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아이’ 사례로 본 공중파 심야예능의 난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매직아이>의 이효리는 문제가 없다. 문제라면 두 번째 코너 ‘숨은 얘기 찾기’의 김구라가 더 문제다. 잘 못해서가 아니라 거물인 그를 데려다 놓고 할 것이 없는 게 문제다. 그러다보니 예능이 시사르포 다큐에도 밀리고 있다. KBS2 <우리동네 예체능>과 SBS <매직아이>가 ‘PD수첩’에게 시청률 수위 자리를 내준 것은 사건이라 할만하다. 우리 사회가 웃음보다 진중함으로 굴러가는 세상은 분명 아니다. 그랬다면 지금 수준보다 훨씬 더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을 것이고 정부의 인사 참극이나 세월호 참사는 애초에 벌어질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변화하는 시대 탓만으로도 공중파 심야예능의 몰락을 설명하긴 힘들다. MBN <황금알>부터 JTBC 예능 프로그램의 약진은 모두 심야시간에 이뤄졌다.

아무리 세월이 하수상하고 사회에 불만이 팽배하다고 해도 ‘PD수첩’에 공중파 예능이 모두 밀린다는 건 단 하나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재미가 없는 거다. <매직아이>와 <별바라기>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나는 남자다> 등 최근 새롭게 시작한 공중파 평일 예능들은 모두 전에 없던 신선한 기획(<매직아이>는 시사토크, <별바라기>는 팬클럽, <나는 남자다>남자들만의 토크)을 내세우고 이효리, 강호동, 유재석이라는 방송가에서 가장 믿을 만한 기둥으로 받쳤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거나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공중파 심야 예능의 위기는 조급증으로 설명할 수 있다. 변화는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니 잘나가는 케이블을 참조한다. 1차원적으로 접근해 성별이라는 ‘타켓 전략’을 가져온다(<매직아이>는 20~30대 여성을 공략한다고 공공연히 밝힌다). 그러면서 동시에 더 많은 사람에게 어필하고자 익숙한 스타 MC를 간판으로 내세운다. 구체적인 타겟 시청자들을 노리는 종편과 케이블의 방법론을 가져오면서 그 프로그램들의 시청률(3%대 내외)를 넘어서기 위해 단순히 익숙했던 전략에 기댄다.

이해할 수 있다. 방송을 기획하는 제작진들에게는 방송 선수들의 존재가 여전히 절대적이다. 방송 프로그램을 집짓기에 비유하자면 비슷한 모델을 많이 본 익숙한 설계도에 가깝다. 일하기는 훨씬 편하다. 허나 시청자들이 볼 때는 그 설계도로 지은 건물은 별로 새롭지 않다는 게 문제다. 워낙 다양한 매체에 노출되어 자극이 무뎌진 사람들에게 ‘MC’와 그에게 맞춰진 설계안을 내세우는 건 이제 유효하지 않는 방법론이다.



그런데 <매직아이>는 여전히 가식 없고 솔직한 이효리의 ‘19금’ ‘센 발언’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다. 신선함을 스스로 날려버리는 처사다. 이미 다른 방송에서는 주제 자체가 19금인 것도 있고 <썰전>처럼 예전 같으면 연예인들이 할 수 없었던 훨씬 더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효리가 질외사정이나 지석진에게 아내와 잠자리를 요즘도 하느냐고 물어본다고 시청자들이 ‘어머!’ 이러던 시절은 지나갔다.

성별을 기준으로 삼는 단순한 타겟팅 방식은 최근 심야 예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매직아이>의 센 언니들의 수다라는 콘셉트는 풀어버려야 할 족쇄다. 언니들의 수다로 젊은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는 안타깝지만 틀렸다. 나쁜 남자들이 연애이야기 해준다거나 좀 놀아본 형들이 동생들을 위한 얘기를 해준다는 것보다 응집력과 관심도가 떨어진다. 원인을 규명할 순 없지만 <여성시대>를 제외하고 이런 식의 콘텐츠가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발랄한 톤의 자막, 웃음소리, 촬영 자체도 카페에서 수다 떨 듯 연출해 여성 취향에 소구하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여성들만이 공유할 정서는 없다. 게다가 출연자들의 개인적 에피소드 위주로 진행되는 토크 방식은 신변잡기 위주의 에피소드식 토크쇼와 차별성을 찾기 힘든 데다, 주제는 무겁고 다루는 수위는 얕다.



애초에 남성, 그리고 중장년층은 배제됐다. 여기다 센 언니들의 대화에 젊은 여성들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바퀴는 점점 깊이 빠지고 있다. 설상가상 믿었던 김구라 쪽 뒷바퀴는 돌지조차 않는다. 여성 취향의 방송을 추구하지만 여성이 MC일뿐 정작 여성적인 무엇은 하나도 없다.

예전 90년대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가 나왔을 당시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건 특정한 이유로 남학생들이었다. 좀 놀아봄직한 남자들이 수다를 떠는 <마녀사냥>에는 여성 시청자들이 더욱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다. 중요한 건 출연진과 타켓의 성별의 생물학적 매치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느낄 매력을 어떻게 전시하고, 어떤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꽂히게끔 하느냐다. 토크 주제에 대한 관심과 시청자들이 경청할만한 뼈대가 있어야지 <매직아이>나 다른 심야 예능이 추구하는 새로운 토크가 가능해진다. 재미는 그 위에서 흐르는 것이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비정상회담> 3회와 <매직아이>를 비교해보면 이 시사 토크쇼에 빠진 것은 무엇이고 달라져야 하는 게 무엇인지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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