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박명수의 곤장2호, 책임인가 면죄부인가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곤장을 맞았다.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 투표에서 공약으로 나왔던 이야기가 실현된 것. 잘못한 일이 있을 때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곤장을 맞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장소는 영등포로 옮겨졌지만 죄인복을 한 박명수는 모여든 행인들에게 곤장을 맞으며 “잘못했다”고 사죄했다.

박명수의 잘못은 지난 방송에 나갔던 서포터즈가 슬립퍼즈가 됐던 장면에서 비롯됐다. KSF 예선대회를 치르는 날 유재석과 노홍철을 안전하게 대회장까지 운전해줘야 할 박명수는 졸다가 결국은 핸들을 유재석에게 넘기고 뒷좌석에 널브러져 잠만 자는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이번 KSF에서는 일찌감치 후보자 경쟁에서 밀려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면서 방송 분량도 거의 없었다. 태도 논란이 나왔고 ‘곤장 2호’가 발령된 건 그래서다.

곤장을 맞으러 광장으로 나가기 전 박명수는 긴급소환되어 일종의 청문회를 받았다. 최근 음악쪽에 더 마음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DJ의 꿈을 얘기하면서도 그래도 이걸 다 할 수 있는 이유가 <무한도전>이라는 축복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명수는 상황극 같은 걸 할 때면 펄펄 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장기 프로젝트 같은 조금은 힘에 부치는 미션을 할 때면 고개 숙인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장기 프로젝트로 들어왔을 때 박명수에 대한 비판이 생겨난다. 어찌 보면 상황극을 한 것일 수 있는데 그것이 리얼 장기 프로젝트의 진지함에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곤장2호’는 실제 벌이면서도 하나의 상황극이기도 하다. 사실 연예인들에게는 무슨 잘못을 저지르거나 논란이 생겼을 때 거기에 합당한 벌을 받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사소한 실수라고 해도 일단 잘못을 저지르면 대중들의 지탄을 받거나 심지어 비호감이 생겨나기도 한다. 더 심한 문제라면 방송 하차나 잠정 은퇴까지도 하게 된다.



즉 연예인들이 받는 벌이란 아예 대중의 눈에서 배제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커다란 잘못이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작은 실수로 비롯된 일이라면 너무 큰 벌이다. ‘곤장’이란 그런 면에서는 벌이면서도 동시에 죗값을 치루는 모습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대중들에게 직접적인 사죄를 하는 하나의 장치인 셈이다.

따라서 박명수의 곤장2호를 보면서 대중들은 어떤 불편한 장면들에 대한 대리충족을 느꼈을 수 있다. 그렇게 벌을 청하는 모습이 역시 <무한도전> 답다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곤장2호가 마치 하나의 면죄부처럼 활용되는 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맞았으니 이제 죄도 사라졌고 다시 훌훌 털고 활동하면 된다는 것이다.

곤장을 맞으면서 진짜 반성을 하고 앞으로 방송에 좀 더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마음을 다진다면야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불성실한 방송을 하고서 곤장 몇 대로 넘어가는 일이 생겨난다면 그것 또한 대중들이 원하는 방향은 아닐 것이다. 이 판단은 곤장2호가 실제적인 것인가 아니면 그저 상황극에 불과한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중들이 곤장2호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중적으로 갈리는 이유는 거기서 비롯된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