화 됐거든요. 어느 순간 관객들이 태을과 호경이 이 마을에서 혼령을 거둬갈 수 있을까? 그 생각으로 계속 동선을 따라가게 되죠.“

-상무가 아기영혼 출신 태을을 인간세상으로 내 보내는 그 이유는 뭔가?
“기본적으로 상무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보내요. 그 곳이 주그리에서 우스리로 지명이 바뀐 마을이고 ‘운중반월’ 등 장수 풍습 등이 있는 고령자 마을이란 것도 알고 있어요. 최고의 차사였던 태을에게 그 미션을 내린 건 쉽지 않은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차사들이 각성할 수 있는 본보기가 필요했겠죠. 물론 태을은 그게 어려운 미션인지 몰랐겠죠.”

-상무가 마지막에 춤을 추는 이유는?
“저승세계를 다루고 있는 상무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그런 법칙 있잖아요. 뮤지컬 <고스트>에서 주인공이 사람 몸에 들어갔다 나오면 힘이 빠진다는 가상의 법칙 같은거요.”

-태을이 인간 세상 어머니 앞에서 처음으로 차사로서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그 장면은 어떻게 이해해야 되나? 거북할매가 태을의 어머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 어머니는 아닙니다. 그런 설정을 두면 쉽게 갈 수는 있겠지만 너무 뻔한 이야기로 흘러 갈 수 있다고 봤어요. 완벽한 저승사자 태을이 실수해서 사십구년 동안 갇혀 있게 됐다고 설정한 건, 인간에겐 희노애락의 감정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인간이 가진 모성애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말하는 차사들 앞에서, 기쁨 슬픔 눈물은 내 안엔 없는 감정들이라고 하면서 태을 스스로도 알고 싶어 해요. 태을은 죽은 영혼이라 인간의 희로애락에 관심이 없었던 차사이거든요.”

-저승 차사들이 ‘죽음’을 부추키고 있는 점이 아이러니다.
“차사 태을 과 호경이 마을 사람들을 보며 ‘젊은 아이를 데려가면 그렇지만 당신들은 살만큼 살았지 않아’ 라며 죽음을 부추키는 건데 공연적인 재미가 있어요. 중장년층 관객들 오면 객석이 후끈해져요. ‘내가 여기서 죽어야지’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빵’ 터져요. 죽음에 좀 더 가까운 세대들이 보면 더 재미있는 작품이죠. 중장년층관객들이 많이 와서 보면 좋겠어요.

또 재미있는 점은 우스리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 새롭게 나타난 젊은이들(호경과 태을)의 존재를 밝히겠다 고도의 전략을 꾸미는 게 없어요. 그냥 해프닝으로 여기고 의심을 안 해요. 젊었을 땐 분명 의심 했겠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얼마나 나쁜 사람이겠어’ 기본적으로 포용하려는 자세를 갖게 되요. 잠깐의 의심은 있지만 서로 감싸주는 자세를 보여요. 그런 그들을 보며 ‘저 할아버지, 할머니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따뜻하고 순박하다’고 생각하는 게 또 다른 재미를 주는 것 같아요.“

-새롭게 장승이 등장했다.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예그린 앙코르에서는 아이가 나왔었는데, 그 아이가 마을 사람들 눈엔 보이지 않는 영혼이었어요. ‘장승’ 그것도 설정으로 볼 수 있는데 우선 장승엔 오래 살 게 해주는 기운이 있잖아요. 이러한 풍수에 플러스 돼 장승의 존재가 은연중에 마을 사람들을 화목하게 해주는 소재로 작용하게 돼요. 그런데 장승이 쌍이 아니라 하나가 서 있어요.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혼자씩 살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도 통하는 게 있어요. 혼자라서 외롭지 않고 즐겁게 사는 독거노인을 떠오르게 해요. 후반에 장승을 뽑게 되는데 앞으로 마을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겠죠. 마지막에 이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갈 건지는 보여주지 않았지만(전화 통화로만 등장했던)딸도 들어오고 상상하기 나름이겠죠. ”

-우스리 마을엔 행복이 있다.
“노인들이 충분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메시지가 좋아요. 그런데 그 행복이 어디서 나왔을까? 현대사회에선 2차적인 인간관계가 더 많이 형성되는데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을까? 쉽게 말해 <애비뉴 큐> 나 <렌트>에 나오는 그런 공동체요. 가족 품을 벗어나 제 2의 가족이 주는 공동체를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젊은이와는 맞지 않아요. 서양아이들은 그렇게 살지만,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보기엔 굉장히 위험해요. 우리나라는 노년이 되면 가능해져요. ‘죽기 밖에 더하겠어’ 란 생각이 들어 무서운 게 없어지거든요. <렌트>의 주인공들이 나이 90이 되어 이 마을에 다시 살면 어떨까? 이상적인 공동체를 뮤지컬에 풀어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봤는데, 현재까지 공연이 마음에 들게 진행 되고 있나
“처음부터 지켜 본 작품입니다. 공연이란 게 항상 아쉬운 게 있지만 발전 하고 있는 단계로 봐요. 지금 대본은 뮤지컬 코미디가 갖춰야 할 아귀를 잘 맞췄다고 생각해요. 원안 설정을 잘 살리면서도 각색이 아닌 새로 대본을 썼어요. 이 정도 규모에서 보여줄 수 있는 공연으로선 최선을 다했다고 봐요.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니지만,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땐 단점이 눈에 보이기 보다는 쭈욱 흘러가요. 러닝타임이 110분인데 언제 끝나나 시계를 보게 되는 작품은 아니죠. 앞으로 수정 보완한다면,
창작자들 중심으로 대화를 해서 캐릭터의 보강 보다는 비쥬얼적인 디테일한 부분을 수정하려고요.“



■ 프로듀서는 아빠 연출은 엄마

-<디스라이프>(연출 이지수, 프로듀서 최도원)의 협력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하는 일을 좀 더 쉽게 설명 해 달라.
“공연은 각 포지션들이 협업을 거쳐 만들어져요. 방송국 피디는 감독이랑 비슷하지만, 공연 프로듀서는 기본적으로 기획 영역입니다. 프로듀서는 자금을 모으고, 극장 대관이나 크리에이티브 팀 구성을 해요. 그리고 배우들의 복리후생을 담당해요. 비유적으로 표현한다면, 프로듀서는 아빠이고 연출은 엄마라고 볼 수 있어요. 협력 프로듀서인 저는 아빠를 돕는 삼촌이라고 하면 될까요? 작품을 만들어가는 배우들을 조련하는 게 연출이고, 연출이 가정교사 느낌이라면 프로듀서는 외부적으로 챙겨야 할 게 많아요. 컴퍼니 매니저도 마찬가지겠죠. 연출은 주로 대본과 음악, 조명 음향 등이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 될지를 생각해서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공연이 끝나면 소멸되는 무형의 것을 만들어내는 분이죠. “

-프로듀서는 조율을 잘 해야 하는 포지션인가
“작품이 진행되면서 비용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거라면 문제 되지 않은데 비용이 추가되는 항목을 요구할 땐 프로듀서의 의견을 구해요. 배우를 몇몇 정도를 쓸 건지 누구를 캐스팅 할 건지에 대한 의견 역시요.

예를 들면, 연출은 ‘무대 효과 구현을 위해 뭔가를 짓겠다’고 의견 을 주장해요. 하지만, 프로듀서는 이를 수용할 수도 있고, 비용대비 효과는 떨어지겠다는 수정 의견도 줄 수 있어요. 타협의 묘미가 필요한 작업이죠. 뮤지컬이란 게 공연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 이다 보니, 티켓 가격을 무조건 올릴 수 없어요. 어느 정도 예상치에 맞게 자금을 세팅 해 놨는데 처음 계획 했던 거 보다 예산이 늘어나면 힘들어지는 거죠. 표가 더 팔릴지 안 팔릴지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도 있구요.“

-<모비딕>은 감독 겸 연출 일을 함께 했다.
“모비딕은 다 겸했는데 작품이 세상에 빛을 보기 위해선 그럴 수 밖에 없었어요. 대부분 프로젝트는 작가나 작곡가 만들어 놓은 걸 가지고 계속 판이 커져 점점 상업 프로젝트가 되는 건데... <모비딕>은 기존 제작 방법과 다르게 만들었어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시기에 무모하게 작품을 써 캐스팅만 1년이 걸렸어요. 하반기에 공연 될 뮤지컬 <원스>가 잘 돼서 액터-뮤지션 뮤지컬이 더 많이 사랑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모비딕> 재공연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나) <모비딕> 작품을 여러 번 한다고 능사는 아니라고 봐요.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같이 했던 분들과 공감대가 오는 시기에 다시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창작자 중심의 작업에 애정이 많은 것 같다.
“<해를 품은 달>이 제작자가 먼저 제안 해 탑 다운 방식으로 뮤지컬이 만들어진 케이스죠. 대개 드라마컬이 기획자가 먼저 삽을 떠서 공연화가 가능해져요. 전 창작자 중심의 과정을 즐겨요. 분명 리스크는 크지만 좀 더 자유로운 작품이 나올 수 있거든요. <여신님이 보고계셔>,<풍월주>,<날아라 박씨>,<콩칠팔 새삼륙>, 이런 아이템들이 다 창작자들이 먼저 작품을 만든 뒤 제작자들이 붙은거죠. 그렇게 창작자들이 만든 작품을 업계에 런칭 하는 걸 좋아해요. 무엇보다 대본 창작부터 본 공연으로 가기까지의 개발과정이 가장 재미있어요. 특히 4년전부터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마인즈 뮤지컬 예술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데 지금은 업계에 일상화된 신작 리딩 워크숍 문화를 확산시켜왔다고 생각해요.”

- 국내 창작지원제도가 많아졌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 문화체육관광부·명동예술극장이 공동으로 하는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 사업(구 창작팩토리),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지원프로그램 예그린 앙코르, 두산아트랩, 프로젝트 박스 시야, 충무아트홀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 등 뮤지컬 창작 지원 붐이 있어요. 바로 꽃을 피울 수 는 없겠지만, 창작자의 재능을 키울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어요. 또 공공자금 기업들이 나서고 있다는 건 뮤지컬 산업화의 초석을 다지는 측면도 있지만 창작자들이 동종의 다른 업계가 아닌 뮤지컬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해요. 정말 지원제도를 잘 활용하면 창작자가 자기 아이디어를 무대화 시킬 수 있어요. 이런 지원제도들이 아주 큰 무대는 아닐지 몰라도 작은 무대 본 공연까지 올릴 수 있는 구조까지 된다고 봐요. 국내 지원제도가 뮤지컬의 종주국인 영미권보다 못하지 않다고 봐요.”



■ 남녀노소 모두 뮤지컬을 보는 꿈을 이뤄 준 <디셈버>

-최근 뮤지컬 <디셈버> 슈퍼바이저로 참여했다. 무슨 일을 하는 포지션인가
“<디셈버> 슈퍼바이저란 건 업무 타이틀을 그렇게 정한 걸 뿐 협력 프로듀서와 크게 다르진 않았어요. 장진 연출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업계 유명한 재키 제작감독을 선임하고 뮤지컬을 처음 맡은 장진 감독의 디렉션을 무대위에서 구현할 수 있는 베테랑 스태프들을 세팅했어요. 전 프로덕션이 진행되는 과정을 조언하고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일을 했어요. 또 다른 김광석 뮤지컬인 <그날들>도 있었고 후발주자이다 보니 걱정도 있었는데 김준수가 캐스팅이 되면서 빠른 시간 안에 기대작이 돼버렸어요. 초반에 제가 우려했던 걱정들을 덜 수 있게 됐어요.

뉴(NEW)라는 회사가 영화나 음반 사업을 잘 하고 있지만 뮤지컬은 처음이라 시행착오 있을 수 있는데, 제가 그 부분에서 도움 주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작품에 대한 관심을 확 받고 시작한 케이스입니다.“

-<디셈버> 본 공연의 막이 오른 뒤 관객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혹평 기사도 많이 나왔다.
“초반에 그런 평들이 쏟아졌는데, 제작팀 내부에서 바라봤던 문제점이 외부에서 동일하게 지적 된 걸로 봤어요. 작품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끝까지 놓지 않았어요. 모니터도 많이 하고, 피드백도 많이 받았어요. 스태프들이 보기에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공연이 진화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작품 내부적인 건 계속적으로 보완 및 발전해가야 하지 않나라고 봐요. 기억나는 점은 객석에서 모니터를 많이 했는데, 뮤지컬 업계가 꿈꾸어왔던 남녀노소 다 뮤지컬을 보는 관객층 다변화가 실현됐다는 점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재평가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출연 배우들이 <디셈버>란 작품을 정말 애정 하는 게 느껴졌다.
“<디셈버>프로그램 북 내에 있는 타임라인에도 있는데, <디셈버>란 타이틀로 12월에 공연해 더 의미 깊은 작품입니다. 김준수도 박건형도 <디셈버>란 작품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뮤지컬 배우를 보는 즐거움 또한 컸는데 두 배우 모두 너무 잘 해줬죠.”

-<디셈버>가 10일간 휴연을 했다. 그 이유는 정확히 뭔가
“세종문화회관 대관 일정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겁니다. 연초엔 세종 문화회관 신년음악회가 있어서 <디셈버>가 휴연을 한 뒤 다시 공연을 올리게 된 거죠. 휴연 기간중에 일부 장면 수정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이 주어져서 좀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는데, 그것과 관계없이 대관 일정이 처음부터 그렇게 짜여져 있었어요.”

-제작자로서 창작지원 제도 외에 어떤 부분이 중요하다고 보는가
“뮤지컬 업계 자본이 어디서 오는지 아는 게 중요해요. 좋은 창작자들이 많아지고 뮤지컬을 할 수 있는 좋은 제작자가 계속적으로 생겨나야 해요. 석세스 스토리를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가 계속적으로 해줬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제작사 <뉴>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믿음이 갔어요. 건전한 컨텐츠, 건전한 자본 위에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하는 회사죠. 그런 점에서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주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어요.

업계가 변하고 있어요. 10년 전과 비교해서 너무 달라졌어요. 사람도 달라졌어요. 1세대 프로듀서에서 1.5세대를 거쳐 2세대로 바뀌듯 비즈니스 방식, 성격도 바뀌고 있어요. 그런 세대교체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거죠. 대학로에 중대형극장이 계속 생기면서 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새로운 사람과 컨텐츠를 가져올 수 있는 제작사가 많이 생겨났으면 해요.“



■ 행복한 감옥, 그 곳은 극장

-감독, 평론가, 연출가 등 직함이 많다. 어떻게 부르는 게 좋나
“전 평론가란 타이틀은 꺼려져요. 평론을 하려면 리뷰를 길게 쓰거나 논문을 써야하는데 전 칼럼을 써요. (평론가가 갖춰야 할 요건이 정확한 게 없다) 뮤지컬 평론만 하는 사람은 없어요. 어떤 면에선 연극 평론의 일부 결을 따라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요. 평론가란 타이틀을 제 스스로 써 본 적은 없어요. 기사로 소개 된 걸 고쳐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불리게 된 점도 있겠네요.

전 창작자 겸 제작자 입니다. 전업 연출가는 아니라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지만 연출 일도 해요. 올 10월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뮤지컬로 만들 계획입니다. 대본과 연출 작업을 하게 되요. 유미주의 뮤지컬처럼,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해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자주 해요.”

-새로운 공연에 대해 생각하는 게 있다면
“홍대 클럽 문화와 뮤지컬 씨어터를 결합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홍대 사람들과 대학로 사람들은 또 달라요. 홍대 카페에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은 왜 공연을 보러오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도 했어요. 카페 마니아 인 것도 있지만, 어느 순간 공연을 끊고 까페만 돌아다닌 적도 있어요. 홍대 카페가 좋은 점은 개방 돼 있는 옆 테이블이에요. 멋있는 남녀들이 있는 그 공간에 들어가 있는 느낌 자체가 좋은 거죠.

카페에서 공연하는 것에 대해 생각 해 본 적도 있고 직접 본 적도 있지만, 이건 아니다 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시도를 했다 접은 사람도 많이 봤어요. 크게 ‘극장과 까페, 그 두 가지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 컨텐츠 만드는 사람들의 과제죠. 그 두 가지를 다 좋아 해야 할 수 있는 건데, 각각 다른 결이라 두 가지를 결합시키는 것에 고민이 많아요.”

-클럽형 공연은 어떻게 생각하나
“콘서트 장이나 락 페스티벌처럼 주변 관객들과 부대끼며 정신없이 하는 건 좋은데, 일반 극장에서 굉장히 애매하게 하는 건 그리 선호하지 않아요. 공연이란 게 조용히 가슴에 낙인을 찍으로 오는 건데 ‘클럽형 공연은 어떻게 이해 해야 하나?’란 의문이 들어요.

클럽형 뮤지컬은 관객들이 만들어 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굉장히 만들기 어려워요. 관객과 직접적으로 소통 하려고 배우들이 스킨쉽도 하고, 말을 걸고 하기도 하는데 불편해요. 소통하려고 극장에 가는 거 맞는데, 그건 다른 의미 아닐까요. 극장 객석이 왜 어두운데요? 관음 할 수 있는 권리거든요. 여기서 ‘관음’이란 게 나쁜 의미가 아니라, 내가 볼 수 있는 걸 혼자 낙인 찍으며 볼 수 있는 권리죠. 불 꺼진 객석이 갖고 있는 매력이 좋아요. 그런데 다 노출되게 되면 불편한 기분이 들게 되죠.“

조용신 감독은 “극장에 가는 건 스스로 행복한 감옥행을 자처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공연을 보면서 가슴이 채워지고 보고 나면 뭔가가 없어지는 그 기분이 좋아요.
공연이란 건 좋아서 소장하는 게 불가능한 장르에요. 그 순간 최선을 다하고 즐기는 그 기쁨이 아니면 또 다른 감옥과 다를 바 없어요. 극장에 들어가면, 작은 공간에서 꼼짝없이 있어야 해요. 다른 공간에는 갈 수도 없죠. 그런데 스스로 감옥행을 자처해요. 그만큼 굉장히 강렬한 뭔가를 마음 속에 낙인 찍어주거든요. 그 설명하기 힘든 기쁨이 객석에 2시간 동안 앉아있는 고통을 잊게 하는거죠.“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스토리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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