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 눈물에 함께 울어주기 어려운 이유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우리는 굉장히 갇힌 생활하잖아. 다른 사람들 만날 수 있는 환경이나 여건이 안돼서 늘 만나는 주변사람들하고 같이 지낸다고.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불안해하고 바뀔까봐 또 불안해하고. 그러다보니까 자꾸자꾸 더 갇히는 거야. 그래서 세상을 보지 못하는 거거든. 그래서 조금 더 다른 사람들하고 교류를 하려고 했으면 좋겠고. 사람은 결국엔 주변 친구가 가장 중요해.”

힘든 점이 없었냐는 조세호의 질문에 이소라는 한숨과 침묵 뒤에 눈물을 살짝 보이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먼저 떠난 주변 친구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연예계 동료로서 선배로서 후배로서 <룸메이트> 출연자들에게 좀 더 좋은 관계들을 이어가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조세호는 “누군가가 내 얘기를 들어주고 있다는 게” 요즘 제일 행복한 이유라고 말했다. 연예계에서 진지하게 자신이 하는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두려운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조세호는 그런 점에서 서로를 진지하게 생각해주는 <룸메이트>의 출연자들에게 “많이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조세호는 나나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토로했다. 나나가 한 유쾌하고 재밌는 행동이 와전돼 그녀가 버릇없이 군다는 얘기가 나온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거기에 덧붙여 신성우가 “나나는 룸메이트의 꽃”이라고 말하자 나나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또 그 날 MT를 오며 차에서 벌어진 불미스런 일들에 대해 박민우 역시 자신이 표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죄송하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사실 이들이 연예인으로서 겪는 고충을 이해 못하는 일은 아니다. 이소라가 말하듯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먼저 떠나간 친구가 생길 정도로 연예인들의 삶은 폐쇄적이다. 그래서 조세호의 이야기처럼 진심을 말하고 들어주는 그런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다. 게다가 어떤 행동이 오해를 불러일으켜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니 그들이 MT에서 털어놓은 이야기들과 눈물은 모두 진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것이 그냥 저들끼리 만나 나누는 이야기가 아니라 방송이라는 점이다. 방송에서 이들은 ‘연예인으로서의 삶이 갖는 고충’에 대해 털어놓는다. 그것이 그들의 진심인 것은 맞지만 그것을 왜 시청자들이 보고 있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시청자들 중에는 연예인들의 삶만이 힘든 게 아니라고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게다가 <룸메이트>는 출연자들이 그리 대단한 도전이나 미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아무리 홈 쉐어라고는 하지만 삼청동에 그처럼 넓은 정원을 가진 으리으리한 집에서 함께 사는 모습은 일반 서민들에게는 사치에 가깝다. 거기서 그들은 함께 모여 파티를 하고 매일 매일을 즐겁게 살아간다. 가끔씩 부딪치는 갈등이 생기지만 그런 정도는 서민들이 겪는 생활고에 가까운 현실에 비하면 갈등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들이다. 그런 생활을 줄곧 보여주던 그들이 어느 날 모여 ‘연예인들의 삶이 얼마나 힘든 줄 아냐’고 말하는 장면은 어딘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앞에서 말한 대로 출연자들이 진심이 아니어서가 아니다. 출연자들은 각자 자기 입장에서 진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진심이 제대로 시청자들에게 전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문제는 제작진에게 돌아간다. 제작자가 출연자들의 진심과 시청자들의 입장을 균형 있게 생각해 양자가 서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소통의 물꼬를 만들어냈다면 이런 어색한 느낌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이것은 <무한도전>의 눈물이 <룸메이트>의 눈물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이번 스피드 레이서 특집에서 <무한도전>의 눈물이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 그들이 해온 그간의 노력이 충분히 느껴졌기 때문이고, 후원단체들과 함께하는 그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룸메이트>가 지금껏 보여준 것은 무엇인가. 그저 웃고 떠들고 놀았던 것뿐이지 않은가. 그들이 MT에서 흘린 눈물은 결국 자신들 연예인의 삶에 대한 힘겨움과 <룸메이트>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시청자들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1인 가구들이 늘고 있는 현재 홈 쉐어라는 주거문화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러니 연예인들이라는 특수한 입장에 처한(혼자 살아도 충분한 경제적 능력이 있는) 출연자들이 경험삼아 하는 정도로는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게 된다. 만일 어쩔 수 없이 연예인이 홈 쉐어를 경험하는 과정을 방송을 통해 보여주겠다고 한다면 좀 더 현실적인 인물들을(실제로 혼자 사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섭외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룸메이트>는 그런 면에서 보면 홈 쉐어라는 포장을 갖고 있지만 결국 연예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 됐다. 바로 이 부분은 시청자들과 제작진 사이에 견해차가 생기는 지점이다. 제작진은 연예인들의 사적인 삶 자체가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기에 부러울 것 없는 저들의 삶과 그들이 가끔 흘리는 눈물을 시청자들은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겁니다. 저희들이 모여 사는 모습 그냥 TV예능 프로 하나로 보고 웃고 즐기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신성우는 인터뷰를 통해 <룸메이트>에 대한 자신의 바람을 얘기했다. 하지만 보고 웃고 즐기려면 그만한 정서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출연자들이 모두 프로그램 안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열심히 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해지려면 프로그램의 방향과 정서를 잘 잡아야 한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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