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에서 두드러진 박휘순의 진심과 웃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정글의 법칙>에서 아마도 생존능력으로 치면 박휘순은 유이보다도 약할 지도 모른다. 정글에서 길을 잃는 건 다반사고 누구나 훌쩍 뛰어 올라가는 바위 앞에서도 어쩔 줄 몰라 한다. 대나무를 쪼개 열매를 따는 와중에도 힘에 부쳐 포기하려고만 하고 나무에 오르는 연습도 발이 너무 아프다며 중도에 그만 두는 그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능력으로 치면 박휘순은 아마도 전체에서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파도에 휩쓸려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친 유이의 옆에 서 있었다는 것 때문에 한없이 자책을 하는 박휘순의 모습은 개그맨으로서 그저 웃기기만 하던 박휘순이 아니었다.

유이가 몰래카메라로 박휘순을 속이기 위해 “다쳐서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자 말을 잇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던 박휘순의 마음은 보는 이들마저 먹먹하게 만들었다. 너무 심각한 박휘순의 얼굴에 유이가 몰래카메라임을 밝혔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는 “유이가 다친 건 사실”이라며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했고 그녀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이번 인도양으로 떠난 <정글의 법칙>은 그 어느 때보다 상황이나 환경이 혹독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웃음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끝없이 농담을 하며 웃게 만드는 이가 바로 박휘순이다.

저녁을 먹고 다음날 아침거리를 위해 낚시를 가자고 말하는 김병만에게 박휘순은 그가 쉬지 못해 모두가 대기상태라는 걸 웃음으로 전해주었다. 그것은 촬영 상황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면서도 “팀 닥터에게 (김병만에게 먹이게) 수면제 두 알 갖다 달라”는 식으로 힘겨움을 웃음으로 바꿔 준 것이었다.

또한 중간 중간 <개그콘서트> 경험을 살려 김병만과 만들어내는 상황극도 지친 병만족에게는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너무 맛있게 메추라기 만찬을 하며 장사꾼과 고객 흉내를 내는 김병만과 박휘순은 짧은 웃음으로 피로를 달래주었다. 또 배가 고픈 상황에서 한국 돌아가면 자기는 80만원어치를 사먹을 거라고 말해 병만족들을 웃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박휘순이 <정글의 법칙>에서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는 건 그가 보통 사람의 평균치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언제부턴가 <정글의 법칙>에 참여하는 출연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강한 면모를 드러내며 정글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휘순 같은 정글 부적응자의 모습이야말로 그 곳을 더욱 리얼하게 드러낼 수 있다.

사실 정글에서 버텨낸다는 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 힘겹기 때문에 더더욱 진심을 드러내고 동시에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웃으려 노력하는 모습은 더더욱 중요한 일이 된다. 박휘순은 그런 점에서 <정글의 법칙>의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때론 울 정도로 진심이면서 동시에 웃기려 노력하는 모습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