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에 대한 욕망을 명확히 제시한 송일국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송일국의 합류 후 <슈퍼맨이 돌아왔다>을 보는 욕망은 보다 명확해졌다. 욕망이 부정적인 뜻은 아니다. 적합한 표현을 찾지 못해서 그렇지 풀어쓰자면 시청자들의 높아진 관심사의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이 프로그램이 아버지를 내세운 육아예능 중 하나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육아에 대한 공감이나 양육 철학의 공유를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슈퍼맨>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한 끝씩 차이나는 연예인 가정을 보여주면서 당신에게도 이러한 행복한 일상이 펼쳐지리라는 환상을 전시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단순히 인테리어를 꾸며놓은 정도를 넘어서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을 전시하는 모델하우스와 같다. 잘사는 연예인들의 행복한 가정생활을 보여주면서 행복함을 판다. 육아에 여념이 없는 연예인들의 생활상은 퍽퍽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들이 있음을 복기하게 해준다. 부자간의 관계가 가장 잘 형성되었던 장현성 가족이 나가고, 부성을 부각하는 게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송일국과 장윤정 가족의 투입이 상황을 역전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면서 누구나 행복감과 연결할 수 있는 볼거리가 함께 들어왔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들 벌이가 좋다는 건 더 이상 시샘의 대상이 아니다. 대신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우리와 얼마나 비슷하고 다른지 끊임없이 비교한다. 예능의 경우 이런 심리는 리얼버라이어티 시대를 거치며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육아 예능은 이런 심리를 다루는 데 가장 최적화된 형식이다. 물론 그 전부터 연예인들의 삶은 늘 가십의 주요 영역이었다. 그런데 예전 주부잡지 속에서 글과 사진으로만 슬쩍 엿봤던 것들이 이제 동영상으로 그것도 십여 대의 카메라로 속속들이 볼 수 있게 됐다. 어떤 동네 어떤 아파트에서 어떤 세간으로 꾸미고 사는지부터 유모차는 어디 것인지, 무엇을 입히고 먹이는지 화면에 걸리는 모든 것이 관심이 되는 세상이다. 그래서 육아예능은 연예인의 가정과 일상을 촬영지로 삼지만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광고의 여지가 많다(실제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1960년대 풍요로웠던 미국 베이붐 세대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잔디밭 딸린 2층집에 큰 TV와 자동차라면 육아예능이 보여주는 행복의 이미지는 잘 정리된 단지를 갖춘 고급 아파트와 최신식 유모차인 셈이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자기 자식에게는 제일 잘해주고 싶은데 육아예능은 그 기준을 제시한다. 그런 점에서 송일국의 세쌍둥이는 시청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송일국은 오랜 시간 주연배우 자리를 지키고 있는 특급연예인인데다 어쨌든 국회의원 시어머니와 판사 며느리라는 배경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세쌍둥이네 집안은 우리 어머님들에겐 FC 바르셀로나의 삼각편대보다 훨씬 화려한 위용으로 다가온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볼 수 있는 기회인데 그것도 세쌍둥이를 기른다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송국열차’에 등장하는 자전거 트레일러, 전동자동차, 어린이집 갈 때 썼던 아동용 손수레 등 신기한 유아용품과 집 곳곳에 쳐놓은 바리게이트, 이휘재네와 타블로네도 그렇고 매트 등으로 안전하게 꾸민 육아 환경(이 지점은 <오 마이 베이비>와도 같다)은 그 자체가 볼거리다. 육아와 전혀 상관없는 시청자들에게는 아이를 위해 꾸며놓은 풍요로운 환경과 아이들에게 쏟는 사랑은 충만한 행복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모든 것이 풍요롭고 고민이 없을 법한 이런 모델하우스에서, 송일국이 분유 값과 기저귀 값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고기를 좋아해서 뭣도 모르고 한우를 먹이다 이제 감당이 안 된다며 엥겔지수를 논하면, 이야기는 더 가깝게 다가온다. 여느 젊은 아빠처럼 마트에서 아이와 장을 보면서 혼쭐이 나고 뷔페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통해서 방송 속 모델하우스와 시청자들의 현실과의 거리감이 어느 정도 상쇄된다. 행복함이 보다 정밀한 환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리고 장윤정의 출산은 <슈퍼맨>이 전시한 궁극의 행복이었다. 숭고함과 설렘이 함께하는 출산은 가장 행복한 순간의 포착이었다. 그 과정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화면에서 눈을 떼고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게 했다. 속만 썩이는 자식 놈 얼굴에서 배 아프게 낳았던 그때가 떠오르고, 말거는 것조차 싫고 짜증났던 부모님의 인기척에 소중함과 감사함을 새삼 깨닫는다. 소원했던 부부사이, 멀뚱하게 쳐다보던 부모자식 간에 모처럼 사랑스런 시선과 정을 교차하게 만든다.

그래서 쇼가 아니라고 하지만 <슈퍼맨>을 포함한 육아예능은 기본적으로 행복을 전시하는 쇼다. 농담 삼아 말하길 한 가정의 전성기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다니기 전후라고 한다. 육아예능은 그 순간을 포착하고 아이에게 쏟는 부모의 사랑을 정제해서 보여준다. 풍요로움을 엿보게 하는 건 덤이다. 우리가 육아예능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건 단순히 아이가 나와서가 아니라 육아를 둘러싼 환경에서 행복함을 함께 느끼기 때문이다. <슈퍼맨>의 에이스 추사랑이 할아버지와 함께할 때 더 사랑스러워 보이는 이유다.

이처럼 요즘 육아예능은 행복을 어떻게 얼마나 더 잘 전시하느냐로 방향을 전환했다. 연예인이 아이를 기르는 모습은 정말 흔하디흔한 풍경이 됐다. 우리와 같은 마트에서 장 본다는 사실도 알았다. 아빠의 육아기가 볼거리가 된다거나 공감을 얻는 시기도 이미 지났다. 우후죽순 늘어난 육아예능의 대표되는 경향은 장윤정과 특히 송일국에 의해 특징이 지어진다. 이른바 기획과 콘셉트 대신 행복함을 대놓고 전시하는 모델하우스 육아라 할 수 있다. 1인가구가 늘어나고 저출산이 심각한데다, 이혼율이 세계 최고인 나라에서 우리는 이상적인 행복함을 전시하고 그것을 바라보면서 활짝 웃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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